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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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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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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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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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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즐거운 놀이다. |
나는 여건만 되면 시내든 들판이나 산길이든 관계없이, 또 옷이나 신발에 상관하지 않고 속보로 걷거나 천천히 혹은 빠르게 달리는 편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았던 놀이를 지금 나 혼자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가 너무 즐거워진다.
백과사전에 보면 놀이를 신체적, 정신적 활동 중에서 식사나 수면, 호흡과 배설 등 직접 생존에 관계되는 활동을 제외하고 ‘일’과 대립되는 개념을 가진 신체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은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므로 일 자체는 고통이 따르고 강제성도 있는 반면에 놀이는 활동 자체가 즐거움과 만족을 주고 어떠한 강제성이 없이 자발적으로 행해지므로 일반적인 어떤 목적이나 목표와 독립된다.
우리 모두가 경험했듯이 어릴 적에는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이 놀이가 곧 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놀이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신체정신적 기능들을 습득하고 사회의 습관을 익혀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는 심신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성인에게는 일상생활이나 일에서 생기는 강박감이나 긴장감으로 인한 피로를 해소하고 기분을 전환하며, 새로운 생활의욕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효용이 있다.
모든 놀이에는 놀이를 놀이답게 만드는 공통된 특성이 있는데, 놀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덜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활동이며, 이유는 그저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서 그 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놀이를 하면서도 누구나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아무 방법이나 쓰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서 참여하려는 태도가 바로 미리 정해진 목표를 놀이로 만드는 특성이다.
내가 한강둔치 자전거길에 세워진 거리 이정표를 기준으로 전력질주를 하고 다음 이정표에서 속도를 줄여 회복하는 것을 반복하며 즐거워지는 것도 목표를 정해진 방법으로 쉬운 달리기를 놔두고 힘들게 수행하는 것도 그래야 놀이가 되기 때문이다. 편안한 걷기처럼 변화가 없는 활동에 아이들이 싫증을 내는 이유는 그것이 놀이가 아니라 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모든 달리기를 각자가 어떻게, 왜 그렇게 하는가에 따라 즐거운 놀이가 될 수도 있고 지겨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달리기의 본질은 놀이이다. 놀이는 달리기가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방식이다.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나 페이스메이커, 혹은 시각장애인의 도우미로 남을 위한 자선이나 봉사를 하거나 혹은 다른 특정한 이유로 달린다고 하더라도, 달리기 그 자체로서 우선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달리기는 힘들 수도 있지만, 제대로만 한다면 하나도 힘들지 않다. 놀이도 어떤 일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놀이는 기쁨이 있는 정신적 또는 육체적 활동의 유일한 동기가 놀이 그 자체이며, 모든 참가자가 지켜야할 어떤 일정한 원칙과 규칙을 반드시 따라야 하며, 거기에는 성취와 실패,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이 있다. 마치 종교가 모든 신자가 반드시 지켜야할 규칙이 있고 공간과 시간의 동질성을 파괴시키며 신자들의 일상생활과 단절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독특하고 폐쇄적인 세계를 만들게 하는 점에서는 종교와 유사한 점이 있다.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Harvey Cox)는 "바보들의 축제"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고하는 인간(homo sapiens)'일 뿐만 아니라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 환상적인 인간(homo fantasia)'이라고 말하면서, 축제는 억압되고 간과되었던 감정 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된 기회, 또는 인간은 일상의 이성적 사고와 축제의 감성적 욕망 사이를 넘나들면서 경험과 인식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고, 또 그를 통해서 문화의 발달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놀이를 통해서 기본적인 욕구 충족의 충만감 뿐만 아니라 더불어 즐기고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며, 승리의 기쁨을 누리거나 규칙 습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놀이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것의 구체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복잡한 규칙을 가진 놀이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도형, 상징물, 도구, 양식과 방법, 규칙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팔과 다리를 교대로 내딛거나 흔드는 동작들의 연속이 달리기는 그 자체가 목절이므로 일이 아닌 놀이이다.
놀이와 우리의 삶은 인류가 존재했던 아주 먼 고대사회 이래로 때로는 지극히 긍정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때로는 지극히 배척해야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그 관계 양태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왔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놀이란 여가시간에 행해지는 고도의 지적인 작업으로 간주되어 소위 상층 귀족계급의 특권이었고, 중세 시대에는 생산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유한계층의 소비적인 활동이었으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진입하게 된 근대사회에서는 보다 높은 생산성 함양을 위해서 취하는 휴식에 불과했지만, 거대한 현대 대중소비사회에 접어들면서 이제 놀이란 인간의 삶의 질을 측정해 주는 척도로까지 간주되어서 보다 더 잘 향유해야할 인간의 덕목으로까지 변화되고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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