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유네스코는 한국의 종묘(宗廟)와 제례(祭禮)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나부터도 제례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데, 아마도 가짓수 많은 제수(祭需) 마련이 번거롭고, 제례 자체의 의전적인 딱딱함 때문일 것이다.
제례의 근본은 남의 손을 빌려 차릴 만큼 많은 음식을 올려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으며, 자신의 능력껏 정성을 다하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면 그만인 것이다.
제사상의 음식들은 하나 하나가 상징적인 의미와 뜻을 가지고 있다. 시 가지 탕(湯), 세 가지 적(炙), 삼색 나물, 삼색 과일 등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의 가짓수와 색에는 자연의 섭리와 사람과의 일체감, 그리고 기복이 담겨 있다.
삼색나물의 흰색은 도라지나 무나물같은 뿌리나물로 조상을 상징하며, 검은색은 고사리같은 줄기나물로 부모를 의미하고, 푸른색은 잎나물로 미나리를 썻는데 나를 상징한다. 이런 나물들은 냉장고과 비닐하우스가 개발되기 전에 1년을 두고 저장할 수 있는 것들이다.
석 잔의 술을 올릴 때마다 바닷고기인 어적, 네발 짐승인 육적, 두부나 갖가지 야채꽂이로 만든 야체적을 올리면서 자연이 내린 음식들을 골고루 맛보게 했다.
삼색과일의 대표주자인 대추는 꽃마다 열매를 맺어 많은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고, 밤은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을 의미한다. 씨밤을 땅 속에 심으면 가장 먼저 열린 씨밤은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도 석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조상을 모시는 위패나 신주를 밤나무로 만드는 이유도 이것이다. 감은 씨를 심으면 감이 열리지 않고 고욤이 된다. 3-5년이 지나 그 줄기에 다른 감나무 가지를 접붙여야 훌륭한 감을 얻을 수 있는데, 사람도 태어나서 가르침을 받아야 올바른 인간이 된다는 뜻을 의미한다.
설차례상에 올리는 떡국도 "쌀로 만든 가래떡을 잘게 썬 골무떡으로 끓인 장국"으로 농가월령가에 설명하고 있으며, '떡을 썰 때는 둥근 돈짝"같이 둥글게 쓰는데,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둥근 태양을 상징한다.
즐겁고 건강한 새해 맞이 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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