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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96]달리기와 건강(43)달리는 길위에서 경험하는 명상 |
[의사신문 96]달리기와 건강(43): 달리는 길 위에서 경험하는 명상
살아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낮추고 불안을 진정시키고 장기적으로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몸과 마음을 통로를 활용하려고 할 때 만나게 되는 것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다. 뇌나 척수에서 나와 신체의 구석구석까지 이르는 말초신경 가운데 호흡, 순환, 소화와 같은 생명 유지에 직접 관계하는 장기의 기능, 즉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식물성 기능에 관계하는 불수의성(不隨意性) 신경을 한다.
신경계는 중추신경과 이것에 통제되는 말초신경계가 있고, 말초신경계는 체신경계(體神經系)와 자율신경계로 나뉘고, 체신경계는 감각과 근육을 지배하여 신체의 운동을 수행하고, 자율신경계는 신체 내부장기들의 활동을 조절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구성된다.
교감신경계는 생명 위협적 상황에 처해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활성화되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반응과 에너지공급이 나타나며 그에 따라 혈압과 심장박동수가 높아지고 동공이 확대되고 소름이 돋는다. 이러한 교감신경계의 준비동작을 '싸움 혹은 도주(fight or flight)' 반응이라고 부른다. 상황이 종료되어 마음이 편안해지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심박수와 혈압이 낮아지고 소화기관에 혈액이 많이 돌아가서 소화효소분비가 활발해지면서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온몸이 작동하게 된다.
자연히 자율신경계의 활동에는 정신활동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면 진정, 완화, 치유의 신호가 몸과 뇌, 그리고 마음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우리가 긴장을 했다가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규칙적으로 천천히 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기분이 안정되면서 교감신경계의 '싸움 혹은 도주'반응도 완화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처럼 부교감신경은 일차적으로 우리 몸의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하므로 몸에 주의를 기울이면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요가나 명상수련 등에서 마음챙김이란 수련을 하는데, 마음 챙김이란 현재 접하고 있는 어떤 대상에 대해 완전히 집중하되 판단하거나 거부하지 않은 채 흘러가게 그냥 내버려두며 현재 이 순간 실재하는 신체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흡을 통해 시원한 공기가 들어오고 따듯한 공기가 나가는 공기 흐름의 자극을 인식하거나 가슴과 배가 부풀었다 내려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걷기나 달리기, 혹은 팔뻗기 자극 역시 똑같다. 다만 한 호흡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걸음이라도 마음챙김을 하면 놀랄만큼 집중력이 향상되면서 마음이 평온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달리면서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숨을 들이쉬고, 다시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내쉬기를 반복하다가 숨이 차게 되면 저절로 하나, 둘에 들이쉬고 셋, 넷에 내쉬기를 하면 된다. 마음이 이완되고 깨어있을 수 있도록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눈은 30m 전방을 바라보는 자세를 유지한다. 마음을 집중하고 방해받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아침 이른 시간이나 호젓한 숲길에서 하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호흡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몸에 맡겨둔 체 그냥 호흡하는 감각 쪽으로만 의식을 모은다. 공기의 시원함과 배의 오르내림만 느끼면서 그 느낌에만 머물러 있으면 된다. 호흡의 편안함에서 오는 단순한 쾌감에 마음을 열고 난 후 다시 호흡으로 넘어가기를 반복한다. 이것이 어느 정도 진전이 되면 현재에 머물러 있는지 살펴본다. 안되고 있으면 다시 천천히 호흡에 집중하여 시작한다.
호흡을 반환점으로 삼아 마음 속에 일어나는 무엇이든, 그것이 생각이나 느낌, 소원이나 계획, 상상과 기억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것이 무엇인지 상관할 필요가 없다. 잡거나 다투거나 끌려가지도 말고 왔다 가는 그대로 바라보기만 한다. 무엇이 어떤 것이 오거나 가더라도 있는 그대로 모두 수용하고 스스로 어지럽혀지지 않는 맑은 마음으로 머물러 있으면 즐거운 느낌이 더욱 커지게 된다. 마음 속에 왔다 가는 모든 것들은 모두 우주의 변화하는 성질 그대로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이제 달리는 내 몸에서 일어나는 활력을 느껴본다. 호흡이 강해지고 근육이 힘이 어느 정도 실려 움직이고 있는지, 내 몸 속에 어떤 동물적 힘이 있는지, 강인한 느낌이 어떻게 즐겁게 느껴지는지, 그런 느낌을 계속 몸 속으로 빨아들인다. 그런 강한 힘을 느끼면서 의식을 도전적인 상황으로 가져가본다. 인내심을 가지고 힘든 조건을 느끼고 강하게 중심을 잡은 채 상황을 지켜본다.
어떤 문제나 고민이든 푸른 하늘에 구름 흘러가듯 내 의식의 공간 속으로 흘러가버리게 하면, 운동을 마치고도 여유롭고 이완되고 힘들지 않게 호흡과 의식, 투명한 마음과 선한 의도 등 모든 것에서 강인한 힘을 느끼게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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