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친구 소개로 진료실을 찾아오신 조선족 환자분의 하소연이다.
30년 전만 해도 우리의 삶은 이렇게 바쁘지 않았다. 물론 모심기 등 농번기에는 "불 때는 부지깽이도 뛰어 다닌다"고 모든 동네 사람들이 하나의 대가족으로 최적의 시기에 논에 벼를 내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 때만 지나면 그렇지 않다.
밥은 부엌에 걸린 솥에서 아궁이로 불을 때어 짓고, 빨래는 머리에 이고 동네 밖 냇가로 나가 해서 다시 집으로 이고 와서 마당에 친 줄에 걸어 널어 햇빛에 말린다.
요즘에는 대가족이 아니라 핵가족으로 흩어져 살면서 일이 있으나 없으나 직장으로 매일 직장으로 출근하여 하루 정해진 시간을 보낸다.
밥은 전기밥솥에서 예약해 놓은 시간에 저절로 완료되고, 빨래는 세탁기에서 건조는 건조기에서 자동으로 된다.
시간과 공간적으로 보면 30년 전에 비해 오늘날은 훨씬더 간편하고 여유가 많아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오는 요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외부, 즉 다른 사람이나 환경이 요구하는 것들 때문이다.
외부의 요구에 시달리다 보면 자신이 마치 주어진 일도 하나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바보같다는 환상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 버리게 된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아직도 해야할 일은 끝이 없어 보이고, 외부의 시선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 부담감, 그리고 불안감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이런 일상적이며 진부한 일들에 매달려 에너지를 소진시키면서 진정으로 소중한 인생의 가치들을 그냥 지나치게 된다.
아버지는 직장에서, 어머니는 직장이나 친목모임에, 아이는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대가족 때보다도 훨씬 더 가족간의 결속력은 얕아지고 서로의 활동 반경이 점점더 예측 불가능해지며, 그에 따라 가족간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우리가 30년 전과 같은 화기애애한 가족간의 결속력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우리 자신을 먼저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외부의 일에 초주검이 된 자신이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 것인가? 집에 왔을 때도 열정이 일부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일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휴식을 통한 심신의 이완도 반드시 필요하다.
스스로 정신적 여유를 느낄 수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더 너그러워질 수 있고, 쫓기듯 한 뼘의 여유도 없어 보이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더욱 창조적인 생각들이 더욱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
이제 가을이다.
밖으로 나가 보자. 강가를 걷거나 달려보자. 아니면 명상을 통하여 자신의 내부를 살펴보자.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던 심인성 증상들이 가을 구름처럼 멀리 멀리 날라가 버릴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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