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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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의 가장 큰 적은 누구일까?
우리 인생의 가장 큰 적은 누구일까?

바로 인생 그 자체다. 일상의 삶은 비교와 경쟁, 질투심과 이기심으로 뒤흔들리고, 삶에 대한 성찰과 사색에서 멀어지게 한다. 이런 세태가 싫어 명상을 하거나 독서 삼매에 빠지거나 마약이 초대하는 세상으로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는 다른 수단보다 훨씬 더 현재의 순간에 집중력과 몰입을 요구하고, 편안한 호흡의 리듬 속에 달리기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이 고요해지고, 진정한 평화를 얻게 된다. 오래 달려도 전혀 지치지 않을 것 같고,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을 경험하는 주자의 도취감, 즉 '러너스 하이' 때문이다.

달리가 보면 짧게는 4분, 길면 30분 이상 지속되기도 하며, 헤로인이나 모르핀 혹은 마리화나를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의식 상태와 유사하고, 때로 오르가즘에 비교되가도 한다. 주로 달리기를 예로 들지만 수영, 사이클, 야구, 럭비, 축구, 스키 등 장시간 지속하는 운동 모두에서 느낄 수 있다.

운동할 때 베타 엔돌핀 분비가 증가하는데, 이는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로 구조와 기능이 마약과 유사하다. 고통을 잊고 오랫동안 달리게 하기 위해 베타 엔돌핀은 운동시에 5배 이상 증가하는데, 그 효과는 일반 진통제의 수십 배에 달한다.

중간 정도의 강도로 조금 숨이 차는 운동을 갑자기 할 때 생기는 젖산 등 체내 피로물질과 관절의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한 보상작용으로 분비가 증가되고,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두엽과 변연계가 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달리기 후의 행복감과 만족감까지 얻게 돠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뇌에서 생성되는 모노아민 가운데 특히 노르에피네프린이 결핍되면 우울한 기분이 생기게 되는데, 달리기 같은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일정시간 지속하면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우울증이 완화되어 통증과 우울증을 달리기 하나로 날려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달리기는 그만큼 내가 나를 싸고 있는 일상의 모든 것을 잊고 잠깐 동안이나마 홀가분한 세상으로 떠날 수 있게 만드는 신비의 놀이거리이다. 달리기는 일상의 삶에서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유흥이고, 휴식이고, 위로이며, 포용이다. 세상이 지겨울 때는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다.

길로, 공원으로, 산으로, 들로 나가서 달리지 않고, 가만히 멍하니 앉아만 있다 보면, 사회성이 부족하다거나 스스로에게 과몰입하는 사람이라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달리기는 자신에게 과몰입하거나 사회로부터 도망치는 것도 아니며, 나 자신을 떠나 일상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달리기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달리기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사람은 없다. 달리기는 아무리 집중을 하더라고 자신을 잃을 수 없으며, 자신에게 취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자아의 중간에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몸의 언어를 배우게 된다.

달리기는 몸과 마음의 언어로 되어 있고, 그런 몸의 마음의 애정행각을 통해 사회와 언어를 공유하며, 사람들과도 소통하는 것이다. 달리다 보면 소통을 위한 언어가 더 풍부해지는 역설을 경험하기도 한다. 사회에 나가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더라도 항상 작은 축제와 같은 날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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