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형제간에 눈만 마주치면 싸워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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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차이 형제인 훈이와 혁이는 마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싸우기 때문에 집안에 싸움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형인 훈이는 동생이 컴퓨터 게임을 방해한다고 고함을 치다가 결국에는 동생의 머리를 쥐어박고, 동생 혁이는 자기가 열심히 만들어 놓은 레고 모형을 형이 일부러 부수었다고 대들다가 울며 엄마에게 달려 옵니다.

어떻게 해서든 공정하게 형제간의 갈등을 해결해 보려는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혁이만 좋아해", "엄마는 형한테만 좋은 것 다사주고 나는 형이 쓰던 것만 줘"라며 엄마의 마음을 긁어놓곤 합니다.

예전에 엄마가 자랄 때 보고 배워온 형제간의 우애는 찾아볼 수 없고, 형제 사이에는 질투나 시기심만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간의 갈등과 경쟁은 없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무조건 가족내의 경쟁과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규칙을 정해 놓거나 윽박지른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형제들간에 사이가 나쁘고 서로를 시기하는 것은 부모님께 자신이 더 사랑 받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척 힘든 것입니다.

엄마 아빠가 어릴 적에도 분명히 부모님이 다른 형제보다 자신을 더 사랑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던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다른 형제보다 덜 사랑 받았다는 것이 아직도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보수적인 남성 우월주의의 가정에서 자라며 얻은 깊은 상처를 가지고 계시면서도 자신의 부모들이 했던 것처럼 똑같은 우를 범하시곤 합니다.
"우리 자랄 때에는 형제가 서로 도우며 사이 좋게 자랐는데, 이 아이들은 왜 이러는 것이지요?"라고 묻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러한 엄마 아빠의 부모님들은 현명하게 형제들의 갈등을 잘 해소시켰거나, 아니면 너무 바쁘시거나 형제가 너무 많아서 자녀들이 필요로 하는 관심을 잘 주실 수 없었기 때문에 형제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성장하였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형제 수도 적고, 관심도 많이 주실 수 있을 만큼 여유도 있기 때문에 더욱 더 현명한 부모들을 필요로 합니다.

형제간에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기억하셔야 할 것은 아이들은 이런 갈등과 질투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의견의 차이를 조절할 줄 알게 되며,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터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샘내는 것은 나쁜 짓이야. 형제는 사이좋게 지내야지"하는 식의 통하지도 않을 틀에 박힌 훈계를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보다는 어렵지만 좀 더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과 자녀들에 대한 일관성 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엄마가 아이들의 서운한 마음을 읽어줄 수 있다면 형제 관계는 우호적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의 싸움이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다치지 않도록 감독은 하되, 끼여들진 마십시오. 마음속으로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 우리 아이들은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갈등을 해결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서로를 아낄 줄 알게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싸움이 그치지 않고 심해져만 간다면 이런 방법을 사용해 보십시오. 먼저 각 각의 아이들과 하루에 30분씩 엄마와 아이만의 특별한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시간이 너무 없다면 한 명씩 격일제로 만나도 좋습니다. 함께 산책을 한다거나, 서로 껴안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십시오. 그 시간 동안 분산되었던 관심을 오직 한 아이에게 집중해 주면서 엄마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느끼게 해주십시오. 사실 아이는 똑같은 양의 사랑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자신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형제와 엄마 아빠가 함께 재미있게 노는 시간을 하루에 최소한 10분만이라도 만들도록 하십시오. 텔레비전을 끄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오늘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함께 게임을 한다면 아이들은 행복해질 것이고, 굳이 자기들끼리만 있으면서 서로 티격태격해야 할 필요가 줄어들 것입니다.

아이들은 서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경험을 되풀이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조리있게 하는 능력을 키워나갑니다. 자기의 속마음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어떤 것에 관한 소유욕을 보이는 것은 이후 사회 생활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아주대학교 의대 정신과 전문의 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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