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는 방송극에서 시어머니의 구박에도 항상 웃으며 덤덤하게 대응하는 큰 며느리와 그런 며느리가 얄미워 제 풀에 흥분하는 시어머니의 역할을 보노라면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또 어릴 적에 많이 보던 서부활극 영화에서 악당들의 부당한 요구에도 어깨 한번 으쓱하고는 대범하게 넘어가는 주인공의 멋진 행동에서 받았던 느낌도 비슷한 생각들을 하게 했던 것같다.
삶을 살다보면 결과에 실망할 때도 있고, 어떤 부탁을 하러 갔다가 면전에서 거절당할 수도 있다. 내가 이루고자 노력하던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괜히 화가 나고 짜증이 증가하며, 나늘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괜히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일어날 때도 있다.
일이 잘못되거나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 화가 나고 부끄러워 지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이며, 자신의 결함을 지적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하지만 자기 통제가 잘 되는 어떤 사람들은 방송극에서의 큰 며느리처럼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장애나 복병들을 그저 웃어넘기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가 하는 일에는 진지하지만, 스스로의 결함에 크게 동요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내가 만약 힘든 인생살이를 움찔거리거나 도망가지 않고 그렇게 쉽게 살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면, 그들은 조만간 내가 성공하리라고 믿으며, 또 그렇게 되길 바라게 된다.
자신의 현재의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 능력과 관계없이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스스로가 가식적인 삶을 산다는 느낌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업가는 자신이 만든 상품이 그렇게 큰 돈을 받거나, 직장인은 자신이 그렇게 많은 봉급을 받은 만큼 열심히 공적인 관점에서 근무하지 않고 있으며, 조만간 그런 자신의 본질이 들통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바로 옆의 형제나 친구, 동료가 나보다 더 능력이 있으며, 더 아름다우며, 더 활동적이며, 실적이 더 뛰어나며, 나 자신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살고 있다.
가끔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할 때도 있으며, 가능하면 평생을 숨기고 싶은 결점과 약점도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실수나 모욕에도 못 알아차린듯 둔감하게 넘기며 쉽게 쉽게 물흐르듯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못하니까.....
삶을 쉽게 살아간다는 인상을 주는 기교 중의 하나가 바로 감정적인 타격에도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넘어가는 대범한 행동이며, 이런 행동을 통하여 불안감과 자기 회의를 통제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동작은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신뢰를 빼았으며, 자기 회의의 모습은 삶에서 자신의 통제력을 상실하는 원인이 된다.
어렵게 골치아프게 살지 맙시다. 내가 어렵고 부끄러운 것은 다른 사람도 똑같을 것입니다. 그냥 넘길 것은 넘기면서 즐겁고 쉽게 삽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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