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쥔장님의 뒤를 따라 사당에서 관악을 올랐다.
관악은 늘 나를 괴롭히는 악동 같은 산이었다.
어금니처럼 다다닥 붙어 좁은 낭하의 바윗길이 그렇고
절벽 밑 시퍼런 아가리들이 굶주린 악어처럼
사정없는 이빨들로 우글거리고는 꼴이 그렇다.
직벽! 한 발짝만 삐끗해봐라.
너는 그대로 골로 간다.
휴~ 나에게 관악산은 왜 그리 무서운 거야.
그런 관악을 불끈불끈 잘도 오르시는 쥔장님은
영락없이 또 바들거리는 나를 빨리 오라 아우성이다.
아니, 누구는 가기 싫어서 안 가나요.
바위만 보면 겁이 나는데
오줌이 찔끔거려 죽겠는데
아무리 바위 허리춤을 부여잡고 애를 써 봐도
초장부터 떨리는 발걸음은 안 떨어지는데
바위 중간에 서서 내려가지도 못하고
오르자니 온몸은 달달거리고
하늘엔 금방 소나기라도 퍼 부을 듯 운판은
쩍쩍 소리 내어 내 머리 위를 지나고
때마침 내 옆을 바짝 치고 오르던 어떤 아저씬
아니 군대 안 갔다 왔어요. 왜 그리 떨어요.
하길래 나는 거침없이 장교로 갔다 왔어요.
그랬더만 그 아저씨 나를 씨~익 쳐다봄서
뭐 장교 출신이 그래요.
흐미~~ 나에게 관악산은 왜 그리 무서운 거야.
2.
어찌어찌 죽을 고비를 넘기며 연주대를 오르고
연주암에 들러 불공을 드리고
과천으로 내려와서는 그래도 파전에 막걸리는
남보다 두 배는 더 먹고
쥔장 어르신님 어제는 이 장교출신 때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담부터는 바들바들 안 떨겠습니다.
칼바위든 도마 바위든 가리지 않고 잘 오르겠습니다.
그리고 10월엔 검단에서 용문산까지 12km를 도전해 보겠습니다.
휴~ 어제의 관악산,
정말 죽다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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