작성자 264219  작성일 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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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또 하나의 얼굴, 돌연사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온갖 명목의 마라톤 대회들이 토, 일요일에 걸쳐서 개최되고 있다. 올해 새로운 마라톤 완주의 목표를 세우고 겨우내 훈련을 했던 주자들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달리기에 입문한 많은 초보 주자들이 대회장을 메우고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참가자들이 많으면 초보자들은 대회 분위기에 편승되어 자신의 컨디션을 고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 사고를 초래하기도 한다.

달리기는 심장병과 뇌졸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좌식 생활같은 비활동성, 관상동맥 질환의 가족력, 흡연 등을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운동이며, 한국 심장학회에서도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지속적으로 생활화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다보면 예방하고자 하는 심장병을 도리어 유발할 수도 있는데, 마라톤 대회에서의 돌연사는 마라톤 완주자 5만명 당 1명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력 운동과 관련한 가장 첫 희생자는 누굴까?
기원전 490년 9월 어느 날 아테네를 침공한 25,000여명의 페르시아 군을 마라톤 벌판에서 맞아 근접전으로 두 배 이상의 막강한 침략군을 격퇴하고 승리한 아테네 군의 승리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40킬로미터나 떨어진 산길을 달려 아테네에 도착하여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고는 쓰러져 사망한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1995년 봄과 가을에 조선마라톤과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일반인들의 대회 참여가 허용된 이후 200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마라톤 인구와 대회의 수가 늘어나면서2002년 10월 24일 강경젓갈 마라톤 대회의 하프코스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풀코스에서의 첫 희생자는 2004년 3월 28일 인천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하였으며, 매년 마라톤 대회와 달리기 훈련 중에 10명 내외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마라톤 대회에서의 급사의 특징은 무엇인가?
일상생활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나이 많은 연령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발생현장이 목격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라톤 대회에서의 심장마비는 비교적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건강생활자들이며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으며 발생 확률도 적을 뿐만 아니라 발생 즉시 발견이 가능하므로 적절한 소생술만 제공되면 회복의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대개 선진국의 경우 병원 이외에서의 심장마비의 소생률이 20-25% 수준이고 국내에는 대강 7~10%로 추정되고 있으나, 국내의 마라톤 대회에서의 심장마비의 소생률은 거의 제로 가깝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사)한국 달리는 의사들에서는 (사)한국 심폐소생 협회와 공동으로 올해부터 대규모 마라톤 대회(동아 마라톤 대회, 경향 마라톤 대회, 하이 서울 마라톤 대회, 중앙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와 응원나온 가족들을 대상으로 대회장에서 응급 심폐소생술 체험 행사를 통해 모든 주자들이 심장마비 환자를 발견했을 경우 응급으로 처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구성 장거리 달리기가 심장보호기능이 있지만, 힘든 달리기 후에는 급성 심근경색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운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면 운동 중에 심장발작의 위험이 2~6배 증가한다. 운동하는 동안에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질환의 유무와 무관하게 전구증상이 없는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관상동맥의 경련으로 인해 심장근육의 허혈성 변화가 소리없이 진행되고, 이것이 치명적인 심부정맥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즉 운동을 하는 동안 통증이 없다고 해서 위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의 마라톤 대회에서의 사망자들 역시 평소에 신체활동과 관련하여 전혀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며, 40세 이상의 남자들이었다. 만약 40세 이상이고 평소에 운동을 잘 하지 않던 사람들이 마라톤같은 장거리 달리기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다면, 본격적인 달리기 전에 반드시 심전도 검사와 운동부하검사를 받아 보기를 권하는 이유도 이런 사전검사를 통하여 급성 운동유발성 심장발작의 위험이 높은 사람과 숨겨진 심근허혈성 질환자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사고는 기록 향상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훈련하는 주자들보다는 그냥 즐겁게 여가운동 혹은 놀이 삼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즐겁게 편하게 달리는 주자들은 평소의 훈련량을 늘여야 하고, 대회에서는 항상 평소의 훈련 범위 안에서 달려야 하며, 급수대에서 급수와 영양공급도 충분히 해야 한다. 그리고 대회마다 주최측에서 주로와 날씨의 특징과 주자들이 주의할 사항, 특히 신체상 이상이 있을 경우에 취할 조치에 대한 출발전 교육이 필요하다.

평상시 1주일에 20분 미만을 운동하는 사람은 격렬한 운동으로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56배 증가하지만, 매일 2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5배 정도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일단 증상이 없는 협심증이라도 관상동맥 질환이 있다면 운동중 심장발작의 위험이 상당히 증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달리기 중에 나타날 수 있는 심장마비의 전구 증상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만약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의료진에게 연락할 것을 교육받아야 한다.

장거리 달리기는 높은 수준의 동적인 활동으로 관상동맥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참가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여가활동으로의 조깅과 같은 정적이거나 낮은 수준의 동적인 운동은 특별히 관상동맥 질환자라 하더라도 참가하거나 즐기는데 제한이 없다. 경쟁적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 협심증 환자는 6개월마다 재검사를 받아야 하며, 최소한 일년에 한번씩은 운동부하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협심증이 있더라도 최대 심박수의 60~85%의 강도로 달리기를 할 수 있지만, 운동 중에 평소와 다른 조기 피로감이나 호흡곤란, 흉통이나 가슴 두근거림, 식은 땀과 어지러움이나 숨가쁨, 의식소실이나 실신같은 증상이 운동 중이나 휴식시에 나타난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심장질환관 관련된 정밀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가슴통증은 가슴 중앙부위가 가장 많지만, 일부는 명치 부위가 아파서 급성 위장염과 혼돈할 수도 있으며, 이 때는 메스꺼움과 구토까지 나타날 수도 있다. 주로 왼쪽 팔이나 팔 쪽으로 통증이 뻗치기도 하며, 아래턱이나 귀밑이 아플 수도 있다.

42.195km라는 긴 거리에 걸쳐서 있는 넓은 장소에서 개최되는 환경적 요인 때문에 마라톤 대회에서의 심장마비는 소생의 가능성이 낮으 수 밖에 없으며, 지금까지 마라톤 대회장에서의 급성 심장사는 전원 사망하였으며, 작년 세브란스 마라톤 대회에서 10km을 완주하고 흉통을 호소하여 의무실을 찾은 50대 남자 1명은 응급후송되어 수술후 완전 회복되었다. 이처럼 마라톤 대회에서는 주자 자신들이 심장이 멈추기 전의에 심장허혈이나 심근 경색의 단계에서 스스로 운동을 멈추고 가능한 한 빠른 조치로 심실세동을 거쳐 심장마비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운동 중에도 나 자신의 안전을 지킬 의무는 나 자신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항상 자신의 컨디션에 맞는 운동을 하는 버릇을 들이자.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포커스 마라톤 3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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