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목적지를 향해 출발을 했다면 달리는 일만 남았다.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 어쨌은 먼 길이 될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초는 뛰어 넘겠지만, 시간을 단축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두 다리는 교대로 한 입씩 먹다가 결국은 불가능해 보이던 거리를 모두 집어삼킬 것이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적 결과일 뿐이다.
섣부른 기대는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결정할 것도, 긍금해할 것도, 계산할 것도 없다. 달리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정말로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그냥 나 자신의 리듬에 따라 다음 급수대까지 달려가야만 한다.
그냥 길을 따라 달려가는 것 자체가 평온함이다. 이런 달리는 동안의 우리 마음 속의 모든 근심과 걱정과 비극이 완전히 정지된 듯이 보이는 평온함이다. 그냥 달려가는 과정에서 평온함은 행복으로 바뀌게 된다.
정신건강은 단지 유전자나 어떤 가정에서 자라왔는지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흥미로운 요인들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달리다 보면 행복이라 이름 붙여도 충분할 정도의 긍정적이고 충만한 감정이 느껴진다. 행복이란 특히 만남과 관련된 문제이며 상황에 따라 좌우되기 쉽다.
덴마크에서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더 적고, 자신의 인생에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앉아있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수치와 인생에 대한 불만족이 70%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길을 달리다가 산들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거나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간지러는 것을 느낄 때 드는 기분이 기쁨이다. 달려가며 나 자신의 몸이 마치 단 한 사람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느낄 때의 즐거움이다. 내가 존재한다고 느낄 때의 충만함이다.
햇살 아래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들의 녹색의 빛깔들 하나하나에서 느끼는 자유로운 해방감이다. 달리기라는 인연으로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고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웃의 쾌활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 자신도 행복해 진다. 이런 달리기 모임을 얼마나 자주 가지는 중요하다.
쾌활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친구가 1km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해질 공산이 42%나 증가하지만, 3.2㎞ 정도 반경 안에 살고 있다면 행복해질 공산은 22%로 떨어진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행복은 정확히 그것을 되풀이 경험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불안정하다. 그러니 기회에 스스로를 맡겨야 한다. 그냥 달려가는 것이다. 행복은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을 때 느껴지는 큰 즐거움이다. 그냥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