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264219  작성일 200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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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재미있는 중앙마라톤을 위하여
“아침 최저기온 7℃, 낮 최고 기온 14℃, 아침부터 흐리고 곳에 따라 비가 오며 오후에 개인다.” 중앙 마라톤 대회가 있는 11월 4일의 기상 예보이다. 조금 쌀쌀한 날씨이다. 만약 바람이 조금 분다면 더 춥게 느껴질 수도 있다.

중앙마라톤 대회는 참가자들의 기록 달성에 도움이 되도록 주로를 지겹지 않게 변화를 주고, 주로의 고저 경사도도 최소화하여 정말 쾌적한 하드웨어는 만들었는데, 변수는 당일 주자 개인의 컨디션과 달리기 전략, 그리고 날씨의 도움여부에 달렸다.

마라톤에 단련이 된 사람들이라면 각자가 자신의 취약점을 보강할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문제가 다르지만, 경험이 거의 없거나 전무한 첫 마라톤 도전자들에게는 자신의 훈련 상태와는 전혀 무관한 문제들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예들을 들어보자.

첫째, 아침에 번호표와 스피드칩을 잘 챙겨야 한다.

토요일 저녁에 번호표를 셔츠에 달아두는 것은 좋다. 그런데 번호표와 같이 배달된 스피드칩은 그냥 대회장에 갖고 갈 배낭에 넣어두자.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신발에 달려고 신발장 위에 두었다가는 아침 출발시의 흥분 때문에 잊고 오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번호표만 달고 주로를 달릴 수는 있지만 스피드칩이 없다는 것을 안 순간의 당혹감과 좌절감을 극복하는데 5km를 족히 달릴 에너지가 소모된다.

둘째, 대회장에는 한 시간 전에는 확실하게 도착해야 한다.

대회장에 도착해서 할 일이 많다. 우선 옷 갈아입고, 물품 챙겨 맡기고 화장실 가고 배고프면 식사나 에너지 보충하고, 스트레칭 하고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고, 같이 갈 동료찾아야 하고..... 조금 늦게 도착해서 하나가 헷갈리기 시작하면 그 때 소모되는 에너지도 3km는 충분히 갈 만한 양이다.

셋째, 날씨가 춥다고 옷을 많이 입으면 안된다.

출발 전에는 몸도 데워지지 않고, 햇볕의 효과도 없고 긴장 때문에 근육들이 굳어서 더 추위를 느끼게 된다. 춥다고 옷을 두겁게 입으면 출발 후 10분만 지나면 땀이 나고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그런 갈등을 참고 이기는데도 5km를 가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출발선에 섰을 때는 약간 추위를 느끼지만 조금 움직이면 견딜만한 정도가 적당하다. 중앙마라톤 대회 때는 추위를 많이 느끼는 주자들은 기능성 긴팔셔츠와 롱타이즈, 장갑과 모자을 갖추어야 되겠지만, 추위를 덜 느끼는 주자라면 초보자라도 반팔 셔츠에 반타이즈, 모자와 장갑만 갖추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아침 8시에 출발하지만 우리가 돌아올 때는 한낮이니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만약 비가 조금 오더라도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조직위에서는 저체온증에 대한 대비로 구급차와 급수대에 보온용 담요들을 준비해주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싶다.

넷째,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자.

아무리 마력이 센 엔진이라도 평소에 잘 길들여져 있지 않다면 필요할 때 충분한 힘을 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체온이 상승되어야 한다. 체온을 상승시키는 순서를 이렇게해보자. 처음 대회장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고 물품을 맡기고, 우선 천천히 기분 좋은 속도로 한 10분 정도 걷자. 그리고 몸이 조금 풀리면 스트레칭을 한다. 스트레칭은 발바닥-발목과 이킬레스 건-장딴지(비복근과 가자미근)-허벅지 앞쪽(대퇴사두근)-허벅지 뒤쪽(슬굴곡근)-허벅지 외측(장경인대)-엉덩이 근육(대둔근과 중둔근)-척추 뻗기와 비틀기-어깨와 어깨죽지-목의 순으로 한 곳에 20초씩 정적 스트레칭을 한다. 그 다음에 자신이 달리고 싶은 대회 속도로 한 5-10분 정도를 달린다. 이런 준비운동의 효과는 40분 정도 유지되기 때문에 너무 일찍 할 필요는 없으며, 가능하면 출발시간에 가까에 끝낼수록 더욱 만족스럽다.

이런 준비운동없이 뻣뻣한 근육으로 출발하는 것은 초반 2km에서 스쳐지나가는 주자들의 속도감을 감당하는데 5km를 갈 수 있는 에너지가 소모되거나 통제하지 못하여 쫓아갔다가 중반에 레이스 자체를 망치게 되는 원인이 된다.

다섯째, 같이 가고 싶은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부탁을 하자.

초보자들이 30km 이후에 힘든 이유는 에너지 고갈도 문제가 되지만, 그 에너지 고갈의 큰 원인이 주로에서의 자신의 속도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 페이스 메이커를 해준다면 그런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저절로 마라톤 후반의 달리기를 편하게 할 수 있다.

여섯째, 급수대마다 물을 마시자.

물은 어떤 메뉴들로 준비되어있는지는 모르지만, 가능하면 전반에는 이온음료를 마시고 후반에는 이온음료와 물을 교대로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초반에는 누구나가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후반에는 움직임의 강도가 둔화되기 때문에 이온음료에는 물과 약간의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는 동안 30초에서 1분 정도는 서 있지 말고 천천히 걸으면서 휴식을 취하자. 그 짧은 휴식이 후반에는 2km 정도는 달릴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초보자들은 이 여섯 가지만 잘 조절하더라도 후반 21km는 그냥 먹는 것이나 진배없다. 신문에서 보고 불안해 했던 마라톤 대회에서의 돌연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체적인 레이스가 편안하고 즐거워지면서 장거리 달리기를 택한 자신의 결정에 더없이 으쓱해 질 것이다.

자, 힘들었거나 참을 만했거나 이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무리 그 자리에 눕고 싶더라도 최소한 10분간은 걸어주자. 그래야 다리에 몰려있던 혈액들이 심장으로 되돌아와 허혈성 어지러움이나 쇼크를 피할 수 있고, 다음 날의 근육통도 줄일 수 있다.

스피드 칩을 반납하기 전에 물 한 병을 천천히 걸으면서 다 마시자. 필요하면 한 병 더 마셔도 되지만, 두 병째부터는 천천히 마시자.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고 나서 한 시간 이내에 소변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물을 자주 많이 마셔야 한다. 조직위에서 기념 메달과 함께 주는 빵과 우유는 그 곳을 벗어나기 전에 가까운 곳에서 먹는다.

가능하면 운동장을 나와서는 바로 목욕탕으로 가자. 목욕탕에 가서는 우선 샤워로 대강 먼지를 씻고 냉탕에 들어가 상체까지 담그지 않더라고 냉탕에서 걷기를 3분정도 한다음 온탕으로 가서 1분 정도 있다가 다시 냉탕에서 걷기를 반복 3~5회 정도 하고 나온다. 가능하면 사우나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사우나는 탈수를 더 조장하고 근육의 부종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높아 다음 날 근육통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몸이 깨끗해 졌으면 이제는 가까운 식당으로 가서 허기진 배를 채워보자. 가능하면 밥과 고기처럼 탄수화물과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좋다. 술도 조금은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되지만, 과음을 1주일 후로 미뤄놓자.

마라톤에 도전한 모든 주자들이여!
달리기는 우리의 인생처럼 언제나 끝이 있는 운동입니다.
끝까지 갈 마음만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가 언제나 승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힘내라, 힘!!!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중앙 일보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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