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안 받겠다는 꽃을
나는 그 꽃을 받을 자격도 이유도
없다고 극구 부인했으나 꽃집 아저씨는
채모 선생님이 때려 죽여도 갔다주라 했다며
집으로 끝끝내 배달하겠다는 것이다.
휴~ 누구처럼 얼마나 끈질기던지
그래서 내가 큰 소리로 하는 말,
“아니, 아저씨! 나 지금 동해쪽으로 3박4일 왔는데
어떻게 받으란 말이요? 이 아저씨 참 웃기네."
했더니 그 아저씨 왈,
“그 집 주인 김씨란 놈이 참 이상한 놈이라
집에 있으면서도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놈하고 실랑이질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경비실에 맡기고 오십시오.”
하고 채모 선생님이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결국 아침 신문을 보려 문을 여니 무슨
비닐 포장한 커다란 물건이 문밖에 있어 깜짝 놀랐다.
순간, 설마 그 꽃!!??
하며 뜯어보니 아뿔싸!!!!!!!!!!!!!!!!!
만개한 진보랏빛 양란이 21개나 활짝이고
아직 필까말까 망설이는 다섯 개의 몽우리가
18세 소녀 유두마냥 배시시 몸 비틀어 수줍다.
순간, 우중충하던 거실은 밝아지고...
나는 웃음이 나왔다.
참 못말리는 양반이라 생각하며 한참을 웃었다.
내가 안 받겠다는데... 내가 싫다는데...
남에게 신세지는 것 별로 안 좋아 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했는데도
느닷없이 꽃이 안 오나
느닷없이 고구마가 안 오나
느닷없이 다마네기(양파)가 안 오나
느닷없이 곶감이 안 오나
느닷없이 김이 안 오나
느닷없이 산삼이 안 오나
느닷없이 생선 초밥이 안 오나
느닷없이 상황버섯이 안 오나
느닷없이 벤츠가 안 오나
(아, 벤츠는 아직 안 줌. 줄까말까 생각중이라 함.)
이렇게나 다양한 먹거리들이 줄을 잇는다.
아니, 그만 좀 보내라고 아우성을 쳐도
“엠벵하네 쳐 먹기나 해”
하며 꾸역꾸역 보낸다.
내일은 또 뭘 보내줄까.
참으로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쯤에서 부탁해 본다.
이봐요, 채 부회장님!
나 밥 안 굶고 살아요. 그러니 제발
딴것은 보내지 말구요.
독일서 막 수입한 누가 한번도 안 탄
딱 보면 눈이 부신
쌔 벤츠만 보내시요.
치사한 양반,
벤츠는 한번도 안주는 참 치사빤스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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