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1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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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애초부터 개인적이 아니라 조직문화였다.
달리기는 애초부터 개인적이 아니라 조직문화였다.

내 친한 친구 한 사람이 있는데, 이 친구는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 원래 몸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전형적인 양반 성향의 젊잖고 체면을 중시하는 분이다.
이 친구는 내가 달리기하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면 절대로 함께 가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애하는 애인들도 아니고 달리는 이야기만 하고 또 해서 짜증이 나서 소화가 안되기 때문이라 한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서로 잘 모르든 주자 두 사람이 우연히 처음으로 만났다. 먼저 통상적인 통성명과 악수를 하게 된다.
그리고는 달리기를 시작한지 얼마나 오래 되었으며, 마라톤 대회는 몇 번이나 완주했고, 최고 기록은 어땠는가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외국대회는 어떤 대회들을 뛰었으며,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도 달려봤는지, 훈련을 어떻게 하는지 등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나는 여기다가 트레일 런이라는 산길 달리기를 하나 더 얹어서 이야기 꺼리를 만들기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리기에 입달리기에 몰입하여 떠들며 즐거워하다가 그냥 단박에 헤어지기 아쉬워 2차를 가야한다.

우리는 내가 속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관계없이 조직의 문화에 대해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어떤 이는 조직문화를 확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진정한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것은 달리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조직 문화는 리더가 허용하고, 조직원들이 나타내는 행동들"이라는 EDS(Electronic Data Systems) 의 CEO 딕 브라운의 명확하고 간결한 정의가 있다.
그러므로 조직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요,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원들의 행동거지를 그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달리기가 조직문화가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달리기는 사실 순전히 주자 자신만의 즐거움과 건강을 위한 개인적인 운동이었다.
그렇지만 약 8~9년 전부터 점차 이웃이나 동료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또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융합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달리는 의사들이 주최하는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 대회나 태평양 제약에서 주최하는 유방암 환우를 위한 핑크리본 마라톤 대회 같은 순수 기부성 마라톤 대회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기업들의 기부성 스폰서나 개인들의 재능기부 의식의 발전,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활동성이 강한 소셜 미디어의 달리기 커뮤니티의 출현을 통한 동기부여같은 새로운 형태의 달리기 모임들이 달리기 문화를 개인적인 운동에서 함께 더불어 하는 조직문화운동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달리기에서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을 찾을 수 있는데, 인간은 동물보다 발동작은 느리지만, 땀을 흘리면서 열을 견디는 능력은 뛰어나기 때문에 빠른 짐승들을 지치게 만들어 사냥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이때부터 원숭이와 다를 바 없는 신세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수메르와 이집트의 왕족들은 자신에게 왕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160㎞ 이상을 달리기도 했으며, 쿠베르탱 남작의 주도로 1896년 고대의 올림픽 경기가 부활하면서 달리기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는 동시에, 국가 혹은 민족 정체성을 통합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일제시대 손기정 선수의 베르린 마라톤 대회 우승에서 국가적인 문화운동의 한 면을 볼 수 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성 이벤트는 아직도 대외적인 홍보성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 주자들이 개인적인 노력으로 달리기를 사회적 문화 운동으로 이끌고 가는 분들이 있으며, 저자이신 정동창 님도 국내의 대표적인 달리기 문화 전도사 중의 한 분이다. 국내의 마라톤 발전과정에 초창기부터 관여하면서 마라톤에 전문적인 문화의 한 축이 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오신 분이다.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삶의 외연을 넓히고 전문화시키면서(마라톤 전문여행사 창업 및 해외 유수 마라톤 대회의 국내 대리인 활동), 그를 통해 다시 자신의 인생의 깊이와 넓이를 더 확대시키기를 반복하면서(쉐이셀 군도 주 한국 명예 총영사 활동), 달리기와 삶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전형적인 문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개척하여 키워왔다고 본다. 자신이 직접 국내외 마라톤 대회를 발로 뛰고, 외국 대회 참가자들을 인솔하여 함께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달리기 운동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항상 솔선하여 새로운 모범을 제시하고 보이고(알프스 트레일 런 대회 참가) 있다.

정동창 님과 같은 달리기 리더들이 몸소 보여주는 바람직한 달리기 문화에 대한 본보기가 점점더 확산되고 주자들 조직 사에에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거나 허용되지 않는 행동들을 보이는 주자나 대회 주최자들은 달리기 사회에서는 사라지거나 보이지 않게 되고, 이것이 바로 달리기 문화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결국 저자와 같은 한 사람의 바람직한 리더가 어항 속의 고기처럼 투명한 것을 지향하면 모든 달리기 사회와 구성원들도 그 기준에 맞는 깨끗하고 맑은 행동만을 하게 되고, 나아가 그것이 그 조직의 문화로 자리잡게 된다.

인터넷이라는 바깥 세상은 눈깜짝할 만큼 빠른 변화의 물살을 만들고 있으나 정서라는 우리의 내면세상은 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 만약 정보를 서비스하는 조직의 리더가 이런 자신감은 있지만 보수적이며 과거에 묶인 상태에 놓여있다면 당장 외부의 정보산업의 성장과 정반대로 자신의 조직은 발전이 둔화되고 조직의 가치는 점차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나는 달리면 행복하다'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오는 저자의 삶의 울타리인 화내지 말고 웃으며, 함께 나누고 양보하며, 서로 칭찬하고 사랑하며 자연과 하나되어 두 발로 땅을 밟고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에서 숫자로 나타나는 과거나 현재의 결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비젼과 신념에 맞는 달리기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지치지 않는 매 순간의 용기와 결단을 볼 수 있다.

이루고 싶은 자신의 꿈이 있는 사람이나 아직 꿈을 만들지 못한 사람들은 저자의 '나는 달리면 행복하다'를 일독해보기를 권한다. 꿈이 무엇이며, 어떻게 삶에 녹아들어 인생을 활짝 꽃피게 만드는지 그 이유와 원리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사)한국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정동창 사장님, "나는 달리면 행복하다" 책 발간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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