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팔자에 없는 제주도를 가야한다.
아주 느닷없이 가야한다.
그것도 낼 당장 가서 푹 쉬고 13일엔가
돌아오란다.
돈은 땡전 한 푼도 안 든단다.
다 냈단다.
가서 갈치회며 고등어회며 뱃 터지게 얻어먹고
잠도 5성급 호텔에서 자란다.
공짜 가라사대, 이런 횡재가 있나.
그런데 아무리 공짜라도 낼 바쁜데 어쩌란 말인지.
목간다고 했더만
“엠병할 놈아. 먼 지랄한다고 공짤 안가냐
까불지 말고 잔말도 하지 말고 까라면 까라.“
휴~ 내년에 종로구로 이사 가야겠다.
이봐요.
벤츠랑 가고 싶어요.
제주도 푸른 밤, 제발 벤츨 어케 해 줘요.
암만 봐도 하나도 안 짜릿한 구형 벤츠
밀어도 어떤 땐 잘 굴러가지도 않는 너무 오래된 벤츠
딴 벤츠는 손톱만한 다이알 사줘도
"오마이 달링 자기야" 하며 너무 좋아 하는데
이 벤츤 왕 눈깔만한 다이알 사 줘도
왜 이리 작냐는 둥, 날 뭘로 보느냐는 둥
아~ 버리자니 벌금 무쟈게 나올 것 같고
안 버리고 계속 끌고 다니자니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고
또 이거 제주도 왔는지 잠원동에 그냥 있는 건지
도무지 분간이 안될 것이고
이봐요.
중구 나으리님,
나 제발 고문 좀 시키지 말고요
담엔 벤츠까지 어케 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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