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세기 석학(碩學)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 1889~1975)는 그의 저서 「역사의 한 연구(A study of history)」1권~12권에서 지구상에 존재했던 세계 문명을 30개 군으로 구분했다. 이 중 충분히 성장한 문명이 21개였고 탄생은 되었으나 성숙하지 못한 문명이 5개, 완전히 탄생하지 못한 문명이 4개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충분히 성장한 문명 21개도 문명의 세대론을 주장하여 부(父)․자(子)․孫손)의 삼대(三代)로 이어져 7개의 문명이 현재 존재한다고 하였다. 이 7개의 문명을 유지하고 있는 핵심은 7종류의 종교이고 종교가 문명을 창조하고 유지 발전시킨 장본인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Toynbee의 역사관을 문명사관이라고 하면서 그 특징은 종교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은 다분히 문명비평적인 면도 없지 않으나 문명이 유기체와 같이 탄생, 성장, 쇠퇴, 사망의 과정을 밟고 그것은 도전(挑戰)해 오는 세력을 어떻게 응전(應戰)하여 물리치느냐에 따라 역사는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근대사에 있어서 종교가 차지하는 역할이 무시할 수 없을 만치 크다는 것은 모두다 인정하는 바이지만 특히 민족독립운동에 있어서 일본제국주의를 물리치는데 원동력이 된 것이다. 각기 다른 사상과 이념을 갖고 초자연신을 숭배하면서 신앙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유․정의․평등을 위한 투쟁에 있어서는 공동의 광장이 마련되고 있었던 것이다.
유교․불교․기독교와 함께 민족종교로 대두된 천도교․대종교 등이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하여 전개한 민족독립운동은 역사적 필연성이었으며 당연한 결과였다. 특히 여기서 거론 하고자하는 대종교는 한국독립운동사상 그 차지하는 바 활동과 업적은 매우 컸다. 대종교를 중광(重光)한 홍암선사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바이고 홍암이 대종교를 통하여 나타내고자 했던 애국애족의 민족사상의 일단을 살펴보는 것도 의의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11. 우리 민족의 고유한 민족종교인 대종교(大倧敎)는 그 원류를 우리의 건국시조인 단군(檀君)에서 찾아 고조선(古朝鮮)의 국교로 단군교라 하였다. 이 단군교가 계승되어 부여(扶餘)에서는 대천교(代天敎), 신라(新羅)에서는 숭천교(崇天敎), 고구려(高句麗)에서는 경천교(敬天敎), 발해(渤海)에서는 진종교(眞倧敎), 고려(高麗)에서는 왕검교(王儉敎)로 전승되어 오다가 고려말 몽고의 침략으로 고려 원종 때부터 단절되었다. 그리하여 그 후 조선왕조시대에 들어와 단절된 단군숭배의 단군교는 계승되지 못하다가 대한제국시대 나철에 의하여 중광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단절된 단군교를 재창조하여 민족독립운동상에 있어서 자주독립사상을 고취하고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기 위한 방편도 되었던 것이다. 나철의 「단군교포명서(檀君敎佈明書)」는 “국조단군이 창립했던 단군교는 몽고침입이후 약 700년간 단절되었던 것을 한말에 다시 계승하였다”라고 천명하였으니 이는 단군교의 교리, 중광의 동기, 성격 등에 자세하게 기록하여 언급하고 있다.
1909년 1월 15일(음력) 나철, 오혁(吳赫,오기호), 이기(李沂)등은 서울 재동(齋洞)에 모여 단군교를 중광하였다. 이때 단군교 중광에 참여한 인사로는 강우(姜虞), 최전(崔顓), 유근(柳瑾), 정훈모(鄭薰模), 김인식(金寅植), 김춘식(金春植), 김윤식(金允植)등 수십명으로 주로 나철과 함께 대일외교항쟁을 전개한 인사와 을사5적(乙巳5賊) 처단의거에 참가했던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취운정(翠雲亭)아래 6칸 초가집 북벽에 단군대황조신위(檀君大皇祖神位)를 모시고 「단군교표명서」를 공표하였다. 그 주요내용은
첫째 단군의 교화가 멀리 중국에까지 미쳐 알려졌다
둘째 그 전통이 역대로 계승되어 왔다
셋째 근세조선에 와서 그 전통이 쇠미해졌다
넷째 국가도 미약하게 되었다
는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유학자들이 단군의 신성한 교는 연구하지 아니하고 공맹정주(孔孟程朱)의 글에 치우쳤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런만큼 모든 동포는 단군교를 숭봉하여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여 영원한 복록을 받고 이 세상 인류를 구제해야한다는 요지였다. 아울러 단군교포명서에는 천지인(天地人) 즉 신과 물질과 인간의 조화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함으로서 홍익인간(弘益人間)구현을 위한 이론적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 단군교는 일본제국주의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1910년 8월 5일 교명을 대종교(大倧敎)로 개정했다. 대종교 교조 홍암선사의 사상은 대종교 8대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삼일신고(三一神誥)」,「신리대전(神理大全)」,「신사기(神事記)」,「회삼경(會三經)」,「팔리훈(八理訓)」,「진리도설(眞理圖說)」,「삼법회통(三法會通)」등에 잘 나타나 있다. 이를 통하여 교조의 단군관․ 본채관․인류관․주체관․종교관․우주관․세계관․인생관․구세관 등 대종교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족지도자들은 종교차원을 넘어 대종교에 입교하였다. 당시 독립운동가중 대종교 관련인사가 상당수였다. 나철, 김교헌(金敎獻), 윤세복(尹世復),등은 대종교 교주로서 독립운동을 주도한 인물들이었고 서일(徐一), 박은식(朴殷植), 신채호(申寀浩), 이동녕(李東寧), 이시영(李始榮), 이상룡(李相龍), 김좌진(金佐鎭), 신규식(申圭植), 유동렬(柳東悅), 이범석(李範奭), 홍범도(洪範圖), 이상설(李相卨), 박찬익(朴贊翊), 김승학(金承學), 김두봉(金枓奉), 안희제(安熙齊), 서상일(徐相日),등도 교인이자 당대를 대표하는 우국지사, 독립운동가로 그 이름을 떨치던 이들이었다. 특히 기독교인이었던 주시경(周時經)은 대종교로 개종한 후 더욱 국문연구에 몰두하여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국어강습소나 안악(安岳)의 양산학교에 국어하기강습소를 개최하는 등 국어를 통한 민족의식고취에 다대한 노력을 기울여 민족 언어와 민족정신의 대표적 운동가가 되기도 했다. 또한 국외 독립운동가 특히 만주지역 민족운동지도자들 대부분이 대종교를 신봉하는 교인들로서 대종교가 독립운동선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111. 전남 보성 벌교에서 태어나 53세를 일기로 순국자정(殉國自靖)한 홍암선사 나철(1863~1916)은 단군교를 중광하여 대종교라 명명한 교조이며 을사5적을 암살하기 위하여 의열투쟁을 감행한 독립운동가이며 외교활동을 통하여 국권을 회복하려 노력했던 애국지사였다. 그는 당시 유가집안에서 관습대로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한 전통학문을 습득하여 과거(科擧)에 대비하였다.
50평생의 나철의 생애를 4시기로 구분하여 보는 것이 나철선사를 이해하는데 첩경이 된다. 즉 제1기(1863~1882)는 청소년기, 제2기(1882~1895)는 과거시험 준비와 과거에 합격하여 사환의 길을 걷던 시기, 제3기(1905~1908)는 항일독립운동을 전개하던 시기, 그러나 제2기와 제3기 사이 10년(1895~1904)의 기간은 수도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4기(1909~1916)는 나인영(羅寅永으)로서의 속세와 인연을 끊고 나철로서 대종교를 중광하여 종교 활동에 전념하다가 자정순국한 기간이다. 과거에 합격하기 위한 교육을 거쳐 1891년 그의 나이 29세때 문과(文科)에 급제하여 승정원(承政院) 가주서(假注書 )를 거쳐 1893년에는 병조사정(兵曹司正), 같은해 승문원(承文院) 부정자(副正字)에 임명되었고 33세 때인 1895년에는 징세국장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그는 을미사변으로 국모가 시해당하고 단발령이 전국적으로 파급되면서 나라가 어지럽게 되자 과감하게 관직을 사직하고 구국대열에 뛰어들었다. 그는 국운이 기울어져가는 암울한 시대상황에 처하여 오로지 주권회복을 위한 우국적인 삶을 살았으며 일본제국주의 침략을 물리치고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다양한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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