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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심장발작에 좋은가? 아니면 나쁜가? |
올해도 달리기 중이나 달리기 후에 심장발작이 일어나 사망한 파악된 숫자만 9명이다. 한번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언론에서는 달리기는 사실로 생각보다 위험한 운동이라고 은근히 위협적인 암시를 하기 때문에 장거리 주자가 아니라 일반적인 조깅족들까지 "달리기가 좋은 운동이긴 하지만, 위험하다니까.....?!"하면서 다른 운동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운동을 하지 않고 좌업생활만 하는 사람보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콜레스테롤 수준이 낮아지고, 혈압을 낮추며, 심장발작에 따른 사망의 위험이 훨씬 낮아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즉 심장발작의 측면에서만 보면,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운동하는 사람이 더 좋고, 조금 하는 사람보다는 조금 더 하는 사람이 더 좋다.
심장발작의 위험에 대한 운동의 효과들은 항상 모순되거나 역설적이며, 많은 오해들이 만들어져 왔다. 첫째, 젊은 주자들도 운동 중에 사망할 수 있다. ''돌연사'라는 말은 어떤 한 사람의 사망율에 대한 비특이적이며, 일종의 상대적인 표현이다. 의학적인 표현으로는 치명적인 심부정맥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심장의 규칙적 수축은 전기적인 자극체계에 의하여 조절된다. 그러나 치명적인 부정맥이 있는 경우에는 전기적인 자극들이 무질서하게 혼란이 와서 심장의 수축이 빠르고 불규칙하며, 비효율적으로 되어, 뇌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여 의식이나 결국에는 생명까지도 잃게 만든다. 35세 이하의 젊은 주자들에게 나타나는 이런 부정맥은 주로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서의 전기자극의 전달체계나 심장의 구조에 이상이 있는 선천성 심장기형이 원인이며, 35세 이상에서는 주로 관상동맥의 동맥경화증때문에 나타나는 심장발작이 원인이다.
달리는 사람들의 돌연사에서 젊은 사람들의 비율은 아주 적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에서 달리기와 관련하여 사망한 18명 중 5명이 35세 이하였다. 젊은 사망자들의 심장병의 기왕력 여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외국의 경우 모든 예에서 부검이 이루어졌고, 거의 모든 예에서 심장의 이상이 발견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부검이 이루어진 1예에서도 심장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돌연사를 유발하는 심장의 이상들은 심근, 심근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심장의 전기자극 전달체계, 심장판막 등 다양하다. 가장 흔한 이상이 심장의 벽이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병증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운동 중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증상이 한번이라도 경험한 주자들은 반드시 자세한 검사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심혈관질환이라는 새로운 진단을 받은 주자들은 한결같이 달리기에 대한 열정이나 대회에서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스릴, 혹은 체력향상에 대한 열망 등으로 자신들의 훈련을 줄이거나 그만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마지 못해 받아들이거나 마음 내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사실을 무시하려는 경향들이 많다.
둘째, 35세 이상에서의 운동중에 나타나는 돌연사는 거의 대부분이 심장발작 때문이다.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조금씩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이라는 지방 덩어리들이 쌓이는 동맥경화증이 원인이다. 이런 지방 덩어리들이 부서지면서 떨어져 나온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아버리면 관상동맥에서 정상적으로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던 심장의 해당 근육들은 산소결핍증에 걸리게 된다. 이런 빈혈상태의 심장근육에서는 심장수축을 위한 전기자극이 비정상적인 전기회로를 형성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부정맥형태의 심장발작을 유발한다.
왜 달리기나 눈을 치우거나 혹은 성행위와 같은 운동이 심장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는데 대해 설명이 될 수 없었으나, 1993년에서야 심장발작의 위험이 휴식 때보다 운동 중이거나 직후 30분 이내에 2-6배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다.
달리기는 심장에 전기적 자극을 주어 심장의 수축을 빠르게 하며, 심장이 수축할 때마다 박출되는 혈액의 양인 심박출량이 증가된다. 그 만큼 심장근육이 피로하게 되고, 그런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야하는 관상동맥을 통한 혈액량도 그 만큼 증가하게 된다. 즉 심혈관 질환이 있는 주자들은 달리기 도중에 동맥경화를 이루고 있는 지방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관상동맥을 막게 되면 관상동맥에서의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심장발작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달리는 도중에 사망할 절대적인 위험은 150만번의 신체활동 중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하는 정도로 아주 낮다. 전체 운동과 관련된 20번의 심장발작 중에 달리기로 인한 심장발작은 단 한번 밖에 안된다. 더구나 이런 위험들은 주로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거나 전적으로 좌식 생활만 하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한번씩 운동하는 사람에 비해 아주 위험이 낮게 된다.
알려진 심혈관 질환의 일차적 위험인자들로는 나이, 남자, 고혈압, 고콜레스레롤혈증, 흡연, 당뇨병, 심장발작의 가족력이다. 이런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심전도와 운동부하검사를 포함한 자세한 의학적 검사들을 받는 것이 좋다. 만약에 심장관 질환으로 진단이 되더라도 적절한 의학적 치료와 적절한 강도의 운동으로 심장병으로 인한 운동과 관련된 돌연사의 위험을 상당부분 감소시키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현대 의학에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운동이 비록 어떤 개인들에게는 돌연사의 위험을 높이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운동의 체력적인 건강에 대한 이점들의 그런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대부분의 대단위 연구에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심장발작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트레드밀을 이용하여 운동능력을 검사한 어떤 연구에서는 체력적으로 건강할수록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율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이미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적당한 강도의 운동이 다른 심장 발작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운동의 심장발작 예방효과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운동을 하면 좋은 콜레스테롤은 증가하지만 나쁜 콜레스테롤은 감소하고, 혈압이 낮아지며, 당뇨병의 발병이 감소된다. 뿐만 아니라 운동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혈관벽들이 튼튼해지고, 혈전을 형성하는 혈소판의 능력에 변화가 오며, 심장의 전기적 체계에 대한 조절이 이루어진다.
그러면 어느 강도의 운동이 심장발작의 예방효과를 최대로 할 것인가?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하루 약 30분 정도 속보로 걷는 것과 같은 중간 강도의 운동이 잇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달리기와 같은 더 강한 강도의 운동이 중간 강도의 운동보다 더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만큼 더 효과적이라거나 차이가 없다거나 아직도 논란들이 많다.
오히려 운동 강도보다는 밀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당 누적 거리 혹은 1년간의 총 운동일수와 같은 운동의 양이 속도와 같은 운동강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생을 달리기를 한 주자들은 수십 년간의 규칙적인 달리기로 이미 심장이 달리기에 적응이 되어 있기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에서 가장 잘 보호되고 있다. 즉 달리기가 심혈관 질환의 가장 강력한 방어인자이며, 규칙적인 운동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암율을 30-50%까지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마라톤 대회에서 한 번 완주를 하기 위해서 좌식 생활을 떨치고 갓 나온 주자들은 주자로서 칭찬받을 만한 목표를 이룰 수도 있으며 2차적인 건강상 이점들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열심히 하는 주자로서의 위치에 걸맞는 일정 정도의 심혈관계 질환으로부터의 보호는 얻지 못한다. 또 다른 의미에서는 평소에 주말 등산을 열심히 했다고 해서 달리기에 적응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 3년 이상 달리기를 꾸준히 해오지 않았다면 마라톤 대회에 나가 갑자기 빨리 달리거나 너무 장거리를 한번에 달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달리기에 대한 불합리적이며 모순된 반응들이 주자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장단점을 잘못 이해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주자들의 돌연사는 상당히 광고성이 높으며, 기억이 선명한 이야기꺼리이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이환율과 편견에 대해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또 이와 반대로 일부 과격한 주자들은 그들 자신의 개인적인 위험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운동의 심혈관계 이점들에 대한 믿음이 잘못된 불패신화를 만들게 하기고 하며, 심한 극기주의에 빠져서 경고증상들을 무시하게 되기도 한다. 주당 누적거리와 무관하게 나이나 가족력과 같은 일부 위험인자들은 변화시킬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달리기라는 운동의 장단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달리기 열풍과 달리기 의 심혈관계에 미치는 장점 때문에 즐기게 될 삶의 질 못지않게 자신의 개인적인 위험인자에 대한 고려도 잘못된 기대나 욕심 때문에 항상 놓치면 안될 것이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지구사랑 달리기 클럽/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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