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례 사
오늘 장가가는 신랑 박연호 군은 저와 함께 광화문 마라톤 모임이라는 봉사클럽의 회원이며, 저와는 10여 년을 함께 전국의 마라톤 대회를 달리거나 봉사를 하고 있는 제가 아주 아끼는 후배입니다.
오늘 가정을 꾸며 새로운 인생을 힘차게 출발하는 신랑 박연호 군과 신부 김진희 양의 결혼을 축하하고, 두 분의 행복한 앞으로의 삶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제 경험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결혼은 사랑하는 처녀와 총각이 부부의 연을 맺어 가정을 이루는 아주 자연스럽고 공식적인 의식입니다.
이런 의식을 통하여 부부는 혼자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는 항상 '나'라는 말 대신에 '우리'라는 호칭을 사용하게 되고, 혼자지만 다른 반 쪽을 대변하여 둘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지요.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될 인생의 아름다운 면 뿐만 아니라 추한 면도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아 끊임없이 상대의 아름다움을 찾아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가정에는 어떤 가치있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벌자'거나 '잘 먹고 잘 살자'거나 '사랑하자'거나 '봉사하자'도 좋습니다.
그런 목적 의식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용기를 갖게 하고, 불안과 불편감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게 됩니다.
신혼여행 기간 동안 두 분이 의논하여 그런 두 사람만의 목적의식이 있는 가정의 가치관을 가훈으로 만들어 두고 자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남녀가 행복한 부부가 되기로 결정한 이유는 아마도 서로에 대한 믿음일 것입니다.
결국 부부간의 사랑이라는 것도 믿음의 진전된 모습입니다.
행복하다는 느낌은 사랑에서 오고, 사랑은 믿음에서 생기며, 그 믿음은 상대방에 대한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해 하는 마음에서 생깁니다.
행복은 '누구를 만났는가?'가 아니라 "어떤 눈으로 배우자를 바라 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달리다 보면 맞게되는 아침 안개처럼, 길가 풀잎에 맺혀있는 이슬처럼, 볼수록 신비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바로 자신의 배우자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 바로 내 곁에 항상 있음을 감사하고 존경할 때 사랑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처음 결혼할 때는 단지 인생을 '함께할 누군가'를 찾아 배우자로 정하지만, 아직은 '함께 한다'는 어른들의 말을 낭만적인 사랑과 행복의 의미로 차용했을 뿐이지요.
호시우보(虎視牛步)라고 호랑이처럼 매섭게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소처럼 우직하게 서로 바라보며 서로를 의지하며 한 걸음씩 세월을 지나면서 '함께 한다'는 부부간의 정의 의미를 조금씩 느끼고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부부는 가정이라는 집을 짓는 나무입니다.
한 그루 나무로 있을 때는 나무랄 때가 하나도 없지만, 이것을 가지고 대들보를 만들 것인가 문짝을 만들 것인가에 따라 다듬어지는 정도나 모양이 달라질 것입니다.
서로의 성격이나 습관도 두 사람이 어떤 가정을 만드려고 하는가에 따라 그대로 쓰이기도 하고 고쳐야할 부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부부는 물과 같습니다. 물은 본래 자기 모양이 없으며, 담기는 그릇의 모양이나 크기에 따라 모습이 다양하게 바뀌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만나도 마찰이나 갈등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막으면 고이고, 차면 넘치고, 이쪽을 막으면 저쪽으로 흐르고, 사방이 막히면 조용히 기다렸다가 다시 움직이는 물의 모습에서 나를 고쳐 배우자에게 맞춘다는 의미를 배울 수 있습니다.
결혼생활에서 불협화음이 나는 대부분의 이유는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배우자를 바라보는 서로의 시각과 인식만 달라진 때문입니다.
자신만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은연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만 일방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그런 일방주의에 대해 상대가 불평을 하면 오히려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자신의 애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윽박질러 서로의 관계를 냉각시키게 되지요.
자신의 만족만 생각하고 그로 인한 상대의 고통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갈등이 생기게 되지요. 부부간의 다툼에서 나의 노력만을 강조하다 보면, 나의 애씀이 인정받지 못하는데 대한 원망과 아쉬움으로 상대를 불평하게 됩니다.
두 사람간의 관계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데 대한 배우자의 답답한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먼저 생각하면 나의 원망과 아쉬움도 사라지게 됩니다.
부부싸움이 칼로 물베기처럼 갈등이 쉽게 극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서로 멀어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갈등으로 당장은 서로 얼굴을 돌리더라도 속으로는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지요.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에 자기 뜻대로 하지 않는다고 겉으로는 짜증을 내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하고 착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애정은 사랑이라는 큰 길로 통하는 관문입니다. 이 문을 닫으면 서로 가까워질 수 없으며, 짝사랑하는 사람들처럼 그냥 멀찌기 떨어져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먼저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을 보여주어 사랑과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입니다.
결혼으로 신랑에게는 처가가 생기고, 신부에게는 시집이 생깁니다.
서로 다른 가풍과 문화를 접하게 되는 것이지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새로 접하게 되는 상대의 문화와 전통을 선입감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양가의 가풍과 문화는 그럴 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전되고 유지되어 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비판하지 말고 있는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합니다.
양가의 문화와 전통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 융합함으로써 두 사람만의 가정문화로 더욱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부부간의 친밀도가 사회생활에서의 용기의 원천이며, 일에 열중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처입니다.
이를 위해 함께 살아가는 동안에 매일 한 번 이상 서로에게 해야 할 5마디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살짝 뺨에 뽀뽀를 하면서 " 잘잤어?"하고 인사합니다. 이런 아주 간단한 관심과 안부가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전해줍니다.
출근할 때는 가볍게 포옹하면서 "당신 최고야"라거나 "당신 정말 멋있어!"라는 찬사 한마디면 온 세상을 얻은 듯한 희열 속에 세상 속으로 들어갈 용기가 넘쳐날 것입니다.
낮에 시간이 날 때 "사랑해!"라거나 "보고싶어!"라고 애정어린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면 앞을 가로막는 태산도 뚫을 만한 에너지가 충전될 것입니다.
퇴근해서 만날 때는 어깨를 감싸안으며 "수고했어!"라는 격려와 위로의 한 마디에 파김치가 된 하루의 피로도 단번에 날아가 버릴 것입니다.
저녁 식탁에 앉아 서로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하며 보내는 미소띤 감사의 윙크는 상대에 대한 한없는 신뢰와 행복의 엔돌핀이 넘치게 해줄 것입니다.
연애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구하는 과정이라면, 결혼은 서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잘 지지고 볶아야 제 맛이 나는 깨소금이나 녹차처럼 부부도 서로 어울려 잘 볶아져야 제각각 가지고 있는 향기로운 영혼의 그윽한 맛들이 제대로 우러나와 적절히 어우러지게 됩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에게 어울리는 멋진 인생을 살아가시길 빕니다.
오늘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신랑신부의 행복한 새츨발을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해주신 하객 여러분들께 양가를 대신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9년 2월 15일 주례 이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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