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뛰는 마라톤
김재남
도심 어느 위치에 있는 운동장일까
왁자한 소음사이를 더듬거리며 나는
운동화 끈을 조인다.
팔과 팔이 끈으로 연결된 도우미의 눈이
내 귀에 푸르게 빛난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허공을 맴돌다
떨어지는 순간, 뚫린 길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귀먹은 바람이 등을 떠밀면
와락! 벽에 부딪는 몰골 순연한 암흑이
악수를 청하는,
여기는 지금 어디쯤인가.
웅성거리던 소음이 길 위에 늘어선다.
많은 눈들이 내 눈을 파고든다.
그러나 지금 이 길을 뛸 수 있음도
생각에 따라선 꽤나 밝은 길이다.
이마저 빛의 함몰에 길을 잃고
낙오된 어둠에 길들여 누워 있었던들
어느 생에 얻을 수 있는 광명이냐고
캄캄한 안개강을 뚫고 달려오신 어머니
서지 말고
앉지 말고
일어나 다시 뛰어 가라고
이렇게, 관절염의 다리로 불끈 무덤 한번
넘어보라고
어머니는 이내, 또 흥건한 밤이다.
저려오는 손끝에 여린 풀싹이 앉는다.
길바닥에 달라붙은 땀방울들이
오월의 들꽃들로 가뿐하다.
누가 밀고 왔을까
점자 밖 세상의 푸른 냄새를
저, 수런거린 육신의 땀 냄새를
그 속에서 꿈틀대는 어둠의 잉걸불을
눈 없는 바람이 비호처럼 얼굴을 비낀다.
그때마다 건각들의 거친 숨소리가 땅 끝에 쌓이고
유랑으로 흩날리는 고요가 거푸
썩은 지붕처럼 주저앉는다.
힘껏 들여 마신 공기가 폐로 들지 못하고
등 굽은 고목처럼 바람에 떠밀린다.
서지 말라고
앉지도 말라고
늪처럼 고요한 어둠의 징검돌을 놓고
무덤가 보이지 않는 흥건한 말씀이
앙상한 손 내 밀어 등을 떠미는
떠밀려 달려가는, 그 아래
부르튼 맨발이 검은 햇살에 환한
여기는 어디쯤인가.
-
석달 전에 썼던 것인데 맘에 안 들어
그 동안 무려 수백 번을 주물럭거렸습니다.
틈만 나면 퇴고에 퇴고를 거듭
그래도 아직 맘에 안 드네요.
좀더 시각장애인의 절절한 고뇌를 그려내야 하는데
그렇다고 힘들어가면 절대 안 되는데
아주 능청스럽게 딴전 피우며 그려내야 하는데
머리는 돌이요. 돌은 또 오랜 침전으로 푸석거리니
휴~~ 조상 탓으로 돌릴까요?
어떻게 읽히시는지 말씀 하나 부탁드립니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