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3일 전에 겨울초입인 입동이 지났습니다만, 아직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기분이 가득한 이 가을 말미에 사랑과 행복의 큰 꿈을 품고 오늘 결혼생활이라는 인생열차에 타는 김재동군과 박수영 양인 한 쌍의 부부가 저에게 결혼생활의 미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나는 신부 박수영양의 부친인 박정일원장님과 대학에서 선후배로 만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동창이 아니라 인생 여정의 동반자로써 함께 지내오고 있으며, 지금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암환우들을 돕기 위한 서울시민마라톤대회를 운영하는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연으로 새롭게 부부의 인연을 맺는 두 분을 축복할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신랑 김재동 군은 문화 예술과 사회공헌 분야에 큰 뜻을 품고 연강재단 두산아트센터 기획팀에 재직 중인 꿈과 열정을 가진 청년으로 논리적이고 냉철한 판단력과 예술적인 따뜻한 감성을 함께 지니고 있으며, 세속적 가치에 휘둘리기보다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뜻하는 바를 위하여 올곧게 나아가는 믿음직스러운 보기 드문 미래형 인재입니다. 신부 박수영양은 외국계 금융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 와이만 FS에 입사하여 다년간 국 내외 여러 금융회사의 경영 전략을 두루 다룬 금융 분야 전문가로써 결단력있고 똑부러지는 면모와 따뜻한 마음으로 항상 단점보다는 장점을, 어두운 면 보다는 밝은 면을 보고 기억하려 노력하는 창의적인 젊은이입니다.
제가 이 두 젊은이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스스로의 이야기로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두 젊은이들의 용기있는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많은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신랑 김재동 군의 결혼과 관련한 자신의 결심과 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하객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은 신부 박수영양의 결심과 의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겠습니다.
"저는 늘 아껴주시는 부모님과 다정한 남동생 덕에,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 대화가 많은 가정 안에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어머니에게 난 우리 아버지같은 사람하고 결혼할 것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어머니가 그런 사람 세상에 많지 않으니 못찾아도 실망하지는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그런 사람 찾았습니다”.
지금 남자 친구는 원래 학교 선배였습니다. 어느 날 회사 끝나고 오면 맛있는거 사준다는 말에 밥먹으러 나간 것이 인연이 되어, 학교 선배가 남자 친구가 되었습니다. 1000일에 가까운 시간을 연인으로 함께 하면서, 뜨거운 열정이나 설레임 뿐 아니라, 깊은 배려와 신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임을 확신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사람을 남편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많은 하객분들께 함께 인사를 드리고, 부부로써 함께 살게 되면 꼭 지키고 싶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언제나 서로에 대한 사랑이 우선인 가정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정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어 나가기 위해 내가 먼저 믿어주고 배려하며, 내가 먼저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 이상형은 늘 '사랑받고 자란 바른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이상형에 대한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저를 잘 키우고 가르쳐주신 부모님께 한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누구보다도 큰 사랑을 받고 자라 서로를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 이제 제 인생의 다음 장을 시작하려 합니다. 많은 축복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기 계신 하객들 대부분도 십수년 전에는 다 이런 순수하고 용기있는 의지를 가지고 인생을 출발했습니다. 젊은이들의 멋있고 아름다운 시작을 다시 한번 박수로 축하해주시지요.
예, 조금 전에 신랑신부가 결혼에 즈음하여 각자의 각오와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에 더불어 주례로서 나는 오늘 "두 분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면 용기를 내어 그 길을 가도록 하세요"라고 말해 주려고 합니다.
결혼은 사랑의 열정을 행동으로 옮긴 결과입니다.
결혼은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을 통해 확인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행약속입니다. 지금까지 '혼자' 외롭게 '지고' 왔던 무거운 삶의 짐을 이제 '둘이 함께' 쉽고 편안하게 '들고' 가겠다는 약속입니다.
혼자 누리고 책임져야 했던 기쁨과 잘못도 이제부터는 서로 함께 더하고 나누는 것이 결혼생활이지요.
결혼 생활의 에너지원은 "열망"입니다. 열망은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바라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깃든 본능적 욕구이며,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은 영혼의 소망입니다. 더 큰 즐거움, 더 많은 행복, 더 깊은 이해, 더 발전된 삶, 더 나은 인생... 등등 열망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자연의 힘입니다.
열망에는 서로 사랑하며 또 사랑받고 싶은 소망,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이 교감하고 싶은 소망,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소망들이 녹아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갈 행복한 인생 전체를 계획하고 완성하겠다는 용기, 시간이 걸리더라도 닥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 어떤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끝까지 해내겠다는 결심, 전혀 예상치 못한 모든 가능성까지 해결하겠다는 마음들이 모여 두 사람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행복하다는 느낌은 사랑에서 오고, 사랑은 믿음에서 생기며, 그 믿음은 상대방에 대한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해 하는 마음에서 생깁니다. 행복은 '누구를 만났는가?'가 아니라 "어떤 눈으로 배우자를 바라 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길가 풀잎에 맺혀있는 아침이슬이나 안개처럼 볼수록 신비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바로 내 곁에 항상 있음을 감사하고 존경할 때 사랑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은 변하지 않은 채 상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만 변하는 것이 부부간에 나타나는 불협화음의 원인이 됩니다.
자신만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은연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만 일방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하지요. 이렇게 자신의 만족만 생각하고 그로 인한 상대의 고통은 이해하지 못하는 일방주의적인 고집 때문에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부부간의 다툼에서 나의 노력만을 강조하다 보면, 나의 애씀이 인정받지 못하는데 대한 원망과 아쉬움, 그리고 무시당했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를 불평하게 됩니다.
그러나 무시감은 상대가 나를 무시해도 될 만한 원인을 내가 제공했기 때문에 생깁니다.
부부간의 문제의 반은 바로 나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간의 관계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데 대해 배우자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아플까 먼저 생각하고, 그 원인을 나 스스로 찾아 고치면 원망과 아쉬움도 저절로 좋아지게 됩니다.
이제부터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갈 가정이라는 새로운 현실에서는 과거의 선입견이나 편견, 혹은 판단을 버리고 불만이나 마찰을 숨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가지고 솔직하게 대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두 사람 모두를 행복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근본은 나 자신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이 없다면 가정을 지탱하는 질서가 없어지고, 질서가 없어지면 정의가 없어지고, 정의가 없어지면 당연히 이기적인 힘의 논리만 왕성해져서 두 사람 사이에는 투명한 유리벽이 자리잡게 됩니다. 유리벽은 투명해서 눈으로 서로 잘 바라볼 수는 있지만, 서로를 손으로 만지거나 말을 전할 수는 없게 되지요.
사랑은 소속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샘솟듯 자연스럽게 솟아나 서로 나누어 가지는 것입니다.
물이 정체되면 썩듯이 서로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흘러 서로의 생명을 빛나게 하도록 자신의 사랑을, 자신의 따뜻한 눈길을 숨기지 말고 그대로 전하기만 하세요.
보낸 사랑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연연해 한다면 그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상대에게 집착하는 것입니다. 집착은 사랑이 아니란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사랑을 전해줄 대상이 존재함으로 내 영혼이 그만큼 아름다워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이니 사랑하되 그 사랑에 무게를 싣지 않아야 합니다. 사랑을 전해받을 때 그 사랑의 무게도 함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사랑일수록 더욱 상대의 마음 깊숙히 자리잡을 것입니다.
생각하여 느끼는 사랑을 하지 마세요. 순간순간 불현듯 생각 나고, 언뜻언뜻 떠오르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내가 상대의 곁에 늘 있기는 하나 아쉬움을 주는 사랑을 하세요. 그것이 상대를 나에게 머물러 있게 하는 것입니다 . 나를 상대 안에 머물게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여 행복한 한 쌍의 부부를 있게 하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서로의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아니면 연애할 때의 사랑에 빠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처음으로 되돌아가 보는 것이지요. 그러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생기며, 모든 행동이 너무나 예쁘고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일 것입니다.
결혼으로 신랑에게는 처가가 생기고, 신부에게는 시집이 생깁니다.
서로 다른 가풍과 문화를 접하게 되는 것이지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새로 접하게 되는 상대의 문화와 전통을 선입감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양가의 가풍과 문화는 그럴 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전되고 유지되어 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비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합니다.
양가의 문화와 전통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 융합함으로써 두 사람만의 가정문화로 더욱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연애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구하는 과정이라면, 결혼은 서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에게 어울리는 인생을 즐기는 삶을 살아가시길 빕니다.
오늘 바쁘신데도 새 출발하는 신랑 손희상 군과 신부 권재남 양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도 두 분과 가족들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2.11.10
주례 이동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