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0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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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달리기는 즐겁다.
꼿꼿하게 세운 머리와 어깨로 매서운 찬 바람에 맞서면서 입과 코로는 쉴새 없이 더운 김을 내뿜으며, 주로를 덮고 있는 눈과 얼음판 사이를 요리조리 중심을 잡으며 잰 걸음으로 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참동안을 완전히 달리기에 몰입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입을 통과하는 찬 기운에 기관지나 폐가 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잠깐, 달리기에 대한 집중이 더 잘되어 자기도 모르게 러너스 하이라는 무아의 경지에 더 쉽게 몰입하게 되거나, 더 큰 즐거움과 기쁨이 전율처럼 온 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낀다.

겨울철 달리기는 실지로 여름철 달리기보다도 훨씬 더 안전한 것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저체온증에 걸리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여야 한다. 사실 날씨가 더 추워지면서 거리를 늘이거나 속도 훈련을 하는데 대해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겨울철의 달리기의 목적은 내년 봄의 대회에서의 목표 달성을 위해 충분한 장거리 훈련과 적절한 속도훈련을 하는 것이다. 달리기 전에는 항상 준비운동을 하고 주로가 미끄러울 때는 보폭을 좁게 하고, 빙판 위에서는 가능한 한 달리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비록 겨울철이라 하더라도 급수를 자주 하는 것이 좋으며, 두꺼운 옷을 여러 겹 껴입으면 탈수나 열사병같은 열손상도 올 수 있기 때문에 안전원칙을 지키는 것이 즐거운 겨울철 달리기의 중요한 점이다.
겨울철 달리기 중에 일어나거나 직면할 수 있는 비상사태들이 있다.
첫째, 겨울철 주로에서 의식이 없는 주자를 발견했다면, 가장 먼저 저체온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저체온증은 흔하지는 않지만, 강이나 도랑의 물 속에 빠지거나 달리는 동안 의복을 통한 적절한 보온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거나 부상으로 갑자기 달리기를 그만둘 때 나타나기 쉽다.
이런 상황을 당하면 먼저 환자의 머리를 약간 뒤로 제껴서 혀가 뒤로 말려 들어가서 호흡을 막는 것을 예방하여 호흡이 원활하도록 유지하여야 한다. 그 다음에 환자를 따뜻한 건물 안이나 대피소로 안전하게 옮겨 체온을 서서히 재가온시켜야 한다. 가능하다면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히며, 조력자를 찿아야 한다. 만약 의식이 있다면 즉시 따뜻한 물이나 음료를 마시게 하여야 하지만, 술이나 커피, 혹은 홍차 등은 피해야 한다.

둘째, 달리는 중에 발가락, 손가락, 귓바퀴, 다리의 일부가 감각이 둔해진다면 동상의 위험을 생각해야 한다. 이 때는 해당 부위를 따뜻한 물에 담그던지 하여 가능한 한 빨리 재가온시켜야 한다. 달리는 중에 신체 일부에 감각이상이 느껴진다면 달린 거리에 관계없이 즉시 그 자리에서 운동을 그만 두어야 한다.

겨울철 달리기에서 필요한 몇 가지 주의사항들을 정리해 보자.
첫째, 땀의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얇은 기능성 의복들을 여러 겹 껴입는다.
보통 하체에는 1-2겹이면 충분하지만 상체는 2-4겹이 적당하다. 최소한 맨 안쪽의 의복은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재질의 습기 배출이 용이한 옷을 입어야 한다. 중간 것은 절연성이 강한 소재가 좋고, 바깥쪽은 방풍성이 좋은 소재를 택한다. 아주 추운 날은 양말도 두 켤레를 덧신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모자와 장갑은 필수품이다.
겨울철에는 소실되는 체온의 대부분이 머리와 손을 통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아주 추운 날은 손가락 장갑보다 벙어리 장갑이 더 안전하다. 추울 때는 장갑을 끼고 그 위에 양말을 겹쳐 끼어 벙어리 장갑처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셋째, 스키 마스크나 안경, 혹은 고글도 재활용할 수 있다.
아주 추운 날은 스키 마스크와 고글들이 안면을 보호하는데 아주 도움이 된다.

넷째, 밝은 색으로 빛을 반사할 수 있는 의복이 가장 좋다.
겨울철에는 빨리 어두워지고 늦게 밝아지기 때문에 빛에 반사되어 시야 식별이 잘 되는 의복이 가장 자신의 안전에 유리하다.

다섯째, 신분증을 항상 휴대하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달린다.
응급 상황에서는 신분 확인이 구호의 과정을 훨씬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운동하는 것이 경찰과 같이 하는 경우 외에는 가장 안전한 겨울철 운동방법이다. 개와 같이 달리는 것은 두 번째로 안전하며, 혼자서 달려야 하는 경우에는 항상 해드폰은 절대로 사용하지 말고, 식구들에게 달리는 주로에 대해 알려 두어야 하며, 호르라기와 같은 비상연락용 장비를 갖고 다니는 것이 안전하고 즐거운 겨울철 달리기에 중요하다.

여섯째, 춥다고 옷을 너무 많이 껴입으면 열사병이 올 수도 있다.
달리기를 출발시점에서는 아주 추위를 느낄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옷을 두껍게 껴입으면 특히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탈수증에 빠질 수도 있다.

일곱째, 처음에는 바람에 맞서서 달리자.
그래야 후반에 바람을 등지고 돌아올 수 있어서 힘이 들지 않는다. 후반에 칼로리 소비가 많아서 열의 발생이 떨어질 때 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바람의 냉각효과 때문에 동상에 더 잘 걸리기 쉽다. 입술이나 다른 노출부위에 바셀린을 바르면 바셀린 피막이 피부에서의 체온소실에 대한 절연체로 기능을 하여 바람의 냉기에 의한 동상예방에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여름 만나서 함께 팀을 이루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던가 운동하던 친구들도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서 하나 둘 은거의 세계로 사라지고, 혼자만 따듯한 잠자리에 누워 '오늘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고민하지 말고, 지금 당장 일어나 달리기 신발을 신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시원한 냉기 속으로 가슴을 한껏 내밀어 보자. 친구가 없더라도, 잘 정비된 주로가 아니라도, 멋있는 운동복이 아니라도, 달리기용 신발 하나만으로도 자신만의 행복이 그 곳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즐거웠거나 아프거나 하는 과거의 기억은 앞으로 달리는 중에 귀 뒤로 스쳐 지나가고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장미빛 인생을 위한 명상의 시간을 바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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