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만 패밀리’의 대부(代父)
그래서일까, 그는 페메들을 잘 챙기는 것으로 소문이 나있다. 기회만 닿으면 많지 않은 공무원 월급을 쪼개 페메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이다. 사실 페메들은 그가 그동안 몸과 마음을 바쳐 관리해 온(?) ‘패밀리’의 일원이어서 그가 페메 부탁을 했을 때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여자 패밀리들에겐 상당히 다정다감한 반면 남자들에겐 근엄한 모습을 보인다. 달리기를 오래 해 검게 그을린 얼굴에 말없이 무표정하게 있을 때의 그의 모습에선 상당한 카리스마가 풍긴다. 영화 <대부>에서 말론 브란도가 연기한 모습과 같은….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채성만 패밀리’의 대부다.
1999년에 달리기를 시작했으니 달리기 경력이 꽤 오래됐다. 달리기는 우연히 시작했다. 하루는 중구청에 함께 근무하던 직원 한 명이 경주에 마라톤을 하러 간다고 했다. 그런가 보다 했는데, 술도 잘 먹는 그 직원이 10km 종목을 신청했다가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왔다는 말을 듣곤 호기심이 발동했다. ‘저 친구도 뛰는데 나라고 못 할 것이냐?’는 생각이었다.
그해 9월, 중앙일보 마라톤대회 하프 종목에 신청했다. 특별히 달리기 연습을 하지 않고 나갔는데도 1시간32분이라는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 그리고 다음 달인 10월, 문화일보 통일 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풀코스를 신청해 완주했다. 기록도 3시간25분39초로 마라톤 새내기치곤 엄청나게 좋았다. 당시만 해도 마라톤 훈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였다. 요즘은 대회 기념품으로 한결같이 기능성 소재의 옷들이 지급되지만, 당시엔 면 티셔츠가 나왔다. 경기복으로 입고 뛴 게 바로 이 면 티셔츠였다. 운동화만 당시 인기 있던 코오롱 제품을 하나 사서 신고 뛰었다.
달리기를 하기 전에도 운동을 꾸준히 해온 편이다. 중학교 때는 3년 동안 권투를 했고, 고등학교 때는 2년간 태권도를 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는 테니스와 검도, 수영 등을 했다. 특히 산에 열심히 다녔는데, 등산이 무턱대고 신청한 마라톤을 완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틈틈이 건강 관리를 해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타고난 마라토너였기 때문인지 구파발-임진각 구간에서 열린 통일 마라톤을 걷지 않고 꾸준히 뛰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대회장 부근에 주차해 두었던 차를 직접 운전해 귀가했고, 대회 다음 날에도 다리가 불편해 절뚝거리며 걷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다. 그의 마라톤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달리기에 재미를 들인 2000년 6월에는 직장인 중구청에 마라톤동호회를 만들었다. 당시 회원은 40여명에 불과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회원이 2백50여명으로 불었다. 매년 봄에는 서울의 각 구청과 시청이 자웅을 겨루는 서울시장기배 단축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종목은 하프코스와 10km 그리고 5km. 마라톤 동호회를 만든 2001년에는 서울시내 25개 구청 중 4위를 차지했던 중구청은 올해에는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기량이 부쩍 향상됐다. 그는 중구청마라톤동호회 창립 당시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100회마라톤클럽에는 2002년 8월에 가입했다. 100회마라톤클럽의 전 회장이자 그의 목포중·고 선배인 고영우(66·산부인과 의원 원장)씨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당시만 해도 서브3가 별로 없던 시기여서 그는 100회마라톤클럽 회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하는 까닭
사실 그는 서브3가 뭔지도 모르고 ‘꿈의 기록’을 달성했다. 2002년 3월에 열린 서울마라톤대회에서 그는 2시간56분39초에 골인했는데, 결승점을 통과하고서도 그는 담담했다. 그런데 잠시 뒤 3시간5분에 골인한 김현우(46·‘송파세상’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마스터스)씨가 3시간 안에 못 들어온 걸 너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이 대단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에도 그는 서브3를 밥먹듯이 작성했다. 금년 10월 20일 현재 그는 풀코스를 52회 완주했는데, 그 가운데 서브3를 25회 기록했다. 최고기록은 2003년 춘천 마라톤에서 달성한 2시간51분50초. 그는 울트라마라톤도 잘 뛴다. 지금까지 100km 울트라마라톤을 6회 완주했으며, 최고기록은 작년 서울울트라마라톤에서 작성한 7시간29분7초이다. 풀코스 마라톤을 약 3시간10분에 완주할 수 있는 스피드로 줄곧 100km를 달린 이 기록으로 그는 작년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또한 10km는 38분대, 하프 마라톤은 1시간20분00초의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요즘 부상 중이다. 지난 4월부터 허벅지 뒤쪽인 햄스트링 부위를 다쳐 고생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치료를 받으러 가는 한의원에서 “무조건 달리기를 쉬어라”고 권유하면 그는 “알았다”고 대답하지만, 한의원 문을 나서면 바로 달릴 생각만 한다. 이러니 부상이 나을 수가 없다. 그가 왜 부상에서 회복될 수 없는지 잘 보여주는 예가 있다.
그는 지난 10월 2일 문화일보 통일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3시간13분03초). 그리고 공휴일인 다음 날 반달 페메를 이끌며 하프코스를 뛰었고, 10월 9일에는 서울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해 절뚝거리며 100km를 완주했다(8시간35분54초, 9위). 다시 1주일 뒤인 10월 16일 아침에는 반달에서 1시간35분 페메를 한 뒤 여의도로 달려가, 하프코스 대회에 참가한 그의 패밀리 중 한 명의 개인 페메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평일에는 또 그날의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월요일 저녁엔 서울마라톤클럽 스피드업 팀과 남산에서 언덕 훈련을 하며 10km를 달린다. 중구청 정기 훈련일인 화요일엔 다시 남산에서 10km, 수요일엔 잠실 보조경기장에서 스피드업 팀과 인터벌 훈련, 목요일엔 다시 중구청 동호인들과 남산에서 10km, 금요일엔 또 잠실에서 인터벌 훈련을 실시한다. 토요일도 구청 직원들과 관악산과 북한산, 도봉산 등을 오르며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살인적으로 달려대니 부상이 나을 수가 있을까.
남들에게 식사 대접은 잘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밥을 조금밖에 안 먹는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인 태음인이어서 운동을 안 하면 금세 1∼2kg이 찌며 숨이 가빠진다는 게 그 이유다. 키 168cm에 체중 63∼65kg을 유지하고 있지만, 몸무게는 63kg일 때가 몸이 가장 가볍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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