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가을의 아름답고 풍요로움이 한창인 오늘 신랑 고창범 군과 신부 심효선 양의 결혼식 주례를 할 수 있어서 대단히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신랑 고창범 군의 아버님은 나와 함께 10년 넘게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암환우들을 돕는 순수 기부성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시민 봉사자로서의 인연으로 오늘 사랑과 행복의 큰 꿈과 용기를 가지고 결혼생활이라는 새로운 인생 여행을 떠나려는 신랑 고창범 군과 신부 심효선 양의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신랑 고창범 군은 군은 꿈과 열정이 넘치는 끼많은 청년으로 논리적이고 냉철한 판단력과 깔끔하고 듬직하고 따뜻한 감성을 함께 지니고 있으며, 세속적 가치에 휘둘리기보다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뜻하는 바를 위하여 올곧게 나아가는 믿음직스러운 보기 드문 미래형 인재입니다.
신부 심효선 양은 결단력있고 똑부러지는 면모와 따뜻한 마음으로 항상 단점보다는 장점을, 어두운 면 보다는 밝은 면을 보고 기억하려 노력하는 배려심 넘치는 칙히고 아름다운 처녀입니다.
여기 오신 하객들 대부분도 수십 년 전에는 다 이런 순수하고 용기 있는 의지를 가지고 꿈 많은 인생을 출발했을 것입니다. 우리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이 두 젊은이들의 멋있고 아름다운 시작을 다시 한번 박수로 축하해주시지요.
나는 오늘 두 분이 발견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용기를 내어 힘차게 걸어 가되, 그 과정에서 어떤 일에도 나 혼자만 고집하지 말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결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혼자' 외롭게 지고 왔던 무거운 삶의 짐을 이제 '둘이 함께' 쉽게 들고 갈 수 있다는 편안함 때문입니다. 결혼생활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혼자만 누리고 책임져야 했던 기쁨과 잘못도 이제부터는 서로 함께 더하고 나누게 되는 것이 결혼생활입니다.
인생의 행복은 기대의 성취라는 결과가 아니라 성취를 향해 채워가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즐겁고 만족한 감정입니다. 이러이러한 것이 훌륭한 남편이다. 남편은 무엇 무엇을 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너는 요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살아가기 쉽습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말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 목표를 두기 때문에 생기는 불만족으로 인한 낙심이지요. 그 범주에 맞으면 옳은 일이라 좋아 하고, 그 범주에서 한 치만 벗어나도 틀렸다고 불평하는 것을 현실에서 많이 보게 되지요.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혼자 자립하여 살아가려 하는 것이 본능입니다. 물론 성공적인 인생살이를 위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정한 위험과 시련은 필수 불가결한 과정입니다. 결혼하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이해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이런 나의 모습을 직시해야 상대를 위하는 생각과 이해도 하기가 쉽습니다.
오늘 결혼을 통해 새로운 부부로써 스스로의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역할이 주어졌지만, 나 혼자 살 때는 고칠 것이 본래 하나도 없었는데, 부부 간에 서로 맞지 않는 데서 갈등이 일어나게 됩니다. 함께 처하고 해결해야 할 상황 속에서는 맞지 않으면 고쳐야 할 뿐입니다. 나무가 산에 있을 때는 하나도 고칠 데가 없지만, 집을 짓는데는 대들보냐 기둥이냐 서까레냐 문짝을 만드느냐에 따라 용도에 맞게 다듬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혼자 살 때는 장점이 되는 것이 함께 사는 데는 단점이 되어 고쳐야 할 때도 주저하지 말고 고쳐야 합니다.
서로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거나 채워주기를 원하는 것보다 만족할 만한 새로운 목표를 향해 함께 채워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말은 당신을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 그것이 상대의 꿈이 아니라 이루지 못한 내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내 식대로 하는 것도 사랑이 아닌 집착이고, 내버려 두고 외면하는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없습니다.
세상만사, 심지어 내 마음까지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으므로 나를 믿고 나에게 기대고 기대해야 됩니다. 절대로 과도하게 나를 버리고 서로에게 기대거나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은 함께 맞닥뜨리게 될 인생의 추한 면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성공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오늘이라는 새로운 날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행복의 길을 찾아 나서시길 바랍니다. 항상 미래를 향해 노력하며 서로에게서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솟아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매일을 살아가세요.
오늘 바쁘신데도 새 출발하는 신랑 고창범 군과 신부 심효선 양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하객 여러분들께도 두 분과 가족들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 11. 06.
주례 이동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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