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16.03.20  
 첨부파일

[조선뉴스프레스127]어떻게 달리기가 힘들지 않고 즐거울 수 있나
[조선뉴스프레스127]어떻게 달리기가 힘들지 않고 즐거울 수 있나?

어떤 사람이 묻는다. "어떻게 달리기가 즐거울 수 있나요?" 내가 "달리기를 운동으로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간단하고 즐거운 놀이로 생각하면 된다."고 대답을 해주고, 그래도 그 분은 이해되지 않는 의아한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 또 부페 같은 데서 내가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면 "체중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먹느냐?"는 질문도 자주 한다.

과연 그럴까? 전혀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달리기를 ‘운동’이라고 인식하면 '힘든 운동을 하겠구나'라며 몸과 마음이 긴장하고 보상 심리로 단 음료나 식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 운동을 재미있는 놀이로 생각하면 '또 한바탕 즐겁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신이 나고 심신이 이완되고, 식사도 평소 그대로 야채 등 칼로리가 적은 식품을 선택하게 된다. 달리기의 즐거움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평온한 즐거움이다.

등산을 한 후 “땀을 뺐다”는 뿌듯한 마음에 과도하게 음료를 마시고 과음이나 과식을 하는 사람이 좋은 예다. 그런 사람들이 등산을 학창시절의 소풍 정도로 생각하면 하산 후 칼로리 과잉을 막기가 쉬워질 것이다. 단조로운 하루처럼 오래 지속되는 부드러운 행복이다. 달릴 수 있다는 데서 밀려드는 행복감, 겨울 햇빛을 양뺨에 느낄 수 있다는 데서 느끼는 행복감 같은 것이다.

달리기나 운동이 생활화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운동에 흥미가 생길 때까지 운동은 강제성을 띤 노동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헬스센터에서 하는 운동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집이나 야외 어느 곳이든 운동 공간이 될 수 있으므로 나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독창적인 운동법을 찾는 것이 좋다.

헬스 센터의 지정된 공간에서 같은 동작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기 쉽다. 사실 동작이 반복되더라도 근육의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하면서 운동을 하면 어느 순간 재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이럴 때는 공원 같은 야외 공간에서 달리자.

그러면 흙바닥, 시멘트바닥 등 발이 닿는 지면의 촉감이 다양하고 눈앞에 나무가 나타나거나 자전거가 지나가는 등 몸을 이리저리 피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야외운동은 상대적으로 지루함이 사라지게 된다. 좀 더 적극적인 운동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거나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보다 거친 운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평소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서울시 안에서는 양복과 구두를 신은 채 어디든 항상 걷거나 달려서 다닌다. 짧은 걷기나 달리기는 일상에서 매일 하는 동작이기 때문에 운동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하루 총 이동 시간이 짧아 운동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 뿐 일상 중이 걷기나 달리기가 운동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도 항상 다니는 길만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주 걸어다니면 이 골목 저 골목을 두루두루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친숙하고 익숙한 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새롭고 낯선 공간들이 가득하다. 말 그대로 골목과 골목에서 사람들과 연결되는 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걷거나 달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운동 효과도 증가한다.

운동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 혼자 하는 운동이 재미없을 수도 있다. 양복 입고 구두 신고 시내를 달리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차를 타고 스치거나 걸어서 스치는 사람들은 잠깐 동안 '아마도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야.'라면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 생각하니까 나만의 운동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되고,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된다.

몸은 규칙적인 걸음걸이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바로 이런 평온함이 정신에 휴식을 제공한다. 어느 순간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다 보면 의식적인 노력에서 해방된다. 그러면 이야기들을 상상하고, 그 수많은 이야기의 재미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서로 부딪치지 않고 부드럽게 흔들리는 두 다리는 내가 지어낸 즐거운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한다.

목록보기     프린트

다음글 : [북포럼'16-14]오늘 달리는 중에 몽상에 빠진 사람이 과연 나
이전글 : 미래의 행복이 학교 운동시간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