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신랑 김건균 군은 저와 함께 광화문 마라톤 모임이라는 봉사단체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건강하고 믿음직한 후배입니다. 그리고 신부 정영미 양 또한 신랑과 마라톤을 인연으로 맺어진 이쁘고 사랑스런 달리기 도반입니다.
결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혼자 힘으로 걸어왔던 인생살이라는 외롭고 힘든 길을 이제 '둘이 함께' 즐겁게 달려갈 수 있다는 편안함과 행복감입니다.
결혼은 두 사람이 함께 한쪽 방향을 바라보며 같이 달려가자는 약속이며 의무이며, 책임입니다.
지금까지 혼자서 누리고 책임져야 했던 즐거움과 외로움, 행복과 불행도 이제는 서로 함께 나누어야 하는 것이 결혼입니다.
결혼을 하면 바로 가정이 생기고, 가정은 가장 작은 사회조직이지요. 남남인 남녀가 만나 '우리'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곳이 바로 가정입니다.
부부간에는 '나'와 '너'라는 구별이 없으며 항상 '우리'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 만큼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고, 한 사람이 죽어서 헤어질 때까지 항상 생각해야 하는 것이, "내가 상대를 위해 무슨 기여를 할 것인가?"를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하는 고달픈 곳이기도 합니다.
내가 하는 모든 행위가 '우리'를 위한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출발하기 전에 하는 준비운동에 사용하는 시간은 쓸모없는 시간낭비가 아니라 마라톤을 부상없이 멋있게 완주할 수 있는 일련의 필수 과정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행복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입니다. 두 분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운동으로 하루를 준비하고 매일의 일과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하루의 첫 시작이 바뀌면 하루가 바뀌고, 하루가 바뀌어야 인생이 바뀌게 되니까요.
마라톤 대회에서 달리기가 즐겁고 행복하거나 힘들고 고생스러운가는 지금까지 해온 과거의 훈련의 결과이듯이, 지금부터 두 분이 맞게 될 삶의 상황이나 환경은 두 분이 지금까지 해온 생각과 행동의 결과입니다.
앞으로 상대가 곁에 없거나 건강하지 않다면, 그것은 그 때까지 두 분이 살아온 과거의 생각과 행동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말이지요. 이제부터의 생각과 행동이 두 분의 행복한 미래를 만든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인생의 전환점은 마라톤 대회의 반환점처럼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순간이 바로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것입니다.
두 분을 사랑하고 믿고 축복해주기 위해 여기 오신 하객들 앞에 서서 제 이야기를 듣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서 '우리'로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인생 전환점이 되어 두 분의 삶이 바뀌고 그에 걸맞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 또한 따라오게 만드시길 바랍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우리가 하는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아직 마라톤 완주에 자신이 없는 신참자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이룬 든든한 멘토를 만난 것과 같습니다. 마라토너로서 두 분 모두 서로 상대의 든든하고 믿음직한 페이스메이커가 되기로 마음 속으로 결심하고 그렇게 행동하십시요.
서로의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믿고 의지하여 서로의 꿈의 동반자가 된다면, 아무리 오래 달려도 지치지 않고 행복하기만 한 인생 마라톤이 될 것입니다.
42.195 km 마라톤 코스를 땀 흘리며 달려온 사람만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의 환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환희를 안겨주는 첫 출발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열정입니다. 지금 두 분의 가슴 속에서 불타는 사랑에 대한 열정이 두 분을 활기차고 힘이 넘치고 눈이 반짝거리며 빛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지금 서로를 향한 이 불타는 열정을 잊지 말고 기억하십시요. 그런 열정이 진정한 사랑과 잔정한 환희의 절정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백오리 길을 달리는 마라톤은 마라톤 벽이라는 극한의 고통을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마주하여 넘어서야 완주가 가능합니다.
마라톤 벽이라는 고통 속에 마라톤 완주의 행복과 희열이 숨어있다는 말이지요. 두 분이 앞으로 함께 살아갈 인생마라톤에서도 온갖 고통과 장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마주하여 서로를 믿고 대화하여 해결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립니다. 절대로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사랑과 배려로 마주하여 극복해야 합니다.
그런 고통의 깊이만큼 행복이 두 분 앞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인생의 고통을 모르면 행복이 행복인줄 또한 모르게 되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한 후에도 힘이 남아있다면 주로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지요.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쓰러진 황영조 선수처럼, 많은 대회에서 우승했던 이봉주선수의 쾌거처럼 두 분의 인생마라톤에서도 매 순간을 서로를 위해, 또 함께하는 삶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내어 비우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두 분의 사랑도 비워야 다시 더 많은 사랑을 채울 수 있습니다.
비우지 않고는 채울 수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채우지 않고는 비울 수 없는 것 또한 인생입니다.
마라톤 대회는 1등인 우승자는 단 한 사람 뿐이지만, 완주하는 모든 참가자들이 승리자가 되는 게임입니다. 인생마라톤에서도 똑같습니다.
굳이 1등을 하지 않아도 두 분은 조금 늦게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만, 이제부터라도 포기하지 말고 서로 격려하고 이끌고 밀면서 끝까지 달려서 환희에 넘치는 행복한 인생 승리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결혼으로 신랑에게는 처가집이 생기고, 신부에게는 시집이 생깁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가풍을 접하게 되는 것이지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새로 접하게 되는 상대의 문화와 전통을 자기 입장에서만 비판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양가의 가풍과 문화도 그럴 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전되고 유지되어 올 수 있었습니다. 선입감을 버리고 양가의 문화는 있는 그대로 자기 것으로 받아 들이시길 바랍니다.
연애는 자기에게 맞는 사람을 구하는 과정이지만, 결혼은 서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분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고 서로 사랑하고 인생을 즐기는 행복한 삶을 살아 가시길 빕니다.
오늘 바쁘신데도 새 출발을 하는 두 분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도 두 분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2.4.14
주례 이동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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