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 남궁만영 군과 신부 김태언양은 저와 함께 타잔 스타일로 꼭 가릴 곳만 가린 채 도시대로건 시골소로건 가리지 않고 일 년 내내 달리기를 즐기는 젊은이들입니다. 신랑과는 90년대 초 산악 달리기를 같이 하며 알게 되었고, 신부는 광화문 마라톤 모임이라는 달리기 봉사클럽에서 만났지요.
여기 오신 일가 친지들이나 우리 달리기 동료들은 잘 아시겠지만, 신랑 남궁 만영군과 신부 김태언양은 두 분 모두 봉사와 배려가 몸에 밴 정말 보기 드문 똑바른 젊은이들입니다. 아들과 딸을 이렇게 훌륭하게 잘 키워 주신 양가 어른들께 우리 함께 감사의 박수를 한 번 보내드립시다.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주례로서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싸우지 않는 방법에 대해 제 경험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리가 결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혼자 외롭게 지고 왔던 무거운 삶의 짐을 이제 '둘이 함께' 쉽고 편안하게 들고 가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혼자 누리고 책임져야 했던 기쁨과 잘못도 이제부터는 서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결혼생활이지요.
결혼을 하면 무엇이 생길까요?
아이요? 아이는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일까요?
바로 가정입니다.
가정은 가장 작은 사회조직이지요.
어제까지 남남이던 두 사람이 만나 오늘 결혼식 이후부터 '우리'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곳이 바로 가정입니다.
이제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나'와 '너'라는 개인이 아니라 항상 '우리'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가정이라는 사회에서는 서로에게 어울리는 호칭도 아주 중요합니다.
"어이" "너" "오빠"같은 호칭은 어울리지 않지요. "자기" "여보" "당신" "만영씨, 태언씨"는 좋습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심지어 말 한마디까지도 내 자신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정생활에는 어떤 가치있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에 이루고 싶은 두 사람만의 가치를 글로 써 둔 것이 "가훈'입니다. 매년 어린이날 개최되는 저희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 대회에서는 가훈써주기 행사를 합니다. 어떤 젊은이가 와서 "친구결혼 선물로 주려는데 가훈하나 써주세요" 해서 서예가들을 당황스럽게 했던 적이 있습니다. 가훈은 친구가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의논하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돈을 많이 벌자'거나 '사랑하자'거나 '봉사하자'도 좋습니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 그런 목적의식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용기를 갖게 하고, 불안과 불편감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합니다.
신혼 때의 넘치던 사랑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충돌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서로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이런 감정을 속으로만 꾹꾹 눌러 둔 채 잘 되어 가는 척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척' 가장하는 것은 결혼생활에 필수적인 두 사람간의 강한 연대감을 약화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충돌의 원인은 자신이 무시당한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이런 무시감은 상대가 나를 무시해도 될 만한 원인을 내가 제공했기 때문에 생깁니다.
부부간의 문제의 반은 바로 나에게 책임이 있지요. 그러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나 스스로 찾아 먼저 고치는 자세가 항상 필요합니다.
따로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함께 살면서 마찰이나 불만이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지요.
불만이나 마찰을 숨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가지고 솔직하게 대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결혼 생활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잘 가꾸어나가야 할 꽃모종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집에서 매일 얼굴 보며 한 이불 덮고 자니까 '잘 알겠지'하는 마음은 절대 안됩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은 누구도 알 수 없지요.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라고 했습니다. 항상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 사이에는 투명한 유리벽이 자리잡게 됩니다. 유리벽은 투명해서 눈으로 서로 잘 바라볼 수는 있지만, 서로를 손으로 만지거나 말을 전할 수는 없게 되지요.
부부는 사랑이라는 밧줄로 서로 얽매여 있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부부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게 되지요.
부부 사이를 묶어주는 사랑은 '너'와 '나'로 개인플레이를 하면 구속이고 밧줄이 되지만, '일심동체' 한 몸으로 움직이면 몸을 받쳐주는 혁대처럼 든든한 의지처가 됩니다.
연애할 때는 매번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찾습니다. 그래서 항상 즐겁고 행복하지요.
그러나 가정은 조그마한 변화에도 민감해지기 때문에 항상 익숙된 그대로 정체된 상태에 있기를 원하지요.
배우자가 소중하다고 느끼면 배우자의 행동 모두가 믿음직스럽고 예쁩니다.
그런데 배우자를 가볍게 바라보면 배우자의 모든 행동이 불안해 보이고, 염려되어 화가 납니다. 그래서 사랑은 사라지고 답답한 권태감만 남게 되지요. 이처럼 자신은 변하지 않은 채 상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만 변하는 것이 부부간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다른 원인이 됩니다. 배우자는 소유물도 아니고 애완용은 더더욱 아닙니다.
서로에게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서로의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아니면 연애할 때의 사랑에 빠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처음으로 되돌아가 보는 것이지요.
그러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생기며, 모든 행동이 너무나 예쁘고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일 것입니다.
부부간의 친밀도가 사회생활에서의 용기의 원천이며, 일에 열중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처입니다.
이를 위해 함께 살아가는 동안에 매일 한 번 이상 서로에게 해야 할 5마디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살짝 뺨에 뽀뽀를 하면서 " 잘잤어?"하고 인사합니다. 이런 아주 간단한 관심과 안부가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전해줍니다.
출근할 때는 가볍게 포옹하면서 "당신 최고야"라거나 "당신 정말 멋있어!"라는 찬사 한마디면 온 세상을 얻은 듯한 희열 속에 세상 속으로 들어갈 용기가 넘쳐날 것입니다.
낮에 시간이 날 때 "사랑해!"라거나 "보고싶어!"라고 애정어린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면 앞을 가로막는 태산도 뚫을 만한 에너지가 충전될 것입니다.
퇴근해서 만날 때는 어깨를 감싸안으며 "수고했어!"라는 격려와 위로의 한 마디에 파김치가 된 하루의 피로도 단번에 날아가 버릴 것입니다.
저녁 식탁에 앉아 서로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하며 보내는 미소띤 감사의 윙크는 상대에 대한 한없는 신뢰와 행복의 엔돌핀이 넘치게 해줄 것입니다.
결혼으로 신랑에게는 처가가 생기고, 신부에게는 시집이 생깁니다.
서로 다른 가풍과 문화를 접하게 되는 것이지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새로 접하게 되는 상대의 문화와 전통을 선입감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양가의 가풍과 문화는 그럴 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전되고 유지되어 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비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합니다.
양가의 문화와 전통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 융합함으로써 두 사람만의 가정문화로 더욱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연애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구하는 과정이라면, 결혼은 서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에게 어울리는 인생을 즐기는 삶을 살아가시길 빕니다.
오늘 바쁘신데도 새 출발하는 두 분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도 두 분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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