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람답다는 말보다 사람답지 않는다는 말이 오히려 더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올 때가 더 많은 세상이다. '사람답다'고하는 것은 상대가 잘못을 범하지 않는 존재라기보다는 오히려 잘못을 범하되 그 잘못으로 인해 자신를 재발견하고 스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답다는 말은 어떤 사람의 언행에 대해 옳고 그름을 구분짓는 것보다는 믿음과 의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인간적인 의를 버린사람을 반수라고 부른다. 물을 거스르는 것처럼 본성에 어긋난 짓을 했다는 뜻이다.
살아보면 좋은 사람도 가끔은 엄청난 사기에 연루되어 큰 실수를 범할 때가 있다. 그 사실이 들통 나서 그간의 명성이 영영 무너지기도 한다. 누구에게든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도 끔찍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은 더더욱 끔찍하다.
누군가가 엄청나거나 사소하지만 분명한 잘못을 저질렀다면, 앞으로 사람들은 그를 생각할 때마다 여지없이 그의 지난 과오를 함께 떠올리며 원망하거나 안타까워할 것이다. 힘과 기지가 넘치는 사람이 사회 조직에서 높은 위치에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는 최상위 계층에 올라 막대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했고, 운영과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고, 그러던 중에 부주의한 운영으로 개인의 영리만 취했지 사회적 책무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 이리 될 줄 충분히 미리 짐작했어야 했고 알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쯤이야!'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일이고 어쨌던 통상적으로 있는 일이라며 넘겨버렸다. 즉 그는 실수를 했고 결국 전부가 알려지게 되었고, 수많은 선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피해를 입히게 되었다.
이 사람이 자신의 친구라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이따금 그와 식사를 함께 하고, 그 가족도 알고 있으며, 몇 번인가 서로의 집을 오가기도 했다. 그런 어느 날 길거리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지만 그는 수치스런 마음에 눈길을 돌리며 우리를 못 본 체한다.
치욕감이 워낙 크다 보니 우리를 마주했을 때 벌어질 어떤 일도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알은체해봤자 즐거울 일이 없으리라는 나름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사실은 이 사람의 수치심이 뿌리가 깊다는 것이다.
그는 바닥으로 추락한 명성을 무덤까지 안고 갈 것이다. 그를 알았던 사람은 누구든 그의 이름만 들어도 그가 저지른 실수를 떠올릴 것이다. 그의 굴욕감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고, 버림받은 고통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과 존경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슬픔도 더 깊다.
법에 따른 값을 받고 치르겠지만, 그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갚아도 모자랄 만큼 무거울 수도 있다. 그럴수록 우리가 다음에 그를 만나면 친근하게 말을 건네자. 커피 한 잔 할 수 있내고 묻고, 없다는 답이 돌아오면 구체적 시간을 제시하여 커피든 술이든 뭐든 한잔하자고 제안하자.
지난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지 말고, 유감이라고, 그 소식을 듣고 많이 슬펐다고, 그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당신이 멋진 사람이고 좋은 친구라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할 수도 있으면 좋겠다. 남다른 재능과 능력이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주자.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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