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0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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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화두: 순하고 성실하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순수한 사람들이 많다.
특히 장거리 달리기는 정직한 운동이므로 사람들을 더욱더 순수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다쳐서 외상을 입고 찿아오는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술을 마시지 말고, 둘째는 상처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당부이다. 그러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샤워를 매일 해야 하는데 왜 물을 묻히지 말라는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수도물이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그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불순물들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그래도 이해를 하지 않을려는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그 때는 "바다물이 보기에 깨끗하기만 한데도 사람들이 먹으면 왜 목말라 죽는지 생각해 보라."고 예를 들어준다.

우리가 먹는 물만큼 건강을 위해 순수도가 요구되는 것도 드물지만, 세상살이를 하는데도 먹는 물에 못지않게 순도가 요구되는 것들도 많다. 믿음, 의리, 우정, 사랑 등등 많지만, 장거리 달리기도 꾸준하고 성실한 훈련과 그에 맞는 정확한 결과의 면에서는 똑같다.

바다에 지천으로 널린 게 물이지만 함부로 마시면 살아갈 수 없듯이, 장거리 달리기도 걷기의 단순한 연장으로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를 과시하거나 사심을 가지고 함부로 도전하다가는 부상당하기 십상이다. 친구나 애인으로부터 의리나 믿음, 사랑이나 애정을 얻기 위해서는 꾸밈없는 노력을 계속하여야 하는 것처럼, 장거리 달리기의 만족감과 성취감도 끊임없는 꾸준한 훈련없이는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보지 않는다고 훈련거리를 건너뛰고, 강도를 낮추고, 횟수를 부풀리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몸의 경고 소리를 가벼이 여겨 무시하는 등 우리 마음 속에 숨은 이런 이기적 불순물을 스스로 걸러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달리기 동호인이 아닌 요즘 유행하는 자기 철학이 없는 구호만 외치는 사이비 운동가일 뿐이다.

평소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거의 습관적으로 찿듯이, 비록 꾸준히 지키고,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더라도 건강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저축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하여야 할 것이다.

"더 일찍, 더 많이" 혹은 "더 빨리, 더 멀리"만을 찿다보면 부상이라는 불순물에 걸려 건강을 잃게되는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순하고, 성실하게"가 건강한 장거리 달리기의 생활화를 위한 기본 화두이다.(이 글은 제2회 호미곶 마라톤 대회 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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