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식도를
잘게잘게 썰어내고 또 모자라
위 창자를 지나 소장 대장 막장까지
뻥 뚫리게 하던 오늘 아침의 북풍.
그 북풍을 뚫고 어느 영감님이 운동화 한짝을 준다기에
한강을 뛰었습니다.
뛰는 순간에도 바람은 사타구니 쌍방울을
곶감처럼 쭈글거려 혼났습니다.
아직 쓸모있는 내 쌍방울
잘만 녹이면 영원히도 쓸 수 있는 내 쌍방울
그렇게나 금빛 나는 내 쌍방울을
괜한 운동화 한짝에 그만 못쓰게 될 뻔 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추운 날엔
운동화를 도라꾸에 실어다 준다 해도 안 뛸 것입니다.
벤츠를 88도로에 쫙 세워놔도 안 뛸 것입니다.
벤츠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가마니로 갔다 줘도 안 뛸 것입니다.
혼났습니다.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쥔장님,
추운 날 한강에 나가 뛸 때는 필히
쌍방울 옆에 벌겋게 단 숯불 너댓게 달고 뛰시길 바랍니다.
얼어 영원히 못쓰는 것 보단
쌩 살좀 데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나는 왜 이렇게 머리가 좋을까.
낼은 서울대 수의과로 출근해서 줄기세포가 몇 개가
정말로 진짠가 연구 좀 하고 와야겠다.
채 영감님 빨랑 운동화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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