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캠프’지키는 믿음직스러운 큰형님”
아마추어 마라톤의 역사를 말할 때 서울마라톤클럽(회장 박영석, www.seoulmarathon.net)을 빼놓고 얘기할 순 없다. 어떤 면에선 아마추어 마라토너, 곧 마스터스들이 걸어온 길은 서울마라톤클럽의 연혁(沿革)과 거의 일치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서울마라톤클럽은 지난 1997년 4월, 한강의 자전거 길을 달리던 12명이 처음 만들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8년 3월에는 마라톤 동호회로서는 처음으로 마라톤대회를 개최해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다. 매년 3월에 열리는 서울마라톤대회와 8월의 혹서기 마라톤대회 그리고 10월의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는 참가자들을 진심으로 떠받드는 대회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평생 풀코스를 1백 회 완주하는 것이 목표인 100회마라톤클럽도 사실은 서울마라톤클럽에서 파생돼 나왔다.
서울마라톤클럽이 ‘풀뿌리 마라톤의 원조’로 인정받는 또 하나의 동력이 있다. 바로 매주 일요일 아침 7시(겨울에는 7시 반) 서울 반포의 한강 둔치에 캠프를 차리고, 하프 마라톤의 거리를 달리는 ‘반포 달리기(약칭 반달)’ 때문이다. 서울마라톤클럽 회원이 아니어도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반달은 마스터스들에게 부상 없이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 가운데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반반 정도로 보고 있다. 동호회 활동을 하지 않는 ‘독립군’ 중에는 반달에서 얻은 것이 적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유로운 달리기 모임이 없을까 알아보다가 반달 얘기를 들었다. 반달은 서울마라톤클럽 회원이 아닌 사람이 뛰러 왔다고 해서 눈치를 주는 법이 없다. 요즘은 1시간25분부터 2시간까지 5분 간격을 두고 페이스메이커를 운영해 자신의 능력에 맞춰 달릴 수도 있다. 초보자인 경우는 하프코스의 거리를 2시간 이후에 달리는 ‘끝물팀’에서 부담 없이 천천히 달리면 된다. 페이스메이커에게서 주법 등에 관해 조언을 들을 수도 있고, 함께 달리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달리기가 끝난 뒤에 실시하는 보강 운동을 통해 근력이 부쩍 좋아진 걸 느낀다. 그리고 푸짐한 먹을거리들…. 하루 회비 2천원으로 이렇게 많은 걸 얻어 가는 게 미안할 정도다.”
작년 10월부터 페이스메이커 운영
최근 몇 년 동안 회원 모집을 하지 않았던 서울마라톤클럽은 약간 침체된 인상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 10월부터 반달에서 페이스메이커(이하 페메)를 운영하고, 매주 3회 잠실 보조경기장과 남산 등에서 스피드업 훈련을 실시하면서 예전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반달 캠프에서 페메들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채성만(51)씨다.
“저는 현재 서울마라톤클럽 회원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울마라톤클럽과 인연이 무척 깊어서 회원 이상의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마라톤클럽이 주최하는 모든 대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가해 왔고, 첫 서브3(2시간56분39초)도 2002년 3월의 서울마라톤대회에서 달성했거든요. 게다가 가까이에서 모실 기회가 많았던 박영석(76) 회장님은 제겐 아버지 같은 분입니다. 작년 10월의 회의에서 클럽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페메 운영이 결정되고, 그 팀장으로 제가 거론됐을 때 사양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사실 페메란 무보수 봉사직이어서 자신의 일을 희생할 수 있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만이 맡을 수 있다. 100회마라톤클럽 회원인 그만 해도 거의 매주 참가해 온 대회 참가를 포기해야 했다.
또 현재 맡고 있는 서울중구청마라톤동호회 회장으로서의 역할도 어느 부분은 버려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페메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개인적인 달리기 생활을 어느 정도 희생하고 있다.
현재 반달의 페메는 30여명. 본지에 마라톤 용품 칼럼을 집필 중인 정민호씨와 지난달부터 러닝 에세이를 연재 중인 조성진씨가 반달의 페메다. 2시간40분대 주자이자 울트라마라톤의 강자인 진재봉씨, 부부 마라토너인 이장호-김선화씨, 무릎 부상으로 활동을 잠시 쉬고 있는 치과의사 유행애씨 또한 페메 멤버이고, 얼마 전 2시간53분54초라는 빼어난 기록을 작성한 심인숙씨는 스피드업 팀의 훈련감독이자 반달 페메로 활약하고 있다. 반달 페메들은 지난 6월 강원도 횡성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1박2일의 소요 비용은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 회장과 박남진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부담했다.
“반달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르지 않고 열리기 때문에 페메들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또 자기 기록보다 늦게 달리면서 봉사하느라고 자신들의 훈련을 제대로 못 하는 고마운 분들이 바로 페메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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