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의사들·아시아마라톤의사연맹 회장…이동윤
이동윤 원장은 “정보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이동윤 원장. 멀리 사원의 모습이 보인다.
진주시민 마라톤대회에 평소 가까이 지내는 벗들과 함께 참가한 이 원장.
외과의원 원장 이동윤(54). 부산대 의대와 연세대 보건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외과 전문의이다.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군의관 출신으로, 청와대 의무실장과 국군 서울지구병원 원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달리는 의사들’ 회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원장은 달림이들 사이에서는 외과 전문의가 아닌 ‘달리는 의사들’ 회장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마라톤 경력 또한 그 유명세만큼이나 화려하다. 우선 마라톤 경력만도 올해로 12년째다. 80회 이상의 풀코스 완주와 3시간17분이라는 최고기록만으로도 그를 대변하기에 충분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지속적인 마라톤 부상 상담, 특히 대회에서 달리는 주자들의 안전을 위해 마라톤 의사 동호인 모임인 달리는 의사들과 함께 각종 대회에서 레이스 패트롤 봉사를 해오고 있는 ‘수호천사’다.
- 아시아마라톤의사연맹 초대 회장 -
오늘만큼은 필자도 의사가 아닌 러너 이동윤을 만나기 위해 그가 매일 아침 달린다는 한강 둔치 잠원지구를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어김없이 신선한 아침 공기를 가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미소가 아름다운 그의 모습은 여전히 자상함 그 자체다. 5년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인터뷰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필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배려해 주었다. 섬세함과 절제의 미학이 숨겨져 있는 그의 달리기 철학은 아마도 그의 그런 성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국내에 최신 의학 정보를 소개하겠다.”
지난 2005년 4월 10일 아시아마라톤의사연맹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이 원장의 인터뷰 내용이다. 국내에서 마라톤 관련 정보를 접하기 어려울 때부터 칼럼을 써서 모든 달림이들의 주치의 역할을 해온 이 원장. 인터넷을 통해 마라톤을 접해본 러너들은 이미 그의 이름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또한 마라톤 동호회 ‘달리는 의사들’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러너들의 안전한 달리기를 위해 꾸준히 집필해 온 메디컬 칼럼은 러너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 보았을 것이다.
“국내 마라톤계는 자체 연구가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최신 의학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는 의사로서 그는 새로운 정보를 빨리 소개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05년 4월 10일 아시아마라톤의사연맹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것도 선진화된 일본의 마라톤 의학 정보를 국내에 도입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아시아마라톤의사연맹은 달리는 의사들과 ‘일본의사조깅연맹’이 연합한 모임으로, 친목 도모와 정보 교류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국내에 비해 마라톤 역사가 긴 일본에서 일본의사조깅연맹은 30년이 넘은 일본 육상계 최고의 전문가 그룹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한 단체와의 정보 교류를 통해 한국의 많은 러너들에게 더 유익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원장은 연맹 회장을 맡으면서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선진 의학 정보를 국내에 전파하려고 한다. 그의 가장 큰 바람은 모든 달림이들이 정확한 달리기 정보를 습득해 더 이상 마라톤대회에서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
- “달리기는 나의 생활이다” -
그는 “정보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면서 “새로운 정보를 보면 흘리지 말고 실제로 운동에 적용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원장 또한 새로운 정보에 대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직접 마라톤을 즐기며 그 정보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직접 체험해 보는 과감함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제 본격적인 달리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이 원장은 새벽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한강 둔치로 나간다. 그가 좋아하는, 아니 이미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다. 한겨울의 매서운 한파도 이미 생활이 되어버린 그의 달리기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매일 달릴 수도 있지만, 방 감독도 잘 알다시피 적절한 휴식이 포함되지 않은 달리기는 화를 자초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는 1주일에 4∼5일 달린다고 한다. 10∼20km를 1시간 내지 2시간 가량 달리고 나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져 하루가 즐거워진다고 한다.
“아직 도시 전체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의 조용한 한강 둔치를 달리는 기분도 그만이지만, 바쁜 하루 일과 중에서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유일한 시간이라서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 환자들을 돌보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경남 언양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가지산 자락에서 자란 때문인지 산 타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 부산대 의대에 입학한 후로는 산악반에 가입해 등산에 푹 빠졌다. 그 열정은 40대 초반까지도 계속되었고, 1993년부터는 산악 마라톤에 뛰어드는 혈기왕성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올 때의 충격으로 무릎에 많은 무리를 느껴 결국 2년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유난히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했던 그에겐 뭔가 또 다른 도전이 필요했고, 그 욕구를 채워줄 수 있었던 운동이 바로 마라톤이었다. 서울 잠원동에 외과의원을 개원한 1995년부터 그의 본격적인 마라톤은 시작되었다.
등산과 산악 마라톤으로 다져진 기본 체력이 있었기에 당장이라도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지만, 절제의 미덕을 아는 그는 무리수를 두는 법이 없었다. 결국 달리기 시작 2년여 만인 1997년 10월 춘천 마라톤(3시간40분55초)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모두 80여 차례 이상의 마라톤에 출전해 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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