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1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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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 달릴수록 부자가 된다
달리면 달릴수록 부자가 된다

달리기는 최소한의 의복만으로 몸을 가리고 거의 벌거벗은 채 달린다. 그만큼 초기 원시인들과 비슷한 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세상을 마주한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 자기가 보고 있는 사람이 달리는 사람, 즉 주자라는 사실을 외모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게 된다.

주자 자신과 일치하는 이같은 투명한 정체성이 말과 사회적 관계나 어떤 책략에 의해 흐려질 수 있다. 그러므로 주자의 보이지 않는 이면서어 차분한 진실을 밝혀내야만 한다. 자연스러움은 자연이지만, 확고한 진실이 머무는 유토피아적이고 이상적인 자연은 아니다. 자연이라 할 때 우리 머리 속에 떠오르는 말은 원시적이며 비문명화된 자연이다.

또는 세련되지 않고 추잡스럽고 파렴치하며 비인간적이고 동물적인 약육강식의 자연일 수도 있다. 우리의 육체는 관습과 규칙을 고려하지 않고 입력된 대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대의 원시인들인 주자들은 부도덕하지 않다. 훌륭한 교육과 습득한 가치, 위선으로부터 얻어낸 모든 것을 고발하기 위해 자신의 몸의 생물학적 기능을 긍정할 뿐이다.

주자들은 언제나 잘 정비되고 규격화된 도시 안의 좁고 불안정한 사적인 공간보다 더 넓은 야외의 안정된 공적인 공간을 좋아하고 중요시한다. 사적인 것이란 곧 익숙해진 열정의 내밀함과 욕망의 비밀, 벽의 보호와 소유를 의미하지만, 공적인 것은 야망과명성,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경쟁,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적 정체성을 뜻한다.

주자들은 자신이 집 밖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세상의 밖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그래서 간혹 사적인 비열함과 공적인 악덕을 혼동할 수도 있다. 그래서 주자들이 때때로 마치 이방인인 듯한 모습으로 야유하고 빈정대고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서로 겹쳐놓는 실수를 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여러 환경의 변화무쌍한 주로를 달리면 자신이 생각을 많이 했다고 믿고, 모든 것을 달리기에 적합한 것을 고르는 기준에서 세상을 평가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을 마실 컵은 필요하지만, 물을 마시기 위해 꼭 멋지고 비싼 컵이 필요하지는 않다거나, 침대는 잠을 자는 데는 유용하지만 그렇다고 잠을 자기 위해 장식이 달린 침대는 필요없다는 식이다.

정말 급하면 물을 마시는 데 컵까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급하면 입을 냇가에 대고 마시거나 두 손으로 떠먹을 수도 있고, 넓은 나뭇잎을 잔 대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는 데 있어서 두 다리만 있으면 충분한 것이지 다른 물건들은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달리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그렇게 달리는 데 불필요한 모든 것을 버리다 보면 꼭 필요한 것이 나타날 때까지 아주 적은 것에 만족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더 고되고 힘들고 까다롭지만 만족하고 달린다. 이것은 체념과는 다른, 일종의 초월이며 절대적인 힘의 확인으로 이어진다. 유용함의 범위를 넘어서 초월한 필요품에 대한 만족은 일상에서의 궁핍의 의미를 뒤바꾸어놓을 수 있다.

왜냐 하면 달리는 사람은 자신이 절대자이며, 주로는 자신의 영지이기 때문이다. 한번 획득한 필수품은 절대로 부족해지지 않으며, 달리는 내내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유의 결론은 가난함조차도 부유함으로 전환되고, 불완전함도 완전함으로 인식되고, 괴로움도 견딜 만한 일상의 행복으로 급변하게 된다. 집이나 세상에 속박되지 않으며 집을 떠남으로써 어느 것에도 매달리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절대적으로 자유롭고 도발적 건강과 무한정 나눌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달리는 주자에게는 아무 것도 부족하지 않다. 달릴 수 있는 주로는 언제 어디서나 끊임없이 이어지며, 길이 없으면 스스로 만들며 나아갈 수도 있다. 이리 저리 떠돌아 다니며 먹고 마시는 등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유용함과 무용함의 분별을 넘어서 꼭 필요한 것인 문화적 사물들의 세계까지도 인간을 소외시키고 빈약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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