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성자 |
 |
이동윤 |
작성일 |
 |
2016.04.24 |
|
|
첨부파일 |
 |
|
|
|
|
 |
달리기의 체험은 의심의 여지 없이 즐거움의 재정복이다 |
달리기의 체험은 의심의 여지 없이 즐거움의 재정복이다
살아가다 보면,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고 끈질기게 계속하게 된다. 아무도 몰라주는 데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그 일은 이루어지고, 그 뒤로는 수월하게, 점점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이 빠르게, 잘 이루어진다.
훈련을 통해 최초의 무기력 상태를 극복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훈련에 반응하는 것이다. 즐거움은 이루어진 결과에 대한 만족스러운 시선도 아니고 승리에 대한 감동도 아니며, 성공했다는 만족감도 아니다. 오히려 편안함 속에서 드러나는 에너지이며, 자유의 확인이다.
즐거움은 하나의 신체활동이다.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을 쉽게 해내는 것이며, 자기 정신과 육체의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찾아내고 발견하는 것이 생각의 즐거움이 되고, 어려움 없이 해내는 것이 몸의 즐거움이 된다. 달릴 때의 즐거움은 졸졸졸 끊이지 않고 흘러가는 시냇물의 맑은 소리와 같다.
물론 어느 정도 애쓰며 힘들어하기도 하고, 이따금 만족감도 느끼게 되겠지만, 힘들게 올라온 가파른 언덕길을 흐뭇하게 내려다 보는 기분이 즐거움이다. 높이가 얼마가 되는지, 시간을 얼마나 소용될지, 해발 몇 미터가 되는지 등의 계산할 기회를 맞게 되면 경쟁이 되어버리고 즐거움은 사라진다. 그래서 달리기와 달리 고산 등반은 자기도취적인 만족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조금 불순하다.
달리는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허세로 가득 찬 환호성이 아니라 가장 근원적이고 자연적인 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의 몸을 느낄 때의 단순한 즐거움이다. 어린 아리의 달리는 모습을 보라. 막 걸음을 내디딜 때와 같은 환한 빛이 얼굴에 배어난다. 달리기는 중독성이 있다.
그렇지만 마약 중독자와 달리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학대하거나 질책하지 않는다. 아무리 기록이 나쁘게 나와도 그들은 밝게 웃는다. 달리기를 계속 하다보면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달리기 그 자체가 되는 일이 일어난다. 이 진정한 황홀감은 순환적이며, 충만함으로 이해되는 존재의 즐거움이다.
행복하기 때문에 달리고, 달리기 때문에 행복하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깊이 깨닫게 된다. 달릴 때 느끼는 계속 은은하게 경험하는 즐거움은 내 몸이 이 달리기 동작에 얼마나 잘 적응되어 있는지, 어떻게 매번 내딛는 발걸음에서 다음 발걸음의 잠재성을 발견해내는지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달리는 동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 갈 뿐이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서 좋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는 달려가면서 그저 달리려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칙적으로는 공백 속을 달린다. 달리고 있을 때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비슷하다. 여러 가지 형태의 여러 가지 크기의 구름. 그것들은 왔다가 사라져간다. 그렇지만 하늘은 어디까지나 하늘 그대로 있다. 구름은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하다. 그것은 스쳐 지나서 사라져갈 뿐이다. 그리고 하늘만 남는다.
단순히 스스로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가장 크고 가장 순수하고 가장 강렬하며 절대적으로 소박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산다는 즐거움, 그것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나와 세상의 존재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경험하는 즐거움이다. 몸이 부드럽게 춤추면 나는 거기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