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듣고 가장 가슴아팠던 말 중의 하나이다. 의과대학 시절 "조직학 실습"이란 과목에서 낙제를 하여 거제도 모 고등학교에 국어와 영어 과목 무보수 임시교사로 근무할 때이다.
겨울 방학을 맞아 고등학교 때부터의 단짝으로 의과대학까지 같이 간 친구가 놀러왔다. 한 잔 하며 밤을 새우던 중에 자기도 낙제를 했는데 동호회 교수님에게 사정을 하여 성적표를 한 장 얻어서 점수를 기록하여 집으로 보내고 왔다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자식이 낙제를 한 사실을 알았을 때의 실망과 마음 아파하실 일이 가슴이 아프지만, 지금까지 믿고 밀어주신 부모님을 속인다는 그 행위 자체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내가 그 때까지 받은 친구 부머님으로부터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 바로 지금 나쁜 방향으로 나가려고 하는 친구의 시각을 잡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첫 방안이 부모님에게 내가 친구를 대신하여서라도 사실을 알려드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너시간을 말씀을 드려야 된다는 나의 주장과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까 3개월 정도만 자신에게 맡겨두라는 친구의 주장이 엇갈리다가 밤을 꼴딱 새고 새벽 6시경 내가 전화로 어머님께 사실을 말씀드렸다.
그 순간부터 친구는 입을 닫았고, 자취집으로 가서 가방을 챙겨 첫 배로 떠나면서 내게 던져준 말이었다. 정말로 그 친구는 다음 해 등록하여 2년 정도 나를 모른 척하며 피해 다녔다. 2년 후에 시내에서 우연히 만나 내가 끌고 술집에 가서 서로의 마음을 토해내고 다시 정리가 되었다. 그 친구는 지금 모 의과대학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고, 젊은이들다운 의리와 용기가 더 충만했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 관계를 유지하는데 부정적이거나 파괴적인 의미가 있는 말들은 의도적으로 더 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화가 나고 마음의 상처를 입어도 관계가 지속도리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나 떠나겠다는 위협은 결코 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말은 "물처럼 구름처럼"이다. 물과 구름도 바람 부는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자기가 갈 방향으로만 간다. 고속버스처럼 행선지를 이마에 붙이고 다니지 않을 뿐이다. 나도 나의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단지 내색을 하지 않을 뿐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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