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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과 성공적인 장거리 달리기 |
고혈압, 심장병과 같은 만성 퇴행성 질환들은 아주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그 과정의 어떤 시점에서 합병증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에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질병의 어떤 확실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스스로 건강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자신 만만해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협심증과 같은 심혈관계와 관련된 질환이 있다고 진단을 받고 나서는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우들 주위에서 많이 본다.
지금까지는 통상적으로 울혈성 심장병환자들을 포함한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운동을 피하고 안정을 취하도록 권유하고, 또 환자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심장병 환자들도 운동으로 예후가 좋아지며, 운동으로 인한 위험도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특히 울혈성 심장병이나 관동맥 패쇄에 의한 심근경색의 병력이 있거나, 심장혈관 확장을 위한 풍선주입술을 했거나 심장혈관의 우회수술을 받은 사람들, 혹은 운동시 가슴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규칙적인 운동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장거리를 잘 달리는 열쇠는 운동근육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혈액을 공급해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을 담당하는 조직이 심장과 동맥이다. 심장에서 1분간 박출되는 혈액량의 일부가 운동근육의 유산소적 에너지 생산능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포함한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장의 좌심실의 용적이 늘어나며, 좌심실의 벽도 두꺼워져서 심장비대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변화가 심장의수축력을 증가시켜 심장의 혈액 박출력을 증가시킨다. 이를 위해 심장으로 가는 관상동맥의 최대 혈류량이 증가되며, 또한 관상동맥의 직경이 증가된다는 것이 알려졌다. 관상동맥이 차단될 때 심장의 모든 부위로 혈액을 제공하는 측부동맥의 순환이 증가된다는 보고들도 있다. 49세 때 마라톤 기록이 2시간 29분이었던 Hal Higdon의 심장은 좌우직경이 15.5cm로 나이, 키, 체중이 비슷한 일반인보다 약 50%나 더 컸다고 한다.
일반 성인의 안정시 분당 심박수는 70-75회 정도이지만,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서는 일반 성인들보다 최소한 10회/분 정도 적은 평균 분당 심박수는 60회 내외로 감소된다. 전성기의 황영조 선수나 Hal Higdon의 안정 심박수는 분당 32회에 불과했다고 하는데, 심장이 한 번 수축하면서 박출되는 혈액량이 일반인의 약 2.5배에 달할 만큼 많다는 것이다.
1,000회 이상 마라톤 경기에 참가했고,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7번이나 우승한 DeMar선수의 사체부검에서 심장 무게는 340g으로 일반인의 300g보다 무거웠고, 좌심실벽의 두께는 18mm(일반인:10-12mm), 우심실 벽은 8mm(일반인: 3-4mm), 관상동맥은 일반인보다 2-3배가량 컸다고 한다. 이런 큰 관상동맥이 있기 때문에 힘든 훈련 중에도 심장근육으로 충분한 혈액을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라톤을 위한 장거리 훈련이 심장을 강화시키고, 심장혈관계의 효율성을 강화시킨다는 증거는 많지만, 그런 훈련이 관상동맥의 퇴행성 질병인 동맥경화를 완화시키거나 예방한다는 증거는 없다. 장거리 달리기가 심장에 주는 부담은 엄청나지만, 심장병이나 비정상적인 심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장거리 달리기가 사망의 위험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우리 몸은 훈련에 의하여 자연적인 보호작용을 통해 심장의 과로를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거리 주자의 심장의 특성을 일반인들과 동일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인들에게는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심전도 이상이 훈련된 장거리 선수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5세 이상의 연령에서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기 전에 반드시 심전도등의 일반적인 검사를 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운동강도를 정하여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달리기가 흡연을 줄인다는 직접적인 보고는 없지만, 금연에 간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경도나 중등도의 고혈압(140-159/105-114mmHg)을 가진 사람들은 달리기를 통해 대략 10mmHg 정도의 이완기와 수축기 혈압이 감소되지만, 그 이상의 삼한 고혈압에는 유산소성 운동이 거의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달리기를 하면 총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LDL-cholesterol)의 감소는 10% 이하이지만, 좋은 콜레스테롤(HDL-cholesterol)은 비교적 크게 증가되고, 중성지방(trigliceride)은 많이 감소한다. 달리기를 하면 혈장의 용적이 증가되기 때문에 HDL-cholesterol의 증가율이 혈장 증가와 비슷하다면 전체적인 검사에서의 HDL-cholestrol의 양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운동 후에 좋은 콜레스테롤의 양이 정상이더라도 사실은 최소한 혈장이 증가된 만큼 좋은 콜레스테롤의 양도 늘어난 셈이 된다.
심장이 약하다고 할수록 왜 운동을 하여야 하는가?
심장병을 가진 사람들이 운동을 하면, 관동맥내에 쌓인 지방질들이 제거되거나 제한되며 심장으로의 산소 공급이 증가하고, 체력수준이 증가되면서 자신감이 향상되며 사망할 위험이 그만큼 감소되고,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혹은 사회적 고립감이 감소되면서 전반적인 건강에 대한 느낌이 향상된다.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숨가쁜 증상과 체력저하에 따른 허약함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더 멀리 걸을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피로를 덜 느끼게 되고, 더 오래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또한 운동은 관동맥질환, 당뇨병, 고혈압이나 고지혈증과 같은 다른 건강상 문제들을 예방하거나 억제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
심장이상이 있는 환자들의 운동에 대한 일반적인 가이드 라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에게 가서 울혈성 심장병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의학적인 처방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적당한 운동 강도를 결정하고 운동에 대한 신체상의 반응들을 살피기 위하여 운동부하검사도 반드시 포함하여야 한다.
둘째,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심장병 환자들을 위한 가장 좋은 운동은 다리처럼 큰 근육들을 장시간 리드미컬하게 사용하는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와 같은 운동을 맥박이 오르고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것이다.
셋째, 인터벌 훈련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천히 출발하여 몇 분간 걷고 나서 조금 쉬었다가 또 걷기를 반복하는 일종의 인터벌 훈련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몸의 적응 정도에 따라 시간과 속도를 증가시켜 주 3-4회, 한번에 30-40분간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15분씩 나누어 해도 된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걷기나 고정식 자전거를 편안한 속도로 2분간 하고, 1분 휴식하는 것을 5회 반복한다. 주간 단위로 2-3분씩 운동시간을 늘이고 휴식시간은 2-3분으로 제한하다가 총 운동시간이 40분에 도달하면 중간 휴식을 없앤다. 걷기 훈련을 1달 이상 계속했다면 자전거 타기와 같은 다른 대체운동을 걷기 운동 다음에 하도록 한다. 그리고 가벼운 근력운동도 한번씩 한다.
넷째, 운동을 시작하면 첫 수주간은 다리가 붓거나 약한 정도의 피로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슴통증, 체중증가, 발목 부종, 복부 팽만, 휴식시의 맥박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편안해질 때까지 운동을 중지하고 주치의와 의논한다. 또 운동시간을 바꾸던가 식사나 약물복용후 즉시 운동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증상이 완화되는 수도 있다.
즉시 운동을 멈추고 주치의나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하는 심장위험을 경고하는 증상들은 다음과 같다. (1)부정맥이라 불리는 불규칙하거나 비정상적인 심장박동, (2)운동 중이나 직후에 느끼는 가슴통증이나 압박감은 심장이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다는 신호이다. 이런 신호는 왼쪽 팔이나 등, 인후부, 상복부를 포함하여 목에서 배꼽까지 어디든지 방사되는 통증이나 압박감이 있다. (3) 운동 중이나 운동직후에 나타나는 어지러움증은 심각한 혈액순환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증상일 수 있다. (4)숨이 이상하게 더 가쁘다. (5)구역질이 난다. (6)운동 중이나 직후의 비정상적인 피로감은 심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다섯째, 준비운동을 10분 이상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며, 첫 10분은 천천히 걷거나 가볍게 달린다. 운동 후에도 5분 이상 천천히 걷고 나서 스트레칭을 하여 반드시 몸을 이완시켜 준다.
여섯째, 그 외에도 심장이상이 있는 환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들이 있다.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저 열량 식품과 곡류, 과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고, 금연하고 평소 복용하는 약물을 잘 챙겨 먹으며, 스트레스 관리와 해소법을 숙지하고 정기적인 신체검사를 받는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지구사랑 달리기 클럽/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이 글은 코리아 오픈 마라톤 대회 잡지에 실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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