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자기 집에서 저녁을 먹자고 초대했다고 치자. 별로 내키지 않지만, 거부할 때마다 '자기를 무시한다'는 친구의 부정적인 불평이 듣기 싫어 '대수롭지 않잖아.'하면서 초대에 응할 때가 있다.
하지만 승낙을 하는 그 순간 가슴이 뛰고 뒷덜미가 뻣뻣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왜 그럴까?
마음이 말하지 못하는 진실을 몸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진료실에서 말로는 조금도 불안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온 몸이 땀에 젖는 환자를 보는 경우도 있다.
몸의 반응은 뭔가가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상대의 요구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합리화하면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최소화시키려는 마음의 시도를 무력화시키며, 절대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분노와 원망의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내가 지금 나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요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을 경고하는 자기 보호 기전이다.
설사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하더라도,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그 점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어야 건전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변명하기보다는 "난 그저 하고 싶지 않아."라고 그냥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이며, 또 비교적 중요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나에게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작은 문제에서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 조금 더 중대한 문제에서 보다 빨리 나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견지하는 기술을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
살다 보면 어떤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내용이 아니라 그 요구를 하는 방식 때문일 때도 있다. 그럴 경우는 방식이 본질이며, 그것을 무시할 수 없을 때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밥 한끼 먹는 잠깐동안의 간단한 일이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무수한 역학관계들이 관여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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