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달리기를 통해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기회가 훨씬 더 활발해진다. 나의 경우 이런 상호작용은 말없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서로 스쳐지나가면서 말없이 미소를 보내거나 손을 흔들어주거나 하면서 각자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같은 방향의 비숫한 속도의 사람을 만나면 함께 달리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달리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서, 함께 살아가고 운동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기도 한다. 물로 내가 알게 된 것이 대단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은 딱 보면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어떤 사람은 밝은 색 옷을 좋아하거나 다른 사람은 피곤한 밤을 보냈거나 하는 식이다.
겉으로 딱 봐서는 알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인간의 행위들은 끝없이 예측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어쩌면 나와 아주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아니면 시끄럽고 부자고 이상한 사람 할 것 없이 나와 같은 인간 모두를 보고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이런 종류의 상호작용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달릴 때 만나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모두 다 밝고 행복하며 빛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자동차 안에 갇혀 기껏해야 창문이나 내리고 미소를 보내거나 손을 흔들거나 인상을 쓰며 욕을 하거나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이 고작인 것보다는 웃을 일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학교나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도 남다른 우정을 쌓을 수 있지만 둘 사이에 우정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취미생활이나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성격이 잘 맞아야 한다. 하지만 운동으로 맺어진 우정은 형제처럼 한 명이 수다스럽고 활동적인 반면 다른 한 명은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어도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이해의 폭이 넓다.
상대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은 인간 관계를 균형 있고 안정감 있게 유지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연인 사이에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지만, 운동친구들은 운동을 계속 하는 한 서로 물리적인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긴밀한 유대관계가 끊어지지 않는다.
가장 강한 사회적 유대는 가장 자주 얼굴을 마주 보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법이다. 대부분으 인간관계에서 근접성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함께 같은 주로를 항상 다니는 운동 친구는 형제 이상의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된다.
또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잘 알게 될 사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인생의 전반부에는 배우자가 없고 인생의 후반부에는 부모가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형제처럼 운동 친구는 인생 전후반을 모두 거치면서 항상 가까이 머무는 존재다. 죽마고우로서 서로의 보호자와 의논 상대자이면서 선의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서로 의견 차이가 생겨 충돌이 일어나고 이를 조율하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친숙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상대라는 것이다.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가까이 알고 지내게 될 사람은 바로 형제 다음으로 운동친구이다.
여러 연령대가 모여 사는 동네에서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즐겁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내 삶에도 활력이 생기고 그런 내 삶이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이 되면 또 행복해진다. 만나고 어울릴 사람이 내 또래뿐만 아니라 여러 연령대의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엔돌핀이 나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