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떤 모임에서 한 분이 하신 말씀입니다. "펀런이 무조건 천천히 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데, 대부분은 대회에서 문제가 생기면 천천히 가는 것을 펀런한다고들 이야기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정말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펀런한다는 것은 울트라 주자들이 쉬지 않고 즐겁게 먼거리를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처럼, '달리고 싶은 마음이 계속 지속되는 즐거운 달리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빨리 달리다가 힘에 부쳐서 할 수 없이 속도를 떨어뜨리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마라톤이라는 장거리 달리기는 '도전한다는 용기'와 '완주에 따른 자신감 고취'가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우리는 도전한다는 용기가 너무 지대하여 몸이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마라톤 대회에 출전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 '나 자신의 의지와의 싸움'이라고 전투의지를 북돋우면서 말입니다. 5km나 10km 대회는 우습지요. 한번 정도 멋모르고 나가거나 많은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단거리 대회는 어린이들이나 가는 곳인 것처럼 편향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마라톤의 완주시간을 계산하는 방법은 자신의 5km나 10km완주 속도가 얼마나 되는가에 달려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 자신이 이번 마라톤 대회에서 얼마의 속도로 달리면 적당한가를 계산하는 '5%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마스터스 주자들이 참가하는 대회 거리가 2배 늘어나면 속도가 5% 늦어지고, 거리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속도가 5% 빨라진다는 일반적인 경험에 의한 법칙입니다. 예를 들어 5km를 km당 4분에 주파한다면 10km는 km당 4분 10초의 속도로 달리는 것입니다.
둘째, 자신의 마라톤 완주시간도 최근의 10km 완주시간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최근의 10km 주파시간에 4.65를 곱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10km를 45분에 주파했다면 45x4.65=209.25로 약 3시간 30분이 마라톤을 완주할 예상시간이지요.
셋째, 안전한 마라톤 완주를 위해 어떻게 페이스를 배분할 것인가도 최근의 10km 대회 기록을 이용하여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라톤에서는 초반에 힘을 아꼈다가 후반에 힘을 발휘해야하나 초반을 너무 느리게 완주하면 후반에도 만회가 힘이 들기 때문에 전반과 후반의 주파시간이 km 당 3-4초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안전범위입니다. 예를 들어 10km 대회를 40분에 완주하고자 한다면 안전범위는 30-40초이다. 그러므로 처음 5km는 40분의 절반인 20분에서 30초를 빼거나 더한 범위인 19분 30초와 20분 30초 사이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10km 대회기록이 자신의 마라톤 기록과 정비례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마라톤완주시간을 앞당기고 싶다면, 10km 대회에 나가서 최선을 다했을 때 자신의 기록이 얼마나 빨라질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또 다른 관점에서는 5km와 10km 대회에서 건전한 런티켓에 맞는 마라톤 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 있어야 합니다. 출발전에 500cc정도만 물을 마신다면 1시간 정도는 중간 급수가 없어도 안전하지만 우리는 쓸데없이 급수대를 초과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에 대한 의문은 갖지 않습니다. 5km나 10km대회에 무슨 필요에 의해 스피드chip을 사용하는지 아무도 조직위에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참가비 비싸다는 타령만 하고 있습니다. 우회로가 없는 간선도로를 막아두고 달리면서 급한 일로 가지 못하여 발을 구르고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참아주지 못한다고 오히려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고3 자녀가 길이 막혀 차가 못와서 중요한 학원에 못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그 부모님들이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더불어 사는 사회에 필요한 런티켓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대회가 바로 단거리 대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