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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왜 추워질까? |
보통 우리는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대회에서 주자가 쓰러졌다고 하면 탈수에 의한 일사병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일사병은 사실 자신의 최대 속도로 달리는 5-21km의 경기에서 더 잘 발생하며, 마라톤처럼 상대적으로 느리게 달리는 장거리 달리기는 그 자체가 더위 등 환경적인 요인과 무관하게 일사병의 위험을 예방하고 있다. 장거리 달리기에서의 주요 환경적 위험은 체온 상승에 따른 일사병보다도 오히려 체온 감소에 의한 저체온증이 더 위험한 상태이다. 즉 장거리 마라톤 대회에서는 더위보다는 추위가 더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실지로 12년 동안의 미국 트윈시티 마라톤 대회의 분석에 따르면 일사병보다 저체온증이 거의 세 배나 많이 발생하였다.
앞쪽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은 피부 주위로 많은 공기가 스쳐지나 갈 때의 대류작용으로 열을 빼앗아 가게 된다. 달리기 자체도 앞으로 나아가면서 바람이 부는 것과 동일한 대류효과를 통한 열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아주 바람도 없고 더운 상태에서는 적절한 열손실을 유발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 또 뒷바람의 속도가 주자가 앞으로 나가는 속도와 동일하다면 바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달리는 것과 똑같아서 대류를 통한 열손실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나라의 마라톤 대회도 더운 하절기보다는 봄철이나 가을철의 상대적으로 바람이 많이 불고 추운 날씨에서 개최되기도 하지만, 새로 늘어나는 마라톤 대회의 참가자들 대부분이 바른 주자들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느린 주자들이기 때문에 신체의 열 생산율이 환경에 의한 열 손실율을 따라가지 못하여 체온이 떨어지기 쉽다. 일단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지면 뇌의 정상적인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며, 혈압이 떨어진다. 체온이 33℃ 아래로 내려가면 정신적 혼돈이 오고 사지가 뻣뻣해지면서 움직이기 힘들게 되다가 의식을 잃게 된다.
장거리 달리기 주자들에게 저체온증을 발생하기 쉽게 만드는 요인들은 환경적 요인, 주자의 복장과 체격, 그리고 달리는 속도이다. 1-3℃의 기상 상태가 대회 기간 내내 지속된다면, 시속 16km의 속도로 달리는 주자는 평소의 달리기 복장으로도 위험이 없겠지만, 걸어가야 할 경우에는 평소보다 2배의 단열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복장이 필요하다. 특히 비가 내리고, 춥고, 바람까지 부는 기상 상태라면 충분한 단열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의복을 착용하지 않는다면 저체온증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봐야 한다.
운동을 하는 동안 우리 몸은 많은 열을 만들 수는 있지만, 주변 환경으로 열에너지의 전달속도를 감소시키는 능력은 비교적 제한되어 있다. 적절한 복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추위를 느낄 때 저체온증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몸을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고 쉬지 않고 운동을 계속하여 열생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기 가장 쾌적한 상태는 21℃의 바람없고 습도가 낮은 날이다. 만약 바람이 없다면 영하 22℃의 낮은 기온에서라도 일상적인 달리기 복장만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분다면, 바람의 대류 작용에 의한 열손실은 바람의 속도에 비례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될 것이므로 당연히 바람의 세기에 비례하여 옷을 더 입어야 할 것이다.
쏟아지는 비 속에서 강한 맞바람을 맞으며 1-2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 마라톤 대회에서는 비에 젖은 의복의 단열효과가 없어지면서 체온이 떨어질 수 있는데, 주자가 피로 때문에 달리기를 중단하거나 걷게 되더라도 비와 추위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에 저체온증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5℃ 미만의 온도에서 진행되는 마라톤 대회에서 체지방이 적고, 근육질이 아니며, 옷을 가볍게 입고 피로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걸어야만 하는 주자들에게는 저체온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걸을 때 입을 여분의 방풍복을 준비함으로써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는 대회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주자들이 추위에서의 장거리 달리기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의 변화가 심할 때는 인적이 드문 호젓한 길보다는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달리고, 피로 때문에 걸어야할 정도로 멀리 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처음에 힘이 많을 때 빠르게 달려서 체열 생산 능력이 높을 때 가능하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 안전하고, 걸어야만 하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가벼운 점퍼를 허리에 두르고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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