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웃기는 세상이다.
어찌나 웃기던지 오늘은 화가 난다.
나는 춘마를 중도에 안한다 했다.
막상 맘먹고 뛰면 우리가 이긴다는 것은
길거리 어린애들도
경노당에서 민화토 치는 할머니도
다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결과를 보기도 전에 나는
지난 경찰청마라톤 사고를 목격했던 바,
안 한다 했다.
그래 채진사 본인도 ‘바보’라는 제목의 글에서
순순히 받아 들였다.
그래서 나는 세월아 네월아 오고가지를 마라하며
그 동안 내 연습량으로 봐서 3시간40분이면
골인하고 샤워까지 마칠 실력이었으나
뭐 내기도 없고 해서
신나게 노래 부르며 아주 천천히 뛰었다.
그런데 뭐가 졌단 말인가.
뭘 자기네가 이겼단 말인가.
똥짐지고 가는 넘 뒷다릴 걸어도 분수있게 걸어야지
이건 도대체 어거지도 보통 어거지가 아니다.
복면하고 식칼만 들면 딱이다.
어제도 바쁜 사람 불러내어 기름진 꼬리찜이며
도가닐 잔뜩 메기더니 자기네가 정한 곳에서 밥을 사란다.
그것도 무지무지하게 비싼 무슨 횟집에서 사란다.
아니, 산다 할지라도 사는 넘이 알아서 사면되는 것이지
어째서 얻어 드실 양반들이 이 집에서 사라 저 집에서 사라
난리 법석인지 참 알다가도 몰라 도라버릴 판이다.
그것도 100명을 불러 사란다.
아니, 내가 무슨 고아원 원장도 아닌데
노숙자 집단 수용소 소장도 아닌데
웬 100명을 불러 밥을 사란 것인지 참 웃겨도 보통 웃기는 것이 아니다.
존경하고 존경하는
아니, 눈만 뜨면 존경하고 싶어 미칠것만 같은
쥔장님,
이번 내기는 분명 무효임을 정중히 선언해 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있는 거라곤 돈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경우에 없는 돈은 안 씁니다.
빠른 시일 내에 명판결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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