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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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뉴스프레스152]지루한 달리기 운동...권태감을 줄이는 방법
[조선뉴스프레스152]지루한 달리기 운동...권태감을 줄이는 방법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하면서 달리기를 해보라고 이야기하면 활력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반복적인 단조로움에서 오는 따분한 권태감 때문에 오래 집중해서 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권태감은 단지 정신 상태만은 아니다. 그럴 때는 권태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은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2.5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권태감을 단지 정서적인 상태로만 보지 말고 나 자신의 가치를 향해 천천히 꾸준히 변화해 갈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것이 좋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권태감이 어떻게 나 자신을 좌절시키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 자신에게 별로 중요하지도 않아 보이는 일에 많은 시간을 쓰느라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바로 권태감이 온 것이다. 이를 경고로 여기고 각성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권태감은 계획의 부재, 전망의 부재다. 할 일이 없어서 자신의 주변을 뱅뱅 도는 것이다. 기다리기는 하지만 분명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육체는 매 순간을 메우려고 필사적으로 애쓴다. 부동성에 대한 공허한 저항이다. 할 일도 없고, 무슨 일인가 하려고 애쓰지도 않으면서 나 자신에 절망한다. 매 순간 되풀이 되는 불만족이며, 시작하는 것에 대한 싫증이다.

달리기는 지루하지 않다. 그냥 단조로울 뿐이다. 우리는 규칙적인 발걸음으로 계속 움직여 어디엔가를 간다. 달리기에는 규칙성과 리드미컬한 운동성이 존재하기에 공허한 동요로 유지되는 권태로움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래서 예전부터 좌선 수행을 하는 스님들은 일과 중에 항상 주기적으로 산책을 하고 있다.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앞으로 달려가는 달리기를 우울하거나 불안한 방황과 구분해야 한다.

생각이 막힐 때일수록 그냥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조금더 열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권태감이 나의 계획을 전부 망쳐버리게 된다. 지루하게 느끼는 것은 단지 감정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한가하거나, 불평하거나, 미루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포함하는 경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덜 지루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좀 더 정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평지에서 달리기보다 산이나 언덕에서 달리면 훨씬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달리기가 즐거워진다. 달리기는 사유를 자극하고 더 깊이 성찰하고 더 심오한 것을 창작하기 위해서, 정신은 단련되어 있는 몸을 이용해야 한다. 정신은 절대로 혼자 가지 않는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신도 잠을 잔다. 육체의 도약으로부터 자극을 받아야 다시 정신과 생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루할 정도로 단조로운 순간을 전혀 없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가장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할 때는 재미있지 않는 순간일 때가 대부분이다. 웃으면서 극장을 나올 때보다 하루 종일 열심히 업무에 집중한 뒤 사무실을 나올 때 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걷는다는 것은 곧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고, 움직인다는 것은 달린다는 의미이고, 달리기 시작하면 규칙성이 몸을 흔들도록 만들고, 흔들림은 다시 철학적 사고를 시작하게 만든다.

우리 뇌는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보상영역이 활성화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낯설고 참신한 경험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시켜 뇌의 보상영역을 활성화한다. 거실에 놓인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면 지루하지만 야외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면 행복감이 드는 이유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려면 지루함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을 산란하고 어수선하게 만들면 지루할 새가 없다. 달리기 운동을 할 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 정신을 산만하고 어수선하게 만들어 지루할 사이가 없게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들뜨고 설레는 기분을 촉발하는 음악을 들으면 달리기의 지루함이 상쇄된다. 음악듣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운동할 친구를 만들어 말동무와 함께 달리다보면 길게 생각됐던 운동코스가 짧게 느껴진다.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나 지하철역에서 직장으로 걸어가는 길은 넋놓고 걸어도 잘 찾아갈 수 있다. 매일 왕복하는 친숙한 길은 자동항법장치처럼 저절로 가게 되지만, 익숙한 만큼 흥미로움은 없다. 달리는 사람들 대부분도 매일 같은 코스를 걷거나 달리며 운동한다. 이는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평소 다니지 않던 새로운 길을 개척해 걸으면 지루함이 줄어든다. 새로운 장소를 걷는 일은 창의력을 향상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

지루함을 덜기 위해 운동친구를 만드는 건 좋지만 간혹 운동사기를 떨어뜨린다거나 의욕을 꺾는 친구가 있다. 서로 선호하는 운동방식이 달라 분열이 일어나기도 하고 휴식이나 간식을 종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갈등이 벌어지면 운동의욕이 떨어지고 운동이 더욱 따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땐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각자 운동하는 편이 낫다. 혼자 하는 운동이 지루하다면 60분 운동을 20분 운동 뒤 초콜릿 한 조각을 먹을 수 있는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끊어 운동하면 시간이 좀 더 빨리 흐른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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