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적잖은 나이임에도 나는
이 길을 갑니다.
해거름에 걷는 길,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나
참고 견디며 쉬엄쉬엄 갑니다.
가는 길목엔들 헛기침에 시든 몇 잎
이파리들만이 내 눈을 파고 들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돋보기의 도수는 자꾸 높아져
책장은 온통,
뿌연 그림자들의 천국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쥔장님,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가야겠습니다.
세월지난 헛기침에 피멍울대 쓰릴지라도
이름 없어 함부로 사라진 잡풀이 되기보단
그래도 어느 봄날, 무명의 꽃일망정
한번쯤,
피었다 시들고 싶습니다.
시들어버린 무덤가는 어차피
잡풀만이 무성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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