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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심장에 약인가? 독인가? |
달리기는 심장에 약인가? 독인가?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 심혈관계에 미치는 이점과 위험은 심각한 상황에 처한 주자를 처치해야 하는 의료인들에게는 상당히 당면한 문제이다. 사실 달리기는 심혈관계 건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면서 또한 상당히 위험한 신체 활동이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 침착과 관련된 심장의 동맥경화(관상동맥 질환), 관상동맥의 부분 혹은 완전 폐색의 발병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별, 유전성, 나이, 혈압, 흡연, 혈중 콜레스테롤 수준, 비만, 당뇨병,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성격, 비활동성 등이 범인들이다. 최근에는 관상동맥의 내막을 손상시켜 콜레스테롤 침착을 초래하는 아미노산인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의 혈중 농도가 새로운 위험인자로 인정되고 있다.
심근경색은 비만이고 흡연을 하며, 앉아서 근무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으며, 달리기는 죽상경화로 관상동맥이 좁아짐으로써 혈액의 흐름이 감소되는 노화에 의한 허혈상태를 예방하여 심장을 보호하는 자연 방어수단이지만, 어떤 선행질병이 있어서 비활동적이 되는지, 비활동성 자체가 관상동맥 질환을 초래하는지는 아직까지도 확실하지 않다. 어쨌거나 심장의 건강은 신체 활동이 증가될수록 개선되며, 달리기같은 유산소 신체활동은 고밀도 지단백(high-density lipoprotein, HDL) 콜레스테롤의 농도가 증가되고, 비만이 감소되며, 혈당조절능력이 개선되고, 혈압이 떨어지고, 총콜레스테롤/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비율이 변화되면서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을 낮추게 된다.
주간 누적거리가 많을수록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더 높아졌으며, 음주나 식이요법같은 다른 요인들은 HDL 수준의 증가와 아무 관련이 없었다. 하버드 대학교 동창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주당 2,000kcal 이상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운동없이 좌식 생활만 하거나 2,000kcal 이하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HDL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낮아지면서 첫 심장발작의 위험이 39% 낮았다. 졸업 후 계속 주당 2,000kcal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한 사람들은 심근경색증의 가족력, 고혈압, 흡연, 비만, 당뇨병 등의 위험인자가 있더라도 운동을 하지 않는 비슷한 동창들에 비해 심근경색증의 위험이 50% 더 낮았다. 또 1차 심장발작을 경험한 동창들 역시 주당 2,000kcal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면 심장발작을 경험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심근경색에 의한 사망률이 29%나 더 낮았다. 주당 2,000kcal를 소비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달리기, 수영, 테니스같은 격렬한 활동들을 한 사람들에게만 심장보호 효과가 있었고, 이런 운동을 낮은 강도로 오래 하거나 강한 강도로 짧은 시간하거나 차이가 없었다.
심장을 보호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얼마나 멀리 달려야 할까? 달리는 거리와 심장보호와의 관계는 상당히 개인적인 문제로 일률적인 수준이 있을 수 없으며, 개인의 나이, 심장병 위험의 가족력, 그리고 개인적인 건강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대체적으로 인정되는 범위는 주당 80km 정도의 누적거리가 심장보호 효과에는 적당하며, 그 이상 달리면 근골격계 손상, 만성 피로, 생리 변화, 면역기능 변화 및 과사용 부상의 위험이 증가된다.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움직이는 것이 좋고, 많이 움직일수록 적은 것보다 낫다.
이미 관상동맥 질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기를 하면 심장보호 효과가 있을까? 물론 하지 않는 것보다는 치명적인 심장발작의 위험은 줄일 수 있겠지만, 달리면서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중간강도 이상의 고강도 달리기는 운동유발성 심실세동에 의한 급성 심장사와 같은 심장위험을 증가시길 수 있다. 더구나 50세 이상의 경험이 많은 마라토너들의 동맥혈관에도 상당한 캴슘의 침착이 진행된다는 연구보고가 있듯이 규칙적인 달리기를 하고 있는 우수한 체력의 소유자라고 해서 적절한 준비운동없이 자신의 체력 수준을 초과하는 강도로 갑자기 달릴 경우 심장발작의 가능성이 상당히 증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관상동맥 성형술, 관상동맥 우회수술, 식이요법, 스타틴계열의 약복용, 아스피린 등등의 치료적 조치들을 통하여 위험인자들을 감소시키는 조치없이 달리기만으로 관상동맥질환의 정도나 재발작의 가능성을 환화시키거나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서도 안된다. 협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달리기는 단지 관상동맥질환의 재활요법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협심증같은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주자는 운동으로 심장발작의 위험이 증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심근경색의 전구증상들을 잘 알고 있다가 운동 중에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병원으로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
죽상경화증같은 관상동맥 질환은 아무리 운동을 격렬하게 하더라도 운동으로 발병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규칙적인 달리기로 죽상경화증의 발생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심한 죽상경화증을 가지고 있다면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수일 혹은 수주 이내에 당연히 사망할 사람들 중에서 일어날 수 있다.
마라톤 대회에서 대회 도중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할 확률은 0.002%, 또는 완주자 5만 명당 1명이 사망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21만 5천시간의 마라톤 대회 달리기 당 1명이 사망하여 어떤 참가자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사망하기 위해서는 53,750회의 마라톤 대회를 4시간에 뛰어야 하는 시간이다.
달리는 중에 급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협심증같은 심장병의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흉부압박감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도 의학적 도움을 구하기보다도 무시하고 운동을 계속하기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3시간 이내의 완주기록을 가지고 있는 우수한 체력의 주자라고 하여 운동부하검사나 심전도, 심장 초음파 검사, 심혈관 조영술같은 검사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숨겨진 심장관상동맥 질환이 없다고 추정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판단이다.
하루 하루의 인생살이는 식사를 하거나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일상적인 일을 수행하거나 자신이 즐기는 취미생활을 하기 위한 일들에서도 아주 작은 매일의 위험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하는 대부분의 시간들은 아주 안전하고 해가 없는 것으로 증명되었지만, 차량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이 마라톤 대회에서 달리다가 급사할 위험보다는 훨씬 더 높다는 것이 연구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마라톤 대회에서의 완주를 위해 훈련하고 대회에서 실지로 다른 주자들과 경쟁하는 것은 도전감과 성취감을 더없이 증가시키고, 즐거움과 만족감을 고양시킨다. 달리기의 건강효과는 나이에 맞는 생활이 아니라 생활에 맞는 나이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며, 통계나 가능성만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건강 365 4월호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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