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가을이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지난 23일이 가을의 마지막 절기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었고, 벌써 쌀쌀해지고 있는 것이 금방이라도 추위가 찾아올 것 같은 날씨입니다. 가을의 끝자락인 상강 절기 2주간은 농경시대 수확의 시기일 뿐만 아니라 한 해 농사를 잘 마무리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오늘이 단풍이 한창인 음력 9월 9일 중양절이라는 세시풍습으로 가을의 꽃인 국화주와 국화전을 부쳐 먹으며 한 해의 농사를 축하하고 즐기는 잔치를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아름답고 풍요로운 기분이 가득한 이 늦가을 중양절에 홀로 인생이 아니라 사랑과 행복의 큰 꿈을 품고 오늘 결혼생활이라는 인생열차에 타는 원종석 군과 정재희 양, 한 쌍의 부부가 여러분들의 축복 속에 제 앞에 서 있습니다.
나는 신랑 원종석 군 집안과 이웃 사촌으로, 또 인생 동료로 화목하게 지내온 인연으로 새롭게 부부의 연을 맺는 두 분을 축복할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신랑 원종석 군은 대학 때 지금 유행하는 랩 음악에 심취하는 등 “참 긍정적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잡고 항상 좋은 생각을 해내고 해결해 나가는 꿈과 열정이 넘치는 끼많은 청년으로 논리적이고 냉철한 판단력과 예술적인 따뜻한 감성을 함께 지니고 있으며, 세속적 가치에 휘둘리기보다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뜻하는 바를 위하여 올곧게 나아가는 믿음직스러운 보기 드문 미래형 인재입니다.
신부 정재희 양도 가족친지들의 정성이 깃든 사랑과 관심을 정말 듬뿍 받으면서 세상을 보다 따뜻하게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란 듯합니다. 결단력있고 똑부러지는 면모와 따뜻한 마음으로 항상 단점보다는 장점을, 어두운 면 보다는 밝은 면을 보고 기억하려 노력하는 창의성 넘치는 아름다운 처녀입니다.
제가 이 두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연인 사이를 지나 사랑과 행복의 보장이나 증거가 없는 결혼을 결심하게 된 동기를 물어보니 두 분 모두 서로를 "다정하고 솔직하고 순수하며 취향이나 생각이 비슷하고, 부딪히는 일이 있을 때 합리적으로 대화로 풀 수 있는 밝은 성격 뿐만 아니라 현명한 지혜와 따뜻한 배려심에 많이 감동하였다."고 했습니다. 하늘이 점지하신 천상의 부부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이 두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멋지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가 다함께 많은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 자리에서 많은 하객분들께 함께 인사를 드리고, 앞으로 부부로써 함께 살아가면서 꼭 지키주길 바라는 당부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언제나 서로에 대한 사랑이 우선인 가정을 만들고 그 가정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어 나가기 위해 내가 먼저 믿어주고 배려하며, 내가 먼저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행복하다는 느낌은 사랑에서 오고, 사랑은 믿음에서 생기며, 그 믿음은 상대방에 대한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해 하는 마음에서 생깁니다. 행복은 '누구를 만났는가?'가 아니라 "어떤 눈으로 배우자를 바라 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길가 풀잎에 맺혀있는 아침이슬이나 안개처럼 볼수록 신비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바로 내 곁에 항상 있음을 감사하고 존경할 때 사랑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소속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샘솟듯 자연스럽게 솟아나 서로 나누어 가지는 것입니다.물이 정체되면 썩듯이 서로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흘러 서로의 생명을 빛나게 하도록 자신의 사랑을, 자신의 따뜻한 눈길을 숨기지 말고 그대로 전하기만 하세요.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늘 '사랑받고 자란 바른 사람'을 이상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상형에 대한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두 분을 잘 키우고 가르쳐주신 부모님께 항상 한없이 감사를 드리고, 동시에 누구보다도 큰 사랑을 받고 자라 서로를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난 이 소중한 인연의 끈을 잘 잡고 용기를 내어 씩씩하게 인생 2장을 향해 걸어나가길 바랍니다.
서로에게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서로의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아니면 연애할 때의 사랑에 빠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처음으로 되돌아가 보는 것이지요. 그러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생기며, 모든 행동이 너무나 예쁘고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일 것입니다.
연애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구하는 과정이라면, 결혼은 서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에게 어울리는 인생을 즐기는 삶을 살아가시길 빕니다.
여기 오신 하객들 대부분도 수십 년 전에는 다 이런 순수하고 용기있는 의지를 가지고 꿈많은 인생을 출발했을 것입니다. 우리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이 두 젊은이들의 멋있고 아름다운 시작을 다시 한번 박수로 축하해주시지요.
오늘 바쁘신데도 새 출발하는 신랑 원종석 군과 신부 정재희 양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하객 여러분들께도 두 분과 가족들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10월 28일
주례 이동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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