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을 국조(國祖)로 삼는 대종교(大倧敎)를 1909년 창시한 사람으로만 흔히 알려져 있는 홍암 나철(1863~1916)선생은 우리 근세사에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정부의 외교적 수단에 한계를 느낀 나철 선생은 이완용 등 을사오적을 처단할 계획을 세우고 사람을 모아 실행에 옮겼다가 실패했는데, 이것이 진정한 항일 의열 투쟁의 효시라 할 수 있다.
민족 정신의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대종교를 개창한 후 나철 선생은 서간도 지방 등에 설립한 민족학교를 중심으로 독립군을 배출해 냄으로써 독립운동 단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됐는데, 그 결과 신채호·이동녕·이시영·김좌진·신규식·이범석·홍범도·김두봉 등 일제 강점기에 무장 항쟁을 주도했던 독립운동가들이 대종교와 관련이 있었다는 점이다.
일제의 탄압으로 이마저도 한계를 느낀 나철 선생은 1916년 국내로 들어와 구월산에서 자결했다고 한다. 외교 활동·의열 투쟁·교육과 종교 활동·자결로 이어지는 나철 선생의 일생은 항일 투쟁 방식의 모든 것을 보여준 셈이다.
나철 선생과 대종교가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하는 이유는 해방 이후 서양화 급물살에 휩쓸린 점도 놓쳐선 안되지만 내부적 힘의 강화를 소홀히 한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대종교가 주요 경전으로 삼는 '천부경' 등의 위작 시비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는 것등.....
나철 선생이 독립운동의 선구자임을 입증하고 존경하는 것은 좋지만, 대종교 교리를 정당화 하는 주장으로 조급하게 비약시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먼저 일반인이 읽고 이해할 만한 대종교 경전 번역서같은 저술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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