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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겨울만 되면 감기에 걸릴까? |
나는 왜 겨울만 되면 감기에 걸릴까?
환절기나 겨울만 되면 반드시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특히 환절기 때 밤낮의 일교차가 많이 벌어지거나 한 겨울의 차갑고 강한 바람이 센 날씨가 이어지면 영락없이 코를 훌쩍거리거나 기침을 콜록대며 다니게 된다. 왜 다른 사람들은 아프지 않고 별 탈 없이 씩씩하게 잘 견디는 것일까. 감기나 독감을 예방하려면 반드시 예방주사를 맞고 건강생활습관을 지켜야 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감기환자들은 개인적인 특성이 있다. 코감기를 달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목감기로 목소리가 탁해지는 사람도 있고 기침을 하거나 몸살과 오한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감기는 코, 목 등의 점막이 다양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병하는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 감기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우선 사람마다 코, 목 등 감기 바이러스가 자리잡는 부위의 저항력이 다르기 때문이며,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해당 부위의 저항력이 다른 부위보다 약하다는 말이다.
감기 증상은 다양하지만 크게 콧물, 코막힘, 두통, 미열 등이 주 증상인 코 감기와 인후통, 인후 건조증 또는 쉰 목소리 등이 주 증상인 목 감기, 그리고 기침, 가레 등이 주 증상인 기침 감기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코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흐르고 코가 막힌다. 콧물의 주성분은 아미노산, 탄수화물, 효소 등으로 정상 상태에서도 분비가 되나 밖으로 흐를 만큼은 아니지만, 코 감기 바이러스가 코 점막에 침투하면 이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코 조직에서 혈액 속의 수분, 백혈구 등을 더 많이 감염 부위로 내보기 때문에 콧물의 양도 많아지고 밖으로 흐르면서 코가 막히게 된다.
코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기 보다는 콧물과 코막힘은 감기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가벼운 증상이라서 대개 감기 초기에는 맑은 콧물이 나오고, 감기 말기에는 누런 콧물이 나온다. 조심해야 할 점은 코 감기에 잘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코 감기가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 주기적으로 콧물을 흘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축농증 등과 같은 호흡기 질환 이 있으면 이미 코 점막, 코의 온도 등에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감기와 상관없이 콧물이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코 감기에 걸리는 듯한 증상이 되풀이되는 사람은 알레르기성 비염나 축농증 등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목 감기에 잘 걸린다는 것은 평소 인두와 후두부의 면역력이 약해져 있어서 이 부위에 감기 바이러스가 잘 침투하게 되어 염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공기가 탁하거나 말을 많이 하는 등의 환경적 영향으로 목 감기에 잘 걸리게 되기도 한다. 사람의 목 안에는 여러 균들이 있어 편도선염, 인두염 등을 일으키게 되는데, 흡연 등으로 인해 기관지가 약해진 사람들이 목 감기에 더 취약한 이유도 균에 대한 저항력이 평소에 이미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침은 기관지 내에 고인 가래를 뽑아내 기관지 속을 깨끗하게 만들려는 정상적인 인체의 생리 반응이다. 기침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대개 목 감기와 동반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 감기에 취약한 사람들이 기침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침 감기가 오래도록 지속될 경우 위의 코감기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관지나 폐의 다른 이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감기 뒤끝에 기관지가 예민해져 오래 기침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원인에 의해 장기간 기침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침을 3주 이상 한다면 만성기침이라 할 수 있다. 비염, 축농증이 있거나, 흡연자 또는 간접흡연에 장기간 노출된 사람에게서 만성 기침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천식, 폐결핵, 폐암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으므로 기침 증상이 오래간다면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최근 미국 카네기 멜론대 심리학과 교수 팀이 18~55세의 건강한 자원자 152명의 콧속에 감기를 일으키는 라이노 바이이러스를 주입한 뒤 5일간 격리시켜 감기에 걸리기 쉬운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주입 전에 채취한 혈액 샘플을 통해 바이러스와 싸우는 백혈구의 한 종류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백혈구 세포의 DNA 양끝에서 보호마개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에 주목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을 할 때마다, 그리고 사람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점점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짧은 백혈구 세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며 스스로를 복제할 때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감염에 대항하는 효율이 떨어진다.
바이러스를 주입한 자원자들은 5일이 지나자 69%가 호흡기 감염증을 보였다. 이는 콧구멍 속에서 바이러스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22%가 콧물, 코막힘 등의 실제 감기 증상을 나타냈다. 감염율은 텔로미어 길이가 가장 짧은 그룹은 77%, 가장 긴 그룹은 55%였다. 실제 감기 증상은 텔로미어 길이가 짧은 그룹에선 26%, 긴 그룹에선 13% 나타났다. 또한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짧으면 감기에 더욱 쉽게 걸렸다. 약 22세부터 텔로미어 길이는 감염여부를 예측하는 지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텔로미어 길이는 스트레스와 생활양식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며 심리적 외상을 겪은 성인은 그 길이가 짧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리가 젊은 시절부터 스트레스 감소나 생활양식 변화를 위해 뭔가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단축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규칙적인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생활 습관을 통해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30분씩만 운동을 하면 가을과 겨울에 유행하는 감기를 떨쳐버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팔래치안주립대학교 데이비드 니만 교수팀은 18~85세의 건강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가을과 겨울 12주 동안 얼마나 자주 운동을 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건강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조사에서 알려졌다.
그 결과에 의하면, 일주일에 5일 이상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감기를 앓는 기간이, 일주일에 한번 운동하거나 아예 않는 사람에 비해 43~46% 더 짧았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감기에 걸리더라도 41%나 가볍게 앓았다. 또 나이가 들수록, 결혼을 한 사람일수록 젊고, 혼자 사는 사람보다 감기에 덜 걸렸다. 나이든 사람은 젊은 사람보다 감기를 이겨내는 항체가 더 많으며 결혼한 사람은 다른사람 때문에 세균에 노출될 확률이 혼자 사는 사람보다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운동은 면역 세포를 자극해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들기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할수록 면역세포는 병원체의 침입을 막기 위해 더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감기가 유행하는 추운 계절에 운동은 감기를 이겨낼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날씨가 차더라도 집근처 공원에서 따뜻한 햇빛 속에 적어도 하루 30분 동안 숨이 찰 정도의 중간 강도의 달리기나 파워 워킹,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의 효능은 거의 만능으로 알려져 있지만 감기도 예방해 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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