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0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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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란?
몇년전 제가 국군서울지구병원장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매일 출근을 하면 아침에 8시부터 15분 정도 참모회의를 하고, 바로 외래 진료실과 행정 사무실들을 거쳐 지하의 기계실과 옥상의 옥탑까지 혼자서 순시를 합니다. 그 때 새 건물을 짓고 있었는데, 이제 막 골조가 세워지고 있는 공사장도 위험하다는 건의를 무시하고 코스에 포함되지요.

처음에는 직원이나 공사장 인부들도 곧 끝나겠거니 하고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석달이 지나도 계속되니까 서서히 긴장들을 하게 되었지요.

지나가는 도중에 마주치거나 수시로 사무실에 들어와서 귀찮은 질문들을 하던가 즉석 토론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니까 자신의 업무에 대해 건성으로 하던가 전날의 과음으로 의자에 앉은 채 쉬거나 지각을 하던가 하는 비능률성이 저절로 없어지게 되었지요. 20몇년을 근무해도 원장과 말한마디 못해본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공사장에서도 항상 소장과 감리책임자가 나와서 방수처리의 미비나 콘크리트 숙성에 대한 기준 등 제 질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했지요.

그 때의 제 근무방침이 '민간병원 벤치마킹과 직원간 벽 허물기'였습니다.
모든 참모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세미나나 워커숍 등은 군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무조건 갔다와서 새로운 내용을 참모회의 시에 발표를 해야 합니다. 진료, 간호, 행정부장들은 자신의 부서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갑니다. 원장은 부서간 이해조절과 병원과 직원을 보호하거나 발전을 위한 대외적인 업무만 전담하지요.

VIP 진료 대상을 축소시켜버렸더니, 원장의 비리를 조사해야 한다는 등의 협박성 항의를 포함하여 소위 자칭 힘있는 분들의 저항이 많았지만 그래도 모른 채 밀고 나갔습니다. 예전에 소령 계급장을 달고 참모총장의 부탁대로 군의관 보직이 어렵다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직접 설명드리고 잘 해보라는 격려를 받을 때를 생각하며 말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니까 말입니다. 직원들도 처음에는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결국에는 센 쪽으로 돌아서게 되지요.

세상은 사실은 불평등하지만 이런 불평등성들이 모여 겉으로는 평등한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마치 서브쓰리 주자부터 6시간 짜리 주자들이 다 같이 모여 하나의 멋있는 마라톤 드라마가 완성되듯이 말입니다. 각자가 자신의 불평등한 처지만을 토로하면 조직은 유지될 수 없으며, 지휘는 인기 경쟁이나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불평하는 원인을 찿아 내일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직원들을 자극하고 질문하고 자기 혁신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지요. 화내는 사람을 왕따시킬 것이 아니라 다 만족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설득하고 이해시킬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겠지요.

하도 심심하여 옛날 생각해봤습니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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