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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중독, 잘못 쓴 말이다. |
요즘 언론에서는 마라톤 중독증이란 말이 심심찮게 쓰여지고 있다. 대표적인 마라톤 사이트의 하나인 마라톤 온라인 자료실에도 달리기 중독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는데, 다음 20가지 항목에서 '예'란 답이 5개에서 9개 사이는 경미한 중독으로 달리기 생활을 잘 조절하고 있는 상태이며, 10개에서 14개 사이는 달리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중간정도의 중독상태, 15개에서 20개 사이는 달리기 외에는 즐거움을 찿을 수 없는 중증 중독 상태라는 것이다.
1. 고민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달리기(LSD)로 이를 해소하려합니까? 2. 주위에 한바퀴 달리기를 할 장소가 없거나 달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까? 3. 직장, 집, 혹은 사회생활에 제대로 역할을 하기위해서는 달리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4. 자주 혼자서 달리기를 합니까? 5. 함께 달린 동료들이 지나치게 훈련하지 않았다고 하는데도 힘든 훈련 다음날 매우 아파본 적이 있습니까? 6.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여러분이 달릴 수 있었던 거리보다 더 멀리, 또 빨리 달린 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까? 7. 달리는 동안 아무 생각이 없어질(몽롱해질) 때가 있습니까? 8. 달리기 동료와 훈련후 다른 동료가 충분히 달렸다고 말 했지만 그래도 더 달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까? 9. 다른 사람과 함께 달리기를 할 때나 하고 난 후, 다른 사람은 쉬고 있는데도 몇 킬로라도 더 달리려고 시도합니까? 10. 가끔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달리기를 합니까? 11. 달리기일지나 달리기일기 등을 기록해가며 정기적으로 주행거리를 산출합니까? 12. 일단 달리기를 시작하면 멈출줄을 모르는 사람입니까? 13. 혹시 친구나, 친척, 전문의 등이 여러분의 (지나친) 달리기를 걱정하거나 달리기를 줄일 것을 당부한 적이 있나요? 14. 주위 친지들은 너무 많이 달린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지극히 정상적인 주자라고 생각하십니까? 15. 귀하가 즐기기위해서 다른 사회활동을 달리기와 연관시키는 경우가 있습니까?(예를 들어 동문체육대회를 마라톤으로 하자고 하는 등) 16. 달리기를 하지않는 친구들에게 지나치게 달리기를 권유한 적이 있습니까? 17. 상대방의 달리기습관(실력)으로 인해 친구를 버리거나 새 친구를 사귄 적이 있습니까? 18. 달리기로 인해 학교나 직장을 빼먹은 적이 있습니까? 19. 달리기가 당신의 명성에 영향을 끼칩니까? 20. 달리기관련 잡지나 책을 사봅니까?
의학적으로 중독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가 약물이나 독물, 체내 독소 등의 작용에 의하여 신체에 불리한 반응일어나는 中毒(intoxication) 현상이며, 두 번째 중독(addiction)은 마약, 알콜, 각성제 등의 기호품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그것을 멈추면 불쾌한 신체적 금단증상이 나타나 끊치 못하고 계속하게 되는 경우로, 마라톤 중독이 있다면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또 신경증에 조증(躁症, mania)이 있는데, 기분이 상쾌하다던지 과대망상, 말이 많고 행동이 많은 상태를 주 증상으로 하는 질병으로 우울증과 교대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조증만 반복하는 수도 있다. 자아감정이 고양된 정신 운동성 흥분 상태로 큰 소리로 노래하거나 떠들거나 춤추는 등 한시도 가만 있지 않는 의지와 욕구의 항진된 상태를 조증성 흥분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자신을 '마라톤 매니아'라고 소개하는 분들은 이 범주에 속한다고 봐야겠다.
어떤 지배 관념에 사로잡히거나 열중하여 투쟁적으로 자기를 주장하거나 시위, 선전하는 사람들을 열광자(熱狂者,fan, fanatic)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자기의 주의, 주장을 이루기 위해 투쟁적으로 행동하고 호소하는 투쟁적 광신자와 일정한 주의, 주장을 가지기는 하지만 강렬하지도 능동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기교를 부리는 경향이 있는 상대적으로 활기없는 광신자로 나뉘어지는데, "마라톤 광'은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
달리기는 몇일 하지 않는다면 조금 컨디션이 떨어져서 몸이 찌뿌듯한 경우는 있겠지만, 그나마 곧 적응이 되며, 마음이 불안하던지 집중하지 못하는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마라톤 중독'이란 말 대신에 '마라톤 매니아' 혹은 '마라톤 광'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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