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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8오징어!" |
옛날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애용하는 건배사는 '위하여!' 입니다.
'위하여'의 변형형으로 편한 친구들 모임에서는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시발조통!'(시국의 발전과 조국의 통일를 위하여) 등도 있으며 한때 너무 日本式이라 해서 '지화자' '조타' 로 바꾼 사람들도 있지만 끝내 '위하여'를 압도하지는 못했으며 10년 전에 서울대 출신 모임에서는 '위해서!' 가 애용 되었고 최근 주목을 받는 고려대 출신들은 '위하고!' 를 외치고 있습니다.
모임에서 건배사를 하는 것은 사회적 신분과 지위의 한 징표일 수 있습니다. 행사 상황과 참석자들 수준에 알맞는 건배사를 하고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와 같은 건배호(乾杯號)를 적절히 선창하면 환영받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단합과 네트웍의 힘을 누구나 잘 아는 사회에서는 모임과 행사가 중요하고, 건배사와 건배호가 덩달아 중요해집니다.
건배사를 하는 순서도 문제입니다. 최근 어느 모임에서 언론사 주필이 건배사 제의를 받고 일어나 한마디 했습니다. 사회자는 조금 있다가 그날 참석자였던 某 그룹 회장에게 건배사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한사코 사양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어색해졌습니다. 그가 속으로 씩씩거리는 게 빤히 보였습니다. "아니, 내가 이렇게 서열이 낮아? 신문사 주필 만도 못해?" 그거지요. 주위에서 모두들 "한 번 하시지요" 하고 권하면서도, 속으로는 '꼴 같지도 않은 게 바보같이 노네'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10餘分 後 전화를 받으며 나갔는데(전화는 진짜로 왔겄지?), 그가 나가는 걸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건배사와 건배호는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나이 많은 분들은 '구구팔팔이삼사'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삼일 앓다가 사망)를 애용합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간 한국인들이 흔히 외치는 말 "나이야 가라!"도 나이 든 분들의 것입니다. "나이야" 하고 선창하면, "가라!" 고 받는 거지요.
최근 유행하는 '당신 멋져'는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는 의미입니다. "당신" 하면 "멋져" 하고 외칩니다. 이 역시 中ㆍ老年 用입니다.
모임을 시작하면서 '개나리'를 외치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어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릴랙스(Relax 또는 Refresh) 하자'는 거라니 말장난이 심합니다.
사실 건배호 자체는 다 말장난입니다. '진달래'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나 '당나귀'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도 그런 경우입니다.
年末모임에서는 2次를 自制하자는 뜻에서 '초가집' (초지일관, 가자, 집으로), 폭탄주를 自制하자는 뜻에서 119( 한가지 술로 1차만 하고,9시전에 귀가 하자)를 외치는 사람들도 봅니다. 작년 언제 LG그룹 어떤 모임께서 음주문화를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지부지마!' (지가 부어 지가 마시자), '지부지처!'(지가 부어 지가 처먹자)도 있었습니다.
히트곡 <텔 미> 가수그룹 이름인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는 어거지로 만든 티가 역력합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를 즐기자'(Seize the day)는 뜻의 이 라틴어는 영화 <죽은 詩人의 사회>에서 주인공 키팅 선생님이 자주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뜻으로 "카르페" 하면, "디엠" 하고 외칩니다.
어떤 건배호로 말을 맺든 건배사를 길게 하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되도록이면 간결하고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Kiss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Keep it simple and short'의 약어랍니다.
그런 Kiss에다 유머까지 곁들이면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저 사람의 말을 더 들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진짜 말을 잘 하는 사람입니다. 어제 군봉회 골프모임에서 제가 제안한 "9988 오징어!"(99세 까지 팔팔하게 살면서 오늘처름 징하게 어울리자) 건배호도 '9988234!'에서 출발하여 죽는 방법에 따라 '9988복상사!'(횡사, 객사,과로사,안락사,순직의 5가지가 있슴)로 변했다가, 이삼일 아프다가 죽지말고 일어나자는 뜻의 '9988231!' 로 변했는데, 일어나면 뭘해 하면서 '9988오징어!'로 최종 변형한 것입니다.(횡사:모르는 여자와 자다가 죽는것, 객사:매춘부, 과로사:과부, 안락사:애인, 순직:마누라)
나는 '나가자!', '사우나!', 오징어!' 건배사를 권하고 싶습니다. "나라를 위해, 가정을 위해, 자신을 위해"라는 뜻입니다. 점잖은 자리에서는 일단 그렇게 의미를 풀이하는데, 좀 편한 자리여서 장난기가 생기면 '나가자'엔 두 가지가 있다, 좋은 걸 각자 골라서 외치라고 합니다. 또 하나의 '나가자'는 "나라를 버리고, 가족을 팽개치고,자기만 챙기자" 입니다. 50대 후반부터는 두 번째 것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습니다.
'오징어!'를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그게 불분명합니다. 내가 생각해 냈던가, 아니면 누구한테서 들었던가 잘 모르겠지만, "9988오징어!"는 어제 순간적으로 제가 만든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마다 그럴 듯한 건배사와 건배호를 개발해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건배호는 즐거운 말장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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