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달리기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러나 완주의 기쁨을 몇 번이라도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은 이렇게 덧붙인다. 달리기는 ‘부상과의 싸움’이다.
달리는 곳이 어디든 어느 때든 부상은 ‘도둑’처럼 따라붙는다. 세계적 마라톤 전문지 <러너스 월드>에 따르면 이 잡지 독자 가운데 약 80％가 심한 부상을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한다. 처음 시작하는 엘리트 선수들 약 85％. 마스터스 주자들 50~70％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다.
부상 부위는 전체 부상 발생 비율만큼 무릎 아래쪽에 집중된다. 한번 생각해 보라. 달릴 때 자기 몸무게의 5배가 넘는 하중을 받아 내야 한다면 다리가 온전히 건재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이나 한 것일까?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의사’들이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달리기 패트롤을 ‘부업’으로 삼은 세 명이 그들. 그들 각자에게 다섯 가지 질문을 던져 다리 부상에 대한 갈증 한 모금을 풀어 봤다. 이렇게 물었다. 1. 달리기 경력은 얼마나 되나? 2. 부상 경험은? 있다면 치료는? 3. 자신만의 부상 방지 노하우는? 4. 평소 훈련량은? 5. 다리 부상 방지. 이것만은 꼭! 이렇게 답했다.
밀린 숙제하듯 '보충훈련' 절대 안 해
■이경두(이경두 정형외과 원장·100회 마라톤 클럽 전 회장) 1. 달리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90년부터다. 99년 첫 마라톤 도전 후 지금까지 7년간 풀코스 완주 횟수 총 143회. 지난해에만 36회 완주했다.
2. 99년 첫 출전 준비 중 무릎 부상을 단 한 번 경험했다. 가벼운 통증이라서 부상이랄 것도 없었다. 일주일간 휴식 후 깨끗히 나았다.
3. 특별한 비결은 없다. 기록 욕심 안 내고 펀런(fun run)을 즐긴다. 평소 바쁠 땐 ‘속성 스트레칭’을 하는데 아킬레스건 등 주로 다리 뒷근육만 풀어주는 것으로 끝낸다. 그것이 나만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4. 일주일에 2~3회 아침에 15㎞ 정도 뛴다. 달리기를 마치면 몸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푸샵 30회 정도 한다. 근력 운동은 따로 하는 게 없다. 일주일 간격으로 대회에 출전할 땐 아예 훈련을 안한다. 꼭 한 가지 지키는 훈련 원칙은 정해진 목표에 못 미쳤다고 밀린 숙제하듯 한꺼번에 채우는 보충 훈련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속도와 훈련 완급을 조절한다.
5. 다리 부상은 황사 예보처럼 경고 신호를 보낸다. 그때 충분한 휴식을 갖고 달리기와 친구처럼 지내면 롱런할 수 있다.
무거워도 쿠션 좋은 신발 선택 우선 고려
■이동윤(이동윤 외과 원장·‘달리는 의사들’회장) 1. 97년 첫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으니 만 9년 됐다. 지금까지 풀코스 93회 완주했고 올 10월쯤 100회 테이프를 끊을 계획이다.
2. 본격적으로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1주 이상 쉬어야 할 정도로 부상을 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소한 근육통은 더러 있었다.
3. 첫째는 즐기는 달리기다. 둘째는 신발 선택과 교체에 신경을 많이 쓴다. 가벼운 것보다는 조금 무겁더라도 쿠션이 좋은 신발을 선택한다. 누적 거리 500㎞가 넘어 불편감이 느껴지면 지체 없이 교체한다.
4. 일주일에 3~4회 10~15㎞ 뛴다. 언덕 훈련-템포런-편한 달리기를 병행한다. 그리고 주말이면 가까운 대회에 참가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지방이나 해외 마라톤 대회는 가급적 삼간다.
5. 결국 달리기도 자신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다. 기록 단축 등 성취감도 중요하지만 순수한 달리기 자체에 더 많이 집중하면 부상의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부상신호 땐 쉬면서 상하체 근육단련
■임용찬(의정부 삼성정형외과 원장) 1. 달리기 입문한 건 3년 전. 지금까지 하프만 3회 뛰었다. 올 가을엔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훈련하고 있는 초보 달림이다.
2. 처음 시작할 때 무릎 연골 손상과 족저근막염이 왔다. 아치가 낫은 평발 형태에 과체중이 원인이었다. 식이요법을 병행해 10㎏을 감량하면서 부상에서 해방됐다. 달리기로 인한 부상은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부상과 달라 전공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3. 건염. 피로 골절 등 주요 부상은 무리하게 훈련하는 데서 오는 과사용 손상이 대부분이다. 부상 신호가 오면 달리기에만 집착하지 않고. 사이클 수영 등 다른 운동으로 반대편 근육을 단련시켜 준다. 상체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4. 아직 첫발을 떼는 수준이라 트레드밀이나 평지에서 주로 뛴다. 일주일에 4회 50분씩. 주말엔 10㎞를 달린다. 5월 하프대회에 출전하는데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5. 달리기는 혼자만을 위한 운동이다. 지난주 모 방송에서 운동 마니아들의 문제점을 다뤘는데 좀더 가정에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다리 부상으로 병원에 오시는 분 가운데 관절이 망가져도 계속 뛰다가 더 악화한 경우가 많다. 휴식이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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