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는 신체의 다른 부분은 그리지 않고 오직 얼굴 표정과 주름살, 그리고 눈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우리의 삶에서도 하찮은 일이 중대한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시시한 사건이 중대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콧대가 조금만 약했더라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해찬 전임 총리도 조금만 어깨에 힘을 빼고 말꼬투리 정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만한 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서 허무하게 물러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개인의 지나온 역사에서 자신의 생애와 감정에 대해 빛과 그림자를 정확하게 정리해 두지 않는다면 자식들에게 부모의 삶이 흥미롭게 비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 보며, 어릴 적 누구와 함께 살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어려움과 난관들을 겪었는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후회하는 것은 무엇이며 만족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어떤 변명을 자주 하는지 등을 생각하면 재미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자신의 결함이 이마에 적혀 있다면 모자를 눈썹까지 눌러 쓸 것"이라는 스코틀랜드 속담처럼 자신도 싫어하는 점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자신의 내면에 야수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도 없다. 각자가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그런 야수적인 면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실지 삶에서 자신의 은밀한 마음, 세세한 성격, 약점과 ㄱ려점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진실을 이야기 하지않고 일부만 말하는 것이나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기만적이고 변명이다. 한쪽 얼굴만 보고 상대의 얼굴을 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쪽 얼굴에 상처가 있거나 눈이 사시라서 얼굴 전체 인상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색으로 그리는 자신도 중요하지만 글로 표현하는 자기도 고난도의 예술에 속한다는 생각이다. 얼굴의 특징을 보이는대로 그리는 화가와 보이는 특징들 사이에서 빛나는 살아있는 영혼을 그리는 화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제 5학년 5반을 넘어가면서 나 자신의 삶을 해부해 과거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기록하는데도 예리한 눈과 글쏨씨가 필요하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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